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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 | 연재 [생각의 발견]
전주의 도시 Identity는 무엇일까?
전주가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되기 위한 5가지 조건 2)
윤목(2015-10-15 14:07:35)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도시 아이덴티티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아마도 '가장 한국적인 도시'일 것이다. 그 주장의 바탕은 아마 한옥과 한식, 한지 및 전주가 자랑하는 소리문화에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전주시의 로고에서 보여지는 '한바탕 전주'라는 것도 그 의미를 거슬러 올라가면 한류, 한문화의 바탕이라는 것으로 요약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주를 가본 사람이면 다들 느끼는 감정은 한옥마을을 빼고 나면 외형적 아이덴티티에 있어서 전주를 '가장 한국적인 도시'라고 부를만한 아무런 당위성을 찾지 못한다. 한마디로 실망을 금치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주 나들목을 통과하여 전주시내로 들어선다고 보자. 대한민국의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고층아파트들, 멋없는 간판들, 특히 전주의 관문이라고 할 만한 고속버스터미널 앞의 풍경에선 여느 지방도시와 똑같은 황량함까지 느끼게 된다. 전주의 첫 인상이 이럴진대 '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찾은 사람들의 실망감은 어떠할까

 

가장 유럽적인 도시, 가장 일본적인 도시 

스위스의 바젤은 스위스, 독일, 프랑스 3국이 만나는 국경도시이자 가장 유럽적인 도시라 불리는 도시다. 라인강이 시원스럽게 관통해서 흐르는 시가는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진, 매력이 넘치고 아담한 옛날 건축물들과 현대식 건물들이 잘 조화가 되어 유럽의 많은 도시들이 그렇듯이 도시 자체가 하나의 그림과도 같다. 그야말로 도시의 시각적 아이덴티티가 확실하며 바젤을 찾는 관광객들은 그 도시의 건축물과 자연을 보면서 가장 유럽적인 도시의 풍광을 만끽한다.

가장 일본적인 도시라고 불리는 교토는 어떠한가, 도시 전체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즐비한 교토의 시가지를 걷다보면 건축물, 간판, 그야말로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여기가 가장 일본적인 도시임을 스스로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이 외국의 역사와 문화도시들에 비교하여 전주의 도시적 색채와 개성은 실로 실망스럽기까지 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도시적 풍광, 전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도시적 아이덴티티는 과연 포기해야하는 것일까.

 

샌프란시스코의 시민 주도 도시미관협의회 

태평양에서 바라보는 언덕의 도시 샌프란시스코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파란 바다에서 보이는 언덕위의 하얀집, 그리고 빨갛고 파란 지붕들… 어떻게 하나같이 벽은 하얀색이고 지붕은 빨간색 또는 파란색을 칠했을까 의문이 날 정도로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도시의 아름다운 풍광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비결은 바로 시민 주도의 도시미관협의회에 있다고 한다. 이 협의회는 지역에 들어서는 새로운 건축물을 심의하여 그 건축물이 주변과 어울리는지, 아이덴티티가 잘 맞는지를 심의하는 자율기구라고 한다. 그러기 때문에 건물의 벽은 하얀색, 지붕은 빨간색, 또는 파란색의 건축 아이덴티티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어느 도시에서도 이와 같은 협의회가 있어 건축물은 물론, 간판 하나를 다는데도 도시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려는 노력을 기울여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위한 도시미관협의회?

나는 전주가 '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주장하고 전주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그러한 공감대를 형성해가기 위해선 전주에도 이러한 시민 주도의 도시미관협의회를 구성하면 어떨까 한다. 그리하여 지금부터라도 건물 하나를 지을 때도 '가장 한국적인 도시'라는 전주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려는 노력을 해나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전주에 들어서는 모든 건축물을 한옥으로 짓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전통을 오늘에 되살려 한옥적 모티브를 현대 건축에 도입하고, 전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도시풍광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기울이자는 것이다. 나아가 간판들의 규격이나 서체 등에 있어서도 한글 캘리그라피 등을 사용하여 전주적인 색채를 가미한다면 그 얼마나 아름다운 전주만의 풍광이 될 것인가. 전주시의 일부분에 불과한 한옥마을 하나만을 놓고 '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꿰뚫는 외형적 아이덴티티에 있어서도 '가장 한국적인 도시'에 걸 맞는 도시외형을 갖추자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전주 시에 들어서는 고층아파트도 어떻게 전주적인 색깔을 입혀야할 것인지 건축가와 건설 회사들은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이며, 간판을 내거는 모든 가게의 주인들도 무조건 크게, 굵게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전주다운 간판을 만들 것인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시민, 전주 시, 전문가, 건설회사 모두가 하나가 되어야
나아가 전주의 미래도시 비전을 놓고 구획별로 전주시가 시민협의회와 함께 전문가의 자문을 얻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강압적인 것이 아니라 시민들과 건설회사, 간판업자 등 전주시의 풍광을 만들어가는 모든 이들과 함께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제 전주에는 대한민국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멋없는 회색의 성냥갑 같은 고층아파트들은 더 이상 들어서지 않게 되지 않을까. 저마다 크기경쟁과 두께경쟁을 해대는 멋없는 간판들이 사라지지 않을까.

전주시의 광고카피 중에 그런 말이 있다. '대한민국을 다 가볼 수 없다면, 대한민국을 다 품고 있는 곳, 전주로 오세요' 이러한 노력 하나하나가 모여 대한민국을 다 품고 있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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