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선 감독의 다큐멘터리 <마이 페어 웨딩>은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김조광수와 그의 19살 연하의 동성 연인 김승환이 공개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들의 '당연한 결혼식'과 그 결혼식을 다룬 이 영화가 표면적으로 던지는 사회적인 메시지는 명확하다. 그것은 평등한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벌이는 동성 결혼에 대한 인정 투쟁이다. 그에 따라 동성 결혼 관련 언론 보도, 동성애자 커뮤니티 내부의 결혼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 동성애 혐오 세력의 동성 결혼 반대 목소리, 감동적인 결혼식과 이후의 혼인 신고 불수리 관련 기자 회견, 나아가 성소수자 가족 구성권을 위한 네트워크 형성까지 촘촘하게 다룬다. 그런데 그보다는 영화의 상당 시간을 그 커플과 그 주변인들의 인터뷰에 할애하면서 결혼식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치면서 변화하는 그들의 관계와 심리 상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들은 혼인 관계의 법적 인정으로 얻게 되는 다양한 이점들을 간과하지 않는다. 그리고 결혼이라는 서약을 통해 '바람을 피우는 것'은 더 이상 예의에 어긋나는 행위가 아니가 계약을 위반하는 행위로서 서로를 더 구속하게 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결혼은 사랑의 종착점이 아니라 그 무수한 과정 중 하나라는 점을 잊는 않는다. 이들이 이 결혼식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언론의 관심 속에 동성 결혼 담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 아니라 이들의 관계가 보다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결혼 준비를 하면서 함께 보낸 8년여의 시간 동안에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서로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영화는 최초의 동성애자 공개 결혼식이라는 사회적 이슈보다도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며 이해를 넓혀가는 그들의 모습에 더 주목한다. 여기에서 결혼식은 서로에 대한 공식적인 구속의 선언이 아니라 관계의 진전에 방점이 찍힌다.
아울러 그들의 결혼식이 당위성을 획득하는 과정은 보편적 권리라는 측면보다는 이들의 관계가 얼마나 낭만적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들의 결혼식을 기획하는 지인들은 한결같이 그들이 어느 이성애자 커플보다도 로맨틱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증언한다. 그리고 그들이 결혼식을 올리는 순간, 사회자는 대한민국이 로맨틱해지는 순간이라고 선언한다. 그들의 이런 낭만적인 동성 결혼은 합법적이지만 탈낭만화 되고 있는 이성애자들의 결혼과 대비된다. 결혼 정보 업체와 국제결혼 중개업의 활황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이, 이성애자들의 혼인은 경제 논리에 따른 계급적 결합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성 결혼을 바라보는 영화의 관점은 인권적 테두리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그 시선에는 결혼의 사라져가는 낭만성에 대한 진한 향수가 담겨 있다. 동성애의 낭만성은 금기와 억압 속에 갇혀있던 지난 사랑들이 그래왔듯,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간절할 수밖에 없는 사랑에 내재한 본연적 특성이다. 그리하여 영화는 결혼의 본질이 계약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사실을 동성 결혼에 빗대어 재차 환기하려는 것은 아닐까. 마치 오늘날에는 동성애자들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수호자가 된 듯하다.
김조광수와 김승환의 동성 결혼식이 주는 울림은 동성애자들에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동성애자들이 보여주는 낯선 결혼식을 통해 결혼의 의미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 어떠한 형태의 결혼식이라도 당연한 권리일 수 있지만 그 의미는 당연하지 않다. 결혼의 의미는 관계의 성찰 속에서 끊임없이 묻고 따져야만 한다. 이렇게 <마이 페어 웨딩> 속 당연한 동성 결혼은 동성애자들의 동등한 결혼권 획득을 위한 운동의 시발점을 넘어 결혼의 본질적 의미에 대한 고찰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