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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3 | [사람과사람]
사람들 지역의 살아있는 문화산실 이리 문화마당 일꾼누리
김연희 문화저널 기자(2003-09-19 09:50:46)
'덩 덩덩쿵 더쿵' 귀에 익은 휘모리 가락이 신명나게 울려나오는 풍물소리에 이끌리기라도 하듯 발걸음을 재촉해 이리의 북부시장 한켠에 위치한 문화마당「일꾼누리」를 찾았다. 이리지역의 건강한 문화 보급을 위한 사업을 펼쳐오며 생산적인 문화, 공동체를 지향하는 문화, 어느 특정 계층만이 향유하는 고급문화가 아닌 민중 지향적 문화의 산실역할을 해오기 시작해 작년 11월로 창립 1주년을 맞은 「일꾼누리」 「일꾼누리」는 이리지역에서 풍물을 전문적으로 전담하는 첫 단체로 등장했다. 전주 지역에서는 문화운동이 활발하고 여러 단체들이 결성되어 있는 것에 반해 이리에서는 건강한 문화를 지향하는 민간단체가 거의 없었고 활동도 매우 부진했던 현실을 과감히 깨고 문을 연 「일꾼누리」는 문을 열 당시 만해도 잘될 수 있을까라는 염려와 기대 속에서 홍보작업을 하고 문의전화를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두 명씩 찾아와 회원이 된 사람들이 친구들과 이웃에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회원 가입을 권유하는 등 「일꾼누리」가 점차 알려지기 시작해 이제는 이리의 문화운동의 주인으로 터를 닦아 조금씩의 성과를 거두고 기초를 튼튼히 다지고 있다. 현재 11회의 풍물강습을 진행해 오고 있는데 한 회의 강습인원이 30여명쯤돼 지금까지 「일꾼누리」를 거쳐 간 사람이 360명을 넘어섰다. 「일꾼누리」의 회원은 계층이나 연령에서 다양하다. 일반시민인 아주머니 아저씨를 비롯해 직장인, 교사 등과 연령에서도 20대에서부터 60세가 넘어선 할머니까지 폭이 넓다. 2달 과정으로 초급과 중급과정으로 나눠 강습이 진행된다. 회원들의 폭이 다양한 만큼 재미있는 일도 있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은 풍물가락은 물론 다 익혔다고 장담하면서 일명 뽕짝 가락 등에 관심을 더 많이 가지는 웃지 못 할 일도 있다고 한다. 회원 중 3분의 일쯤 치지하고 있는 교사들은 일반 회원들과는 다른 파급력을 지닌 회원들이다. 교사들 자신들이 배운 풍물가락과 흥을 학생들에게 전해줘 우리 가락의 먹과 소중함을 깨우쳐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든 회원들이 보여준 풍물에 대한 열정을 맹렬하다고 표현한 일꾼누리 대표 장종일 씨는 "찾아오는 회원들은 대단한 열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결석하는 일도 없이 회원들이 가지는 우리가락에 대한 성의는 매우 큽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이 취미생활에 그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가지게 됩니다. 좀더 우리의 문화를 이해하는 시각을 좀더 우리의 문화를 이해하는 시각을 넓게 가지고 전문인이라는 의식을 가질 수 있는 역할을 인식할 수 있도록 힘을 쏟을 것입니다."고 말한다. 일꾼누리가 가장 자랑하는 일은 그 회원들을 지속적으로 모이게 할 구심체 동우회가 결성된 일이다. 「일꾼누리」의 식구들이 된 동우회 회원들은 한달에 한 번 있는 야외풍물놀이 진행을 맞아 자신들의 기량을 쌓고 풍물소리에 힘을 돋우는 일꾼누리의 든든한 힘이 되어 오고 있다. 현재는 25명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풍물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동우회를 더욱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이리에서는 국악원이나 우도농악 전수관등 제도적 틀 속에 있는 단체밖에 없어 시민들이 우리의 가락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기도 했었습니다. 시민들이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아 나갈 계획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노동자들을 위한 많은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노동자들의 힘을 북돋아 주어 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단체로 성장하고 싶습니다."고 일꾼누리 대표 장종일씨는 말한다. 이리는 공단이 형성되어 있어 노동자들을 많이 접할 수 있는 반면 각 회사 내의 노조의 상황이 열악한 곳이 많아 노동자들을 위한 많은 일들이 뜻대로 쉽지만은 않다고 한다. 노조단위로 원대병원, 오리온, 성일통상 등 몇 군데에서는 풍물강습을 실시했고, 개별적으로 노동자들이 찾아와 강습을 받고 있다고 한다. 올해에는 보다 많은 노동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세워 활동할 계획이다. 이리의 문화운동 가능성에 대해 각단체마다 정견이나 특성이 있지만 이러한 단체들이 누가 역사의 주인이고 어떻게 뭉쳐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채울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슷비슷한 성격의 단체가 아니라 독특한 특성의 성격을 지니면서 연대할 수 있는 이리지역의 튼실한 문화운동의 틀을 잡아나갈 방안을 구상중이기도 하다. 풍물, 탈춤, 연극을 전담하는 전문성을 확보한 단체들이 생겨나 지역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진정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문화운동제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꾼누리」는 창립 후 지금까지의 성과를 보여주는 창립기념 공연을 지난해 11월에 가졌다. 강습생들과 일꾼누리 강사들의 기량을 선보인 자리로 지역에서의 일꾼누리의 위치를 확인받는 자리이기도 했다. 동우회 회원들의 사물놀이 풍물판굿과 고성오광대 놀이 등 제밀주과장 전통극 공연을 강습생들과 함께 했고, 사랑가 창부타령, 진도아리랑 등 민요와 원광대 탈춤반 쌀패의 탈춤공연도 있었다. 그리고 일꾼누리 강사인 4명의 사물놀이 공연도 힘찬 박수를 받았다. 단지 보여주는 공연이 아니라 회원들이 직접 무대에 서고 함께 할 수 있었던 공연으로 이리 시민들의 큰 박수를 받았던 것 같다. 풍물, 탈춤, 민요 등 매채적 기능을 전수 해주는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을 일깨워 주는 역할에 더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히듯 일꾼누리가 지향하는 정신을 실현해 「일꾼누리」가 살아있는 문화의 산실로 이리지역에서 튼실하게 뿌리내리길 기대한다. 인터뷰 민족혼의 신명을 알리는 길 일꾼누리 대표 장종일 「일꾼누리」의 대표로 있는 장종일(29)씨의 풍물과의 인연은 대학에 들어가면서 부터였다. 원광대에 들어간 후 탈춤반 쌀패와 인연을 맺은 것을 계기로 문화운동에 대한 고민과 열정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지금 「일꾼누리」를 이끌고 있는 그는 문화 현장에서의 삶을 어지럽지만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학교를 졸업한 후 사회에서의 문화운동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문화란 단순한 기능이 아니고 우리의 삶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실현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우리 민족혼의 신명을 알려가고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은 그들을 찾아오게 하고 더욱 많은 사람들을 찾아갈 수 있는 문화마당을 여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회의 첫 시작을 문화마당 「일꾼누리」와 같이 내딛는 장종일씨는 건강한 문화와 언제나 함께하고 있다. 학교 안에서는 후배들을 다그치기도 하고 나무라면서 풍물을 가르치고 배우던 것과는 달리 「일꾼누리」에서는 사회인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단순히 기능만을 전수하는 일보다는 사회에 대한 의식의 눈을 뜨게 하는 일이 더 힘겹다면서도 서두르거나 욕심을 부리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실천에 옮겨가고 있다고 한다. 어떤 한 단체를 이끌어 간다는 것은 참으로 많은 책임이 지원진다. 회원관리에서부터 재정 운영까지 어느 한가지라도 신경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지하 한구석이지만 공간을 마련하고 그 공간을 꾸려가고 사람들을 모으고 그들과 만나는 일이 원만하게 이루어 질대 까지는 한 치의 한눈팔기를 허용하지 않는다.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상사들이 한마음으로 움직여 주어 한결 부담을 덜고는 있지만 대표로서는 그들의 상근비를 챙겨주고, 임대료를 내는 등 재정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 빠듯한 살림살이에도 불평 없이 따라주는 상사들이 고맙기만 하다고. 우리 가락의 풍장소리와 일꾼누리와 함께 살아갈 그의 삶에 신명이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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