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3 | [건강보감]
일상생활과 건강 4
음식을 잘 소화시키기 위한 태도
박미자 민족건강회 전문위원(2003-09-19 09:52:52)
우리의 몸속에 있는 장기 중에는 자신의 소리를 내면서 몸의 주인인 '나'와 대화를 쉽게 풀어가는 장기가 위이다. 음식물이 충분히 들어왔을 때 '배가 부르다'는 신호를 보내고 음식물이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 '배가 고프다'는 신호를 한다. 음식물이 들어오지 않은 시간이 오래되면 쪼르륵 쪼르륵 하면서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소리를 내기도 한다. 위는 엄살이 심하고 경솔한 장기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조금만 긴장하거나 신경을 쓰면서 식사를 하면 꼭 탈이 생긴다. 어쩌면 음식을 받아들여서 소화시키는데 대표적인 기관이 '위'가 참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솔직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닐까.
밥을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우리 조상님들의 말씀이 있다. 살아있는 생명체를 사랑하는 깊은 뜻을 엿볼 수 있으며, 소화기관의 원리를 생활 속에서 이해하는 지혜가 담겨있는 이야기이다. 위는 심리적으로 불안, 초조, 긴장하거나 분노하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심하게 위축되어 탈이 나기 쉽다. 좋은 사람과 좋은 경치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먹을 때 위의 움직임도 활발해진다.
음식을 잘 소화시키려면 질 좋은 음식을 제때 먹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위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 몇 가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과식을 하지 않는 것이다. 위는 움직이며 음식물을 반죽하고 소화 시킨다. 적당히 빈공간이 있어야 위장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유지된다. 위장의 10분의 8정도 채우면 의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건강해진다고 한다. 일터에서 바쁘게 움직이다가 밥을 쫄쫄 굶고 늦은 시간에 밥을 먹을 경우에 과식하는 수가 많다. 어떤 사람은 제대로 앉아있지 못하고 기댈 정도로 많이 먹는데, 이런 때는 위가 상당히 고생을 하게 된다. 습관적으로 과식을 하는 사람은 식사 전에 물을 한잔 먹고 식사하면 좋다. 위의 포만감은 음식을 먹고 난 뒤 시간이 좀 지나면 느껴지므로 만족할 때까지 먹으면 과식하기 쉽기 때문이다.
둘째, 음식을 먹은 뒤 곧바로 잠자지 않는다.
식사 후에는 소화할 수 있는 시간을 일정정도 가진 뒤에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우리 몸의 구조와 관련하여 생각 해 보자. 우리 몸의 등 뒤로는 대동맥이 지나가고 있으며 이 대동맥이 원활하게 흐름에 따라 몸의 신진대사도 활발해진다. 그런데 음식을 먹고 배가 묵직한 채 누우면 몸의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잠을 잘 때 우리 몸의 '위'는 특히 움직이지 않고 푹 쉬어버린다. 그러므로 밥을 먹은 뒤 곧바로 잠을 자면 건강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사람도 아침에 얼굴이 붓거나 신트림이 올라오고 속이 더부룩한 증세가 나타나게 된다.
음식물은 보통 2시간 정도 지나면 소화되는데 많은 양을 먹거나 음식을 한 뒤에는 4시간 정도 지나야 소화된 상태이다. 식사 후 졸음이 쏟아져 못 견딜 정도일 때에는 오른쪽 어깨를 바닥에 대고 옆으로 자는 것이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다. '위'는 약간 위쪽에 있기 때문에 비교적 부담이 적다.
셋째. 식사할 때에는 즐거운 마음을 갖자. 식사 후에 곧바로 성을 내어서는 안 된다. 식사시간에 골치 아픈 토론을 하거나 잔소리를 늘어놓아서도 안 된다. 야단칠 일이 있더라도 밥을 다 먹은 위 일정정도 시간이 지나서 얘기하는 것이 좋다. 가능하면 식사전후에는 모든 생각을 떨쳐버리고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그 음식물을 기르고 거둬들인 '농부의 땀'에 감사하면서 먹어야 한다.
박미자 / 60년 순창에서 태어나 전북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84년부터 민족건강요법 연구 활동을 시작한 그는 89년 전교조관련으로 해직되었다.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 개인과 사회전체가 이뤄내는 공동의 결과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