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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7 | 연재 [TV토피아]
지상파 방송의 위기… <마이리틀텔레비전>, <프로듀사>에 답이 있다
박창우(2015-07-02 17:21:21)

지상파 방송이 위기라는 데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국민MC '1인자' 유재석이 JTBC 진출을 선언하고, tvN의 대표작 <삼시세끼>를 연출한 나영석 PD가 제51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현실을 돌이켜 본다면, 이제 비지상파방송이 지상파방송을 추월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미, 세대와 기호에 따라, KBS·MBC·SBS보다 tvN 혹은 JTBC와 같은 비지상파 채널을 더 선호하는 시청자도 생겨나고 있다. 지상파 방송이 비슷한 포맷의 드라마와 예능을 반복하며 '자기복제'에 만족하고 있는 그 순간, 비지상파 방송은 끊임없이 실험과 도전을 거듭하며 새로운 재미, 신선한 웃음을 시청자에게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다. 지상파의 위기는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2014 방송산업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지상파 방송의 방송사업 매출은 3조 8963억원으로 전년대비 609억원 감소했다고 한다. IPTV의 방송사업 매출이 전년대비 2822억원 늘고, PP(방송채널사용사업)도 5276억원 증가한 것에 비춰보면, 공공플랫폼인 지상파 방송의 위기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 기간 지상파 방송의 광고매출은 2조 733억원으로 전년대비 5.2% 감소했고, 전체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 또한 59.6%로 전년(61.1%)대비 1.5% 줄었다고 한다. 지상파 방송의 광고매출 점유율이 50%대로 떨어진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 '플랫폼'은 더 이상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지상파에 편성되면 기본 시청률을 보장받던 시대도 지났다. 이제는 '플랫폼'의 시대가 아닌, '콘텐츠'의 시대다. tvN과 JTBC가 최근 들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콘텐츠'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를 통해 눈에 띄는 결과물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위기에 직면한 지상파 방송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이하 마리텔)>과 KBS <프로듀사>는 그 대표적 예라 할만하다. 두  프로그램에는 다소 무모한 시도가 담겨있지만, 어쩌면 그 무모함이야 말로 지금 위기에 처한 지상파방송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일지도 모르겠다.

 

인터넷 개인방송의 콘텐츠를 지상파 방송의 형식으로 풀어낸 <마리텔>은 그 시작 자체가 파격적인 도전이었다. 인기 연예인이 인터넷 개인방송 채널을 운영하고, 그 과정을 편집하여 방송으로 내보내는 건 사실 지상파 방송입장의 권위를 내려놓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MBC가 이 프로그램의 기획과 편성에 OK 사인을 내린 것은 아마도 현재 침체기에 놓인 지상파방송의 돌파구가 쌍방향 소통과과 인터넷 사용자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MBC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마리텔>을 통해 '백주부'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백종원은 현재 지상파와 비지상파를 넘나들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마리텔> 또한 매주 화제의 중심에 서고 있다. 때로는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그 덕에 새로운 긴장감과 재미가 생겨나는 <마리텔>은 앞으로 기획될 지상파예능에 있어 하나의 모범사례가 되기 충분하다.

 

<프로듀사> 역시 기존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문법과 호흡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프로듀사>는 드라마 중간 중간 '1인칭 인터뷰'를 통해 스토리에 대한 부연설명을 하거나 캐릭터의 속마음을 보여주곤 하는데, 이는 리얼버라이티 예능프로그램에서 주로 사용하던 방식이다. 1,2회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색다른 시도가 드라마의 흐름을 끊어 놓는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어느 순간 비판은 자취를 감췄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저 재미있기 때문이다.

 

형식만 달랐던 것은 아니다. <프로듀사>는 이례적은 금-토 편성을 취했다. 평일 드라마도 아니고, 주말 드라마도 아닌 애매한 시간대였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사실, 금-토 편성은 <응답하라>시리즈와 <미생>처럼 주로 케이블드라마에서 즐겨 사용하던 편성 전략이었는데, KBS는 자존심을 버리고 기꺼이 비지상파방식의 방식을 따랐다. 그곳에 새로운 시청층이 존재한다면, 시도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역으로는 '콘텐츠' 자체가 좋다면, 시간대는 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 TV는 이제 새로운 숙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은 바로 인터넷과 SNS, 그리고 모바일 속 콘텐츠를 어떻게 TV로 가져와 재창조할 것이냐의 문제다. 어쩌면 그 고민의 끝에 지상파 방송이 찾고 있는 답이 숨어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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