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8 | 연재 [장영란 김광화의 밥꽃 마중]
상추꽃
(2015-08-17 15:04:13)
여름휴가철.
도시 손님이 온 걸 멀리서도 알 수 있다.
고기를 구워 먹는 냄새가 솔솔 나니까. 고기 구워 먹는데 빠지지 않는 게 상추.
어쩌다 상추가 고기 싸먹는 채소가 되었는지…….
고기가 없어도 텃밭에서 금방 거둔 싱싱하고 연한 상추는 아이들도 잘 먹는다.
어린 아이한테 물어보니 “부드럽잖아요.” 상추는 인류가 오래도록 즐겨먹는 채소로, 쌈만이 아니라 김치로,
냉채는 물론이거니와 국도 전도 해 먹을 수 있다.
상추 가운데 가장 맛있는 상추는? 가을에 심어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 다시 올라온 상추다.
누구보다 일찍 싱싱한 이파리를 자랑하며 그 이파리를 꺾어들면 뽀얀 하얀 젖이 송글송글 나온다.
뱅글뱅글 돌려나던 잎 가운데서 줄기가 하나 올라온다.
그때부터 이파리는 점점 작아지며 마지막에는 새 혀처럼 작아지다가 꽃대를 올린다.
멀리서 보면 꽃대가 무슨 매듭처럼 보이는데 맨 위에 도르르 말린 꽃잎이 있다.
상추꽃은 노란 꽃이 10원짜리 동전보다도 작은데, 이게 꽃 한 송이가 아니다.
작디작은 꽃들이 한데 모여 붙어(머리꽃차례) 꽃처럼 보이는 거다.
상추꽃은 단합이 잘 되어 꽃잎을 도르르 말고 있다가
아침 일찍 노란 꽃잎을 펼쳤다 오므리며 솜털 같은 씨앗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