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3 | [서평]
환경과 발전의 사회적 성격에 대한 유용한 논의
『발전과 환경위기』
(1993. 마이클 레드크리프트 지음. 강현수 이상현 장윤희 옮김, 한울)
지역사회연구모임(2003-09-19 09:55:43)
전국이 낙동강 오염으로 들끓었고, 한강을 살리고 영산강을 살려야 한다고 야단법석을 떨었었다. 물의 오염에 대해 환경 전문가들은 BOD나 COD의 수치가 어느 정도 이고, 벤젠이나 툴루엔이 어느 정도 함유되어 있으며, 이것이 인체에 해롭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물을 어느 정도 희석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정답을 제공하였다. 그러나 환경위기의 많은 원인은 사회제도와 경제관계에 대한 뿌리를 둔 구조적인 문제여서 환경을 정치적으로 다루지 않는 어떠한 접근방법도 적절치 않은 것이다.
왜 그런가? 그것은 곧 발전과 환경문제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이 발전이나 개발에 관한 정치적 논의나 저발전에 대한 분석에서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발전과 환경위기』는 이러한 맥락에서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이 책의 원저자인 레드크리프트는 영국의 환경학자이며, 이 책은 제3세계의 발전과정이 가져온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하기 위한 일환으로 발간된 것이다." 이 책은 환경을 탈 신비화하려는 목적으로 쓰여졌고, 환경이 탈 정치화되어 온 가제의 의문을 제기하려는 목적으로 쓰여진 것이다. 그리고 환경위기의 구조적 원인을 환경주의의 중심 관심사로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이러한 의도는 기존의 환경문제나 환경오염에 관한 책들이 제공해 주지 못했던 환경과 발전의 사회적 성격에 대한 논의를 위한 유용성을 제공해 주고 있다.
이 책은 발전과 환경위기에 대한 이론적 설명과 경험적 자료를 긴밀히 연결시키고 있다. 먼저 정치경제학이 환경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를 논의하면서 초기 경제성장이 가지고 있는 해방적 측면만을 강조했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영향 때문에 신고전파나 맑스주의 입장 모두 발전이론과 환경주의를 분리하여 취급하게 되었으며, 이 결과 환경주의적 관심이 무시되어 왔음에 주목한다. 그러나 최근의 환경주의적 이데올로기나 녹색운동은 선진국의 심화된 경제위기와 제3세계국가들의 항상적 저발전에 관심을 되돌렸으며, 발전과정에서 자연자원을 무절제하게 남용하고 자본이 환경을 어떻게 변형시켰는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치 책은 또한 전지구적인 자원위기를 제시하고 제3세계에 강요되는 새로운 형태의 환경파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첨단기술의 발달과 노동의 국제적 분업으로 인해 흔히 자원 고갈의 원인들과 결과들 간의 연관관계가 무시되기 쉽다. 소비자인 우리들은 우리가 소비하는 물건들이 어떻게 환경을 파괴하면서 생산되었는가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동차의 배기가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환경오염을 쉽게 무시해 버리며, 그것의 비용을 측정하기도 어렵다. 한편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경제의 흐름 속에서 여러 환경문제를 인식할 수 있는데, 선진국이 각 개인들은 개발도상국의 개인들보다 지구의 자원에 대해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하며, 선진국의 경제수요는 이들 국가가 가진 자원으로는 결코 충족할 수가 없기 때문에 남부의 풍부한 자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빈곤의 구조적 원인과 그것이 환경파괴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 빈곤은 부족자원에 압력을 가함으로써 우리가 생명을 의존하고 있는 생태계를 파괴시킬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환경 위기는 오직 자연환경 파괴에서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다. 발전과 환경위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연환경이나 자원을 이용할 경우 이로 인해 누가 혜택을 보게 되는지, 누가 기술가 자원을 통제하는지, 그리고 누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환경정책이나 개발정책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개발을 위한 환경파괴는 단지 빈곤에서 비롯되는 것만이 아니며 거기에는 자본의 이익과 정치적 계산이 들어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곤하기 때문에 환경파괴는 불가피하다고 변명하고 정당화하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빈곤과 발전 환경의 문제를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방글라데시 및 멕시코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연구들은 한국의 실정을 논의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한국사회의 산업화 과정에서 단지 경제성장의 성공만을 단지 경제성장의 성공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환경파괴와 같은 실패의 측면도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발전과 환경의 위기'가 아닌 발전과 환경의 조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정리 : 이주재)
지역사회 연구모임 / 1991년 1월에 창립, 지역문제와 지역운동을 자료를 통해서 실증하고 자료를 정리분석함으로써 지역운동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회학을 전공한 젊은 연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