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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8 | 연재 [생각의 발견]
아베와 박근혜, '정상화'를 향한 슬픈 차이
윤목(2015-08-17 15:22:15)

 

 

한국경제와 일본경제의 상반된 뉴스
7월 어느 날, 두 개의 상반된 뉴스가 더위에 지친 나를 더 우울케 했다. 하나는 한국경제와 관련한 비관적인 기사이고 하나는 일본경제의 부활이라는 부러움의 기사였다. 그 비관적인 기사는 2/4분기 영업실적에 있어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 실적이 급감했다는 것이었다.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 이상 감소한 1조7,000억원 대로, 삼성전자는 시장의 기대를 밑도는 6조9,000억원 수준에 그쳤으며 3·4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이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을 그대로 닮아간다는 뉴스도 나를 우울케 했다.
반면 일본에 대한 뉴스는 일본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베 노믹스가 통화와 재정정책으로 돈만 잔뜩 푸는 것으로만 알았지만, 회생의 이유는 기업과 가계에 희망과 자신감을 되찾아주어 투자와 소비가 증가하고, 이것이 청년실업 해소로 이어져 일본의 청년취업률은 97%, 거의 완전고용에 가까워졌다는 것이었다. 3년 전 잇단 사업 확장 실패와 한국 기업들의 공세 때문에 파산 위기에 직면했던 파나소닉은 가전 등 B2C사업을 정리하고, B2B쪽으로 사업구조를 전면 개편, 지난해 3,800억 엔의 영업이익을 낸 알짜 회사로 거듭났고, 히타치 역시 주력 사업을 완전히 바꿔 반도체·가전 분야를 포기하고, 지금은 전자재료·철도차량·발전설비 분야의 강자로 변신했다고 한다. 히타치도 2008년 7800억 엔의 적자에서 지난해 6000억 엔의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했고, 후지필름도 화장품· 의약품· 인쇄기기· 전자소재 등으로 주력 사업을 개편, 대반전에 성공했다고 한다.


‘창조경제’와 ‘비정상의 정상화’는 어디로 갔나
3~4년 전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던 한국경제와 빈사상태에 빠져있던 일본경제가 어떻게 이렇게 정반대가 되었을까. 그것은 나는 국가 지도자의 리더쉽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지도자가 얼마나 국민과 기업에 자신감을 갖게하고 정확한 진단을 하여 제대로 된 방향제시를 하느냐가 그 국가경제의 운명을 좌우하는 갈림길이라고 보는 것이다.
박근혜대통령은 취임 초 거창하게 창조경제를 부르짖었다. 청와대 비서관들이나 장관들 모두 앵무새처럼 창조경제를 되뇌이고 장미빛 청사진을 펼쳐놨다. 그러나 취임 3년이 거의 다 된 지금, 그때의 그 화려했던 청사진들은 다 어디에 갔을까. 지난 3년 동안 대한민국이 과연 창조경제의 씨앗이라도 뿌리기는 한 걸까. 내가 보기엔 그 창조경제라는 키워드는 대통령의 머리에서 심사숙고 끝에 나온 것이 아니라 참모들 누군가가, 아니면 자문교수 누군가가 정치공학적으로 내뱉은 말을 대통령이 수첩에 적어놓고 그것을 꺼내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거기엔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어떠한 철학이나 비전도 없이 툭 던져놓고 장관들이나 공무원들은 거기에 앵무새처럼 따라가다 눈치만 보고 있다가 정책의 어젠다가 바뀌자 슬그머니 뒷전으로 밀린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 것이다.
창조경제가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비전이 되려면 일단 리더쉽의 유형부터 창조적, 개방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청와대의 밀실에서 펼쳐지고 있는 의사결정의 과정에 과연 장관들, 고위 공직자 등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지도층의 창조성이 얼마나 발휘되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한 의사결정이 열마나 개방적이 되어서 혁신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는지 모를 일이다.
내가 보기엔 지금의 장관들은 하나같이 어렵게 청문회를 통과한 뒤 그야말로 어떻게하면 대통령의 눈밖에 나지않고 무사하게 조금이라도 더 장관직을 유지할 수 있을까만을 고민하는 복지부동의 전형이 아닌가 생각된다. 경제면 경제, 교육이면 교육,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확실한 비전을 갖고 그 어떤 제언이나 쓴 소리를 하면서 자신이 갖고있는 모든 전문적 역량을 쏟아 부울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할 텐데 그런 장관은 눈 씻고 찾아도 볼 수가 없는 것이다. 그저 대통령의 눈치, 청와대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하고 어떻게 하면 무탈하게 장관자리에 버티고 앉아 있느냐가 최고의 목적이 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희망이 없는 국민들이 불쌍하다
국민들이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을 때는 그토록 대통령이 되기 위해 몇 십년을 고생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진정한 선진국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론이 있는줄 알았다. 대처나 메르켈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 반에 반 정도는 따라갈 수 있을줄 알았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각종 고질병들을 치유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어느 정도는 이룰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정권이 성완종 리스트를 처리해나가는 것을 보고 이 정권이 과연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룰 수 있는 정권인지 아직도 희망을 가진 국민이 몇 프로나 될까. 김기춘, 허태열, 홍문종, 유정복, 서병수, 이병기 등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줄줄이 ‘혐의없음’이라고 판결나는 것을 보고 과연 이 정권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부르짖을 수 있는 자격과 도덕성을 갖추고 있는 정권인지 반문해보지 않은 국민이 얼마나 될까.
대한민국 경제가 살아나려면 모든 ‘비정상의 정상화’ 위에서 미래 세계 경제 속에서 어떻게 한국호를 이끌어 나갈 것인지 확실한 비젼과 어젠더를 가지고 모든 국민과 기업 모두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불어 넣을 수 있어야 한다. 과연 그러한 의지와 생각과 청사진이 대통령의 머리, 아니 수첩에라도 적혀 있을 지 심히 우려되는 더운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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