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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 | 연재 [커피 청년의 별별여행]
여행길에서 만난 나
열번째 이야기
김현두(2015-10-15 14:02:50)

 

 

 

어느 날 허공에 대고 말하기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혼자 사람들 틈바구니를 지나는데 또 다시 뭐라 중얼 거리고 있었다.

어느 날 잠에서 깨어 열린 창틈 사이로 비추는 볕을 마주하며 나는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은 나도 모르게 일어났다. 길 위에서나 침대 위 숲이나 도시에서도 갑자기 돌아보면 나는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어떤 장소와 지역을 벗어나서도 매한가지였다. 택시를 타고 기차를 타도, 심지어 비행기 안에서도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일 수였다.

그러다 이게 뭣 하는 짓인지? 어쩔 때는 어이쿠 차에도 치일 뻔 하고, 가로수에 부딪히기도 하였다. 그럴 때 마다 나는 나에게 푸념을 했다. 잡스런 생각 좀 그만하자. 딴 생각을 왜이렇게 많이 하지? 아무튼 이 모든 게 뭣 하는 짓인지를 어이없어 하곤 했다.

하지만 어느 날 혼잣말을 하는 나를 보며 알게 된 비밀이 하나있다. 내게 말을 걸고 있는 나를 마주한 것이다. 내 스스로에게 대화를 걸고 있었던 것이다. 예전에 어느 책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본 적 이 있다. "혼잣말은 자기와의 대화이다."

이제는 나의 혼잣말을 잘 들어보기로 했다. 이제는 잘 귀 기울여 들어보기로 다짐했다. 내 혼잣말은 더 이상 허공에 내뱉는 무의미한 호흡이 아니라 내 스스로에게 던지는 메시지였음을 내 안에 새기기로 했다. 2015년 2월 10일 인도 땅 꾸밀리(Kumily)의 숙소 침대에 누워 이런 나의 생각을 기록에 남기고 잠이 들었다.

호텔 사장은 예약하지 않고도 충분히 보트투어가 가능하다고했다. 그래서 서두르지 않으려고 잠을 청하고 그래도 혹시 몰라 염려스런 마음에 이른 새벽부터 짐을 챙겨 숙소를 나섰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컴컴한 새벽녘 랜턴을 켜면서 천천히 길을 걷는다. 하루를 시작하려 준비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보이는 정도이다.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지만 말이다. 집 앞 마당에 물을 뿌리며 빗질을 하는 아저씨 호텔 문 앞을 지키는 경호원들의 모습 정도가 전부였다.

 그렇게 도착한 뻬리야르 야생보호구역(Periyar wildlife sanctuary) 문 앞에는 릭샤와 택시 오토바이들이 뒤엉켜 인산인해를 이루로 있었다. 뭐지 아침 꼭뚜 새벽부터 이 사람들은? 400RS(루피) 라는 거금을 내고 입장권을 쥐었다. 사실 우리 돈으로는 얼마 되지 않지만 현지인들과 외국인들의 티켓 값은 거의 대부분의 인도 여행지에서 10이상의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외국인들에게 철저한 장사를 하는 게지 뭐, 이런 아니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개장시간 7시가 되자 일제히 달리는 릭샤와 차들 사이로 나 혼자만 홀로 걷고 있는 것 아닌가? 보트투어를 하는 곳 까지는 3km 남 짓이다.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결단코 단 한사람도 걸어서 가는 이가 없었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던 그 때 오토릭샤 기사가 말을 건 낸다. 호텔 사장님의 말을 믿고 천천히 걸어가려 했건만 이러다가는 보트에 올라타지도 못할 것 같아 얼른 릭샤를 붙잡아 탔다. 하우머치? 타자마자 콩글리시 발동한다. 50RS(루피) ~ OK! 운전기사 이 녀석 총알처럼 빠르다. 뒤늦게 출발한 나를 거의 맨 선두에 대려다 놓고는 뿌듯해 하는 표정이었다.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얼마나 무서웠는지 이러다가 죽겠구나싶었다. 운전 중에 100RS를 받아는 기사는 지갑을 열고 잔돈을 내어주며 정말 안전 운전 중이었다고, 주머니도 아닌 지퍼가 달린 지갑을 말이야. 왜 이렇게 서두르지 우리는 지금 가장 선두에 있는데 말이지! 그렇게 혼자 궁금증을 갖고 있는데 기사가 다시 한 번 말을 건 낸다. 도착하면 뛰라고 말이다. 왜 그래야하는지도 묻지 못하고 이윽고 릭샤는 결승점을 통과하는 육상선수와 같이 마지막 주차장에 다다르고 나는 여유 있게 내려 걸음을 내딛었다. 그 때였다. 순간 모든 사람들이 뜀박질을 시작하는 것 아닌가? 나는 영문도 모른 채 뛰었다. 그냥 앞만 보고 뛰었다. 무작정 달리기를 시작했다. 역시 나는 잘 뛰었다. 오랜 여행이 시골 소년의 깡은 무서운 힘을 발휘했다. 그리고 서둘러 보트 티켓을 샀다. 공원 입장료와 보트 티켓은 별도란다. 이렇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들이 뜀박질을 한 이유는 보트의 가장자리에 앉아 호숫가를 바라보기위해서였다.

그렇게 보트에 올라 운무가 낀 호수를 지난다. 아주 느린 속도로 물살을 가르며 호숫가 근처 숲에는 인도들소들이 나와 있고, 물가에는 물새들이 호수를 지키고 있었다. 이곳 뻬리야르 야생보호구역(Periyar wildlife sanctuary)은 1895년에 영국인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그 때 물에 잠신 나무들인지 호수위에는 죽은 나무들의 가지와 굵은 몸통들이 수면위로 제 몸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중에는 새싹을 틔운 생명력 질긴 녀석도 있었고, 새들에게 둥지를 허락한 배려심 깊은 나무도 있엇다. 오랜 세월이 흘렀을 법한 호숫가에 잠긴 나무들은 죽어서도 자연에 귀속되어 살아가고 있었다. 너무나도 잘 어우러지며 말이다.

저마다 사연 깊은 카메라들이 여기저기서 셔터를 눌러대는 소리가 들린다. 제법 아름다운 피사체들이 되어주는 호숫가의 풍경들을 담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나도 카메라를 들고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 반 정도 달렸을까? 보트는 이내 선착장에 당도했다.

땅에 발을 내 딛고는 나는 다시 걷는다. 지난 몇 년간 수없이 걸었다. 산티아고길을...올레길을... 둘레길을.... 내 고향 골목길마저도 늘 이야기가 있었다. 그렇게 걸어온 길이며 길은 늘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나는 느낀다. 원숭이 녀석이 나를 반긴다. 그 다음은 울창한 숲을 이룬 나무들과 들꽃 들이 나를 반긴다.

그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하지만 시작과 마찬가지로 그 누구도 그길을 걷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저마다 타고 온 택시, 릭샤, 자가용을 타고 또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뿐이었다. 그렇게 느릿느릿 사진기 하나들고 걷는데도 한 시간이면 충분했다. 그 길에는 이름 모를 들꽃과 울창한 나무들이 내 곁은 지켜주었고, 가끔씩 원숭이들이 나무 위를 지나다니며 떨어트리는 낙엽이 내 머리 위를 지나다니고 있었다. 얼마나 감사한지 홀로 걸어가는 숲길위에 낙엽도, 들꽃도 나무마저도 길동무가 되어주었다.

너무 좋더라. 누구의 이목도 끌지 않고, 관심의 대상도 아닌 채, 나는 숲에 놓여 숲을 이루는 그저 또 하나의 생명 채였을 뿐이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을 했다. 고마운 사람인 그대와 나, 둘만이 이곳에 놓여 졌으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길 위의 모든 사람들과 풍경들이 내 한손에 들린 카메라에 담길 때 마다 그 모든 피사체를 마주하는 내 눈을 떠올릴 때 마다, 당신과 함께 아니면 그런 당신을 담고 싶었다. 2015.02.12. at Ku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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