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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 | 연재 [수요포럼]
문화는 일상이 되어야 한다
152회 마당 수요포럼 지상중계
(2015-10-15 14:00:39)

 

 

 

 

 

공연장은 많은데, 공연은 열리지 않는다
하우스콘서트를 해야겠다고 처음 생각했던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다. 예고에서 음악회를 하면서 공연장에서 느꼈던 것과 친구 집에서 연습하는 과정에서 듣는 음색의 미묘한 차이를 느꼈다. 공연장 무대와 집에서 듣는 무대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었다. 집에서 연주를 할 때 긴밀한 무언가를 느꼈다. 2002년부터 하우스콘서트를 시작하고 2008년부터 지금의 '하우스콘서트'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500석 이상의 규모를 갖춘 공연장이 몇 개나 될까. 국내에 500석 이상 되는 공연장은 400개에 달한다. 세계 어디 내놔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 같이 이렇게 작은 나라에선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전국에 공연할 수 있는 공연장이 이렇게 많은데, 왜 연주자들이 연주할 기회가 없을까? 공연장에서 공연을 얼마나 하는지 조사를 해봤더니 평균적으로 1년에 10개를 못 넘었다. 365일 중 355일 공연을 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자체가 생기고 나서 공연장 숫자가 거의 두 배로 늘어났다. 더 놀라웠던 것은 대부분의 공연장들이 공연이 있는 날 보다 없는 날이 월등히 많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주변의 몇몇 지인들하고 의논을 했는데, 만약 이 공연장에서 매주 1회씩 공연이 이뤄진다면 어떨까. 대충 계산을 해보니 우리나라 공연장 전체에서 매주 1회 공연을 한다면 1년에 대략 5천 번의 공연이 열린다는 계산이 나왔다. 실천해보기로 했다. 1년 동안 5천개의 공연을 하기 위해서 실력이 좋은 연주팀 200개를 구성하거나 섭외해서 한 팀당 1년에 공연 25회를 진행해보기로 했다. 팀당 24개의 지역을 돌며 공연을 하는 콘셉트이다. 나의 이런 계획을 듣고 처음에 사람들은 다 웃었다. '허풍'이 너무 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사실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자존심 뿐, 한번 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그래서 실현가능하도록 다시 수정한 것이 일주일 동안 100개의 공연을 전국의 공연장에서 진행해보자는 것이었다.

 

같은 날, 같은 시간 100개의 공연을 열다
이 프로젝트는 하우스콘서트 10주년을 맞는 2012년에 진행됐다. 그동안 수도권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공연에서 벗어나 지방 관객들과 함께 콘서트를 향유할 수 있도록 21개의 도시, 23개의 공연장에서 일주일간 100개의 콘서트를 만들기로 했다. 23개의 공연장을 섭외하는 일을 맡은 하우스콘서트 매니저는, 전국에 있는 140개 공연장을 돌아다녔다. 이 중에서, 협의가 이뤄진 공연장은 23개밖에 안됐다. 나머지는 다 거절했다.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인 23개 공연장과의 진행도 만만치 않았다. 공연장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측에서는 순수하게 공간만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외의 것들, 홍보나 관객 동원 등에 관한 문제는 전혀 책임질 수 없다고 했다.
하우스콘서트만의 매력인, 관객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공연을 관람하는 것에 대해서는 23개 공연장에서 다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공연 중에 조명이라도 떨어져서 관객 중 누군가가 다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냐는 등 관리자 입장에서의 사고가 그 이유였다. 그래서 되물었다. 그렇다면 연주자들은 조명기기가 떨어져서 다쳐도 상관없다는 것이냐, 조명이 떨어지지 않게관리를 우선해야 하는 것이 순서 아니냐고 되물었다. 새로운 시도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차단만 하는 것에 화가 많이 났었다. 하지만 무대 위로 관객들을 들이는 일을 결국 관철시켰고, 그렇게 공연은 진행됐다. 이후에도 관객 동원, 무대 사용 등 난관이 많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전국의 매스컴이 우리 공연을 취재했다. 언론에 다뤄지는 일이 다는 아니지만, 약 120개의 언론매체에서 우리의 공연이 기사화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런 공연이 우리 지역에서도 하는 구나' 하며 관심을 갖고 관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공연장 관계자들도 놀랐다. 2012년 이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고나자, 다시 전국에 있는 공연장들을 설득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2012년 성공을 바탕으로 공연장 측에 5000개 공연 만들기 프로젝트에 동참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런 성공에도 불구하고 기대하고 계획했던 만큼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에 만들어진 프로젝트가 2013년에 진행된 '원데이 페스티벌'이다.
'원데이 페스티벌'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전국 65개 공연장에서 동시에 공연을 진행하는 프로젝트이다. 이 페스티벌의 목적은 동시다발적인 공연을 통해 공연을 할 수 있는 수많은 콘텐츠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같은 날, 같은 시간 전국의 65개 공연장에서 65개 팀, 연주자 총 250명이 무대에 올랐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 해 연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연락을 받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다. 2014년도에 '문화가 있는 날'이라는 것을 만드는데, 이 행사를 원데이 페스티벌처럼 매달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문제없다'고 말했다. '문화가 있는 날'의 프로그램으로 '원데이 페스티벌'을 이용한 새로운 것을 만들었다. 기존 원데이 페스티벌을 좀 더 크게 확장시킨 것으로 공간의 범위를 한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로 넓혔다. 세 나라에서 모두 같은 날 같은 시각에 94개의 공연이 펼쳐졌다. 올해는 '원데이페스티벌'의 기간을 더 확장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원먼스 페스티벌'로 진행했다. '원먼스 페스티벌'은 27개 나라 152개 도시에서, 한 달 동안 42개 공연을 만들어 진행하는 행사다. 올해 '원먼스 페스티벌'로 바꾼 이유는 문화가 있는 '날'이 아닌 문화가 있는 '삶'을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년 내내, 한 달 내내 공연이 지속되는 것을 줌으로써 일상적으로 즐기는 공연문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것 또한 원데이 페스티벌과 마찬가지로 실제로 그렇게 만들 수 있는 콘텐츠들이 우리나라에 많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뜻도 담겨있다.
굉장히 무식한 일로 보일 수도 있는데 이러한 작업을 해오는 것은 근본적으로 1년에 공연을 5000개를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5000개라는 숫자는 많은 숫자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한 공연장에서 매달 한 번씩의 공연이기 때문에 그렇게 크거나 많은 숫자는 아니다.


사라진 기초문화, 화 나는 문화행정
지난해에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원데이 페스티벌'을 진행하면서 시야를 좀 더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더 큰 의미로는 정부 기관이나 공무원들의 생각을 움직여봐야 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그들의 제한되고 좁은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고 싶었다. 한 가지 예로, '문화가 있는 날'의 장르에는 국악과 클래식, 재즈 모든 장르가 다 섞여 있었다. 올해 같은 경우 문화융성위원회에서 수요조사를 했는데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이 크게 3가지다. 그 선택지가 무엇이었냐면, 기악과 성악, 타악 중에 1가지를 고르라는 것이었다. 이 선택항목에서 여러분은 잘못된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첫 번째가 기악, 두 번째가 성악, 세 번째가 타악이다. 타악기도 기악에 포함된다. 무지한 것은 물론 음악의 현실을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이 수요조사에 대해 제가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다. 이렇게 수요조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식한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클래식 타악기 앙상블은 5~6개밖에 안되는데, 10개의 공연을 만들어야 된다. 그에 반해 음악 하는 사람들 중에 피아노, 기악을 하는 연주자 비율이 제일 높다. 말이 안 되는 수요조사와 공연계획이었던 것이다.
너무 화가 나서 하우스콘서트에서 일하는 한 매니저가 페이스북에 이 상황을 비유한 글을 올렸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전 국민들에게 채소나 과일을 제공하는데, 국민들 개개인에게 선택권을 준다. 그 때 과일 먹을래, 채소 먹을래, 망고 먹을래." 한 음악 칼럼니스트가 그 내용을 보고 비판적인 글을 썼는데 그날 아침에 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이 사태 수습을 해달라며 연락이 왔다. 지금이라도 변경을 하라고 했지만 결국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매우 똑똑한 사람들이 행정고시 패스하고 어렵게 들어온 자리에서 문화행정을 한다.그런데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니, 우리가 기초문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안되는 '월요일'을 선택한 하우스콘서트
다시 '하우스콘서트'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지금 '하우스콘서트' 공연장은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학로라는 곳은 서울 문화 중심지 역할을 해왔던 곳으로 문화관련 단체들은 옛날에는 음악, 미술, 무용, 연극이 주를 이뤘다. 지금은 무용이 일부를 차지하고, 대부분이 연극을 차지하고 있다. 그곳에서 많은 연극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성공할 수 있는 연극은 딱 두 가지 콘셉트이다. 벗는 것과 웃기는 것. 그만큼 우리 사회가 가벼워졌음을 뜻한다. 심하게 말하면 천박해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문화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대학로가 언젠가부터 상업문화로만 채워지고 있었다. 대학로가 상업문화로 대다수 채워진 이후 '음악' 같은 경우는 아예 전멸을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의 문화 중심지인 대학로에 '하우스콘서트'의 역할이 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궁리를 한 끝에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있는 예술가의 집이 떠올랐다. 그 곳에서는 많은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하우스콘서트'를 이 곳에서 해보고 싶다고 하니 환영하면서 수락했다.
그런데 예술가의집에서 공연을 할 경우 당초 지원이 됐던 예산은 지원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기관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대학로의 문화 지평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 결심을 한 것인데 하우스콘서트를 뺏긴 기분마저 들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지원해주던 예산도 없앤다고 하지, 금요일 공연도 못하게 하지 다른 대안으로 내놓은 일정인 수요일도 곤란하다고 했다. 오기가 생겨서 공연하기 제일 안좋은 날이 언제냐고 물었더니 월요일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월요일 공연으로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생각부터가 달랐던 것이다. 우리는 대학로 문화를 고민했고, 그들은 그저 '유명한 하우스콘서트'만 생각했던 것 같다. 어디서부터 잘못됐고, 어디서부터 변화를 시켜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더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우스콘서트는 지난해에 흑자를 기록하는 '위기'가 닥쳤다. 직원이 "한 천 만원 정도 흑자가 될 것 같다"고 말하는데, 이건 하우스콘서트의 위기였다. 빨리 공연계획을 더 세워보라고 했다. 왜 그랬을까. 정부나 공무원들이 나를 필요로 하지만 나를 미워하기도 한다. 10원이라도 이윤을 남겼다가는 그 사람들한테 '책' 잡힐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또 우리는 이윤단체가 아니다. '하우스콘서트'에서 하는 공연활동은 모두 문화운동 차원에서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뜻을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같은 선상에서 하우스콘서트 입장료는 13년째 올리지 않고 있다. 하우스콘서트는 관람료 2만원에 와인파티가 포함돼 있다. 와인은 멋을 부리기 위해 준비하는 게 아니라, 공연이 끝난 후 연주자와 관객의 친밀함 형성을 위한 하나의 도구이다. 입장료를 올리라는 사람도 있지만, 입장료를 올리면 오지 못하는 관객이 생길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쉽게 올리지 못하고 있다.

 

클래식은 문화를 생산하고, 사람을 키운다
여러분들은 대중음악과 클래식의 차이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둘 다 음악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대중음악과 클래식은 분명한 차이를 지니고 있다. 가장 쉽게는 대중성과 상업성의 유무다. 클래식과 달리 대중음악은 빨리 소비되고 흡수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속성 때문에 음악적으로 가장 큰 차이점은 그 구조에서 발생한다. 대중음악은 소리 구조가 단순하다. 기타코드 서너개로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 반면에, 클래식의 구조는 굉장히 복잡하다. 코드로 따지면 변주가 되고, 변박이 될 수 있다. 대중음악은 듣는 빨리 듣고 빨리 습득할 수 있어야 한다. 듣는 사람한테 쉽게 전달돼야 한다. 그 내용도 대부분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어느 날 나는 너를 만났지, 나는 너를 사랑하게 됐고, 아파하게 됐고 이별하게 됐다. 그리고 그리워하게 됐어'의 식인 것이다. 소비되기 위한 대중음악의 경우 빨리 친숙해지는 만큼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몇 십번 들으면 질리기도 한다.
그러나 클래식은 다르다. 수십년, 백년을 이어져 내려오는 만큼 쉽게 질리는 음악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은 대중음악을 너무 폄하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데 그건 오해이다.
대학에서 학기말 시험문제를 다섯 개를 낸 적이 있다. 김연아에 대한 문제를 냈는데, 시험 문항이 '피겨스케이터 김연아의 행위는 예술일까, 체육일까'였다. 대학생들의 시험 답안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90%가 넘는 학생들이 김연아의 행위를 예술로 보고 있었다. 학생들은 예술과 체육 자체를 구별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러분들도 혹시 김연아의 스케이팅이 예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몇 바퀴를 도느냐에 따라 점수가 매겨지고, 점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점수가 매겨지는 것을 우리가 과연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다. 내 생각에는 예술은 다르다.
하우스콘서트와 몇 가지 프로젝트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물었다. 혹시 재벌 집 아들 아니냐고? 그런 얘기 굉장히 많이 들었다. 우리 공연 무대에 서는 유명 연주자들을 두고 하는 이야기들이다.
그럴 때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한다. 제발 연주자를 돈으로 살려고 하지마라.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자발적으로 찾아오게 되어있다. 나는 그들이 원했기 때문에 섭외할 수 있었고 나는 그것이 바로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나를 클래식 대중화를 위해 애쓴 사람으로 소개를 많이 하는데 사실 나는 클래식을 대중화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대중음악의 가치도 너무 잘 알고 있고 클래식을 향유할 수 있는 인구라고 해봐야 전체 인구의 1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너무 처참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한다. 문화예술이 활성화되어야 하고, 창작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그런 말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고 봤더니 외국의 사례들을 집어다 쓴 말들이다. 그래서 물어봤다. "왜 창작활성화를 해야 하는가?" 그냥 선진국이 하고 있으니까 그래야 된다고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창작음악이라는 것은 검증을 해야 되는 음악이다. 능동적이고 수동적인 것이 아닌, 그 자세를 만드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능동적인 의식을 가졌을 때 나올 수 있는 것이 창작음악인 것이다. 우리 음악현실과는 여전히 먼 괴리가 있는 주문인 것이다.
또 하나 심각한 문제는 클래식 음악을 하는 아이들의 문제다. 오로지 국제 콩쿠르 수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국제 콩쿠르에 나가는 것을 올림픽에 나가서 금메달 따는 것과 똑같이 생각한다. 콩쿠르 입상이라는 것은 예술가로 가는 시작점일 뿐인데 입상 자체가 대단한 일이 되어버리고, 그것이 전부가 되어버린다.
이것 역시 기초문화의 부재에서 오는 현상이다. 어릴 때부터 기초문화가 베이스가 되고 교육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음악천재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연히 생기는 천재들이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또 30년 전, 20년 전에 있었던 뛰어난 천재들이 지금은 다 어디로 간 것인지 모르겠다. 이렇다가는 정명훈 처럼, 백남준 처럼 한국에서 만들어진 천재가 아닌 '역수입'된 천재 예술가들만 우리 곁에 남을지도 모른다.

 

숨 소리도 감동적인 무대는 계속 된다
하우스콘서트가 의미있는 것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는 것일 것이다. 클래식 뿐만 아니라 국악, 대중음악, 실용음악도 하고 여러 장르를 많이 했다. 클래식공연에만, 국악공연에만 오던 마니아들이 어느 때 부터인가 다른 장르의 공연에도 관람을 하기 시작했다. 다른 공연을 봄으로써 이것도 다른 매력이 있었음을 느끼고 자기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다. 어떤 한 가지 특색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비교할 수 있는 것 어느 일부분이라도 좋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런 뜻에 공감하는 분들이 하우스콘서트에 많은 응원을 보내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초문화'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갈 길이 많이 남은 것 같다. 하우스콘서트 이야기를 해보자면, 페이스북에 응원이나 후원을 하고 싶다는 분들이 너무 많아 2년 전에 펀드레이징을 한번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정작 해보니 13만원이 입금됐다.(웃음) 또 한 번은 전체 예산 3억원 규모의 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판매용 티셔츠 200벌을 제작해서 2만원을 책정했다. 다 팔아봐야 400만원 밖에 안 되지만 실행을 했는데, 10벌 팔렸다.(웃음)
우스운 헤프닝 같지만 이런 상황들을 겪으며 우리가 갈 길은 아직 남아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인해 하우스콘서트가 존재한다고 위안을 삼기도 했다. 또 한 가지 보탠다면, 하우스콘서트와 원데이, 원먼스 페스티벌 같은 형식이나 공연장의 의미가 왜 필요한지 말씀드리고 싶다.
432개 공연을 하는 예산이 3억이 들었는데, 일반적으로 공연기획을 하는 사람들 경제논리로는 설명이 안된다. 100억 가지고도 힘들다고 보는데, 나는 이것 역시 연주자와 기획자가 서로 원하는 것을 공유할 때 가능한 일이라고 보며, 그것이 '기획'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이야기 하고 싶다. 한 가지 예로 예술의전당에서 해외 유명 클래식 공연이 열릴 때면 대개 2천여석이 몇 달 전부터 매진이 된다. 그런데 예술의전당 뒷 좌석에서는 연주소리가 잘 들리지 않기 때문에 마이크를 쓸 수 밖에 없다. 이건 우리가 라디오로 음악을 듣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진짜를 들을 때, 그것을 기억하고 관심을 갖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하우스콘서트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물론 무대에 오르는 이들까지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하우스콘서트 무대에 오르는 연주자들이 실력과 그 사람의 열정을 보고 무대에 오르는 것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무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얻는다. 하우스콘서트라는 것을 하면서 일이 이렇게 커질지 몰랐다. 사실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뿐이다.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언제나' 일상적인 공연 문화가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여러분에게도 함께 하길 바란다. 긴 시간 부족한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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