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아 아, 사람아
다이허우잉 지음 | 신영복 옮김 | 다섯수레
중국인들에게 문화혁명은 우리의 5.18과 비슷한 의미를 가지는 사건이다. 또한 어떤 면에서는 더 복잡한 함의를 가지기도 한다. 5.18이 근본적으로 지향이 다른 양대 세력간의 투쟁이요, 그에 따라 선악의 경계가 분명한 사건인 반면 문화혁명은 49년 혁명 이후, 새로운 중국 건설이라는 공통의 열망을 가진 중국 지식인 집단 내부의 투쟁이기 때문이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분이 불가능한, 결국에는 모두의 꿈이 일그러지고 영혼이 파괴당하는 사건이었다.
소설은 이와 같이 역사의 격변 속에서 일그러진 인간관계를 묘사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그 기법이다.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일인칭 소설이다. 그런데 장과 장마다 소설의 화자가 달라진다. 이를 통해 다이 호우잉은 격변기의 피해자와 가해자, 방관자들이 저마다 가진 그 나름의 이유를 공평하게 진술토록 한다. 인간과 역사의 복합성과 다면성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지음 | 돌베개
그의 이름 석 자는 한때 '갇혀있는 이'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보내고픈 편지의 대표 발신자였다. 1988년 출간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20년 20일을 '짐승의 시간'에 묶여 지내야 했던 한 양심수의 고백이자 연서로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시간이 가고 계절이 바뀌는 시점에서 하는 사유, 자연을 바라보는 사유 그리고 폐쇄된 공간과 정해진 사람들 사이에서의 관계성의 사유, 그리고 고전들을 깊이 탐독하면서 긴 홀로 남아 있는 시간을 활용하여 사유하는 경험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또한 저자가 감옥에서 그린 그림, 하루 두 장씩 지급되는 휴지와 비좁은 봉함엽서 등에 철필로 깨알같이 박아 쓴 일부 편지의 원문을 그대로 살려, 글의 내용에 못지않은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책이 수신자별로 구성되었던 데 비해 이 책은 시기별로 구성되어 있어 발신자인 저자의 입장이 보다 잘 드러난다.
강의
신영복 지음 | 돌베개
자본주의 체제의 물질 낭비와 인간의 소외, 황폐화된 인간관계를 근본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하는 신영복의 동양고전 강의. 성공회대학교에서 '고전 강독'이란 강좌명으로 진행되었던 신영복 교수의 강의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고전 독법에서 과거에 대한 재조명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며, 당대 사회의 당면 과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고전 독법의 전 과정에 관철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는 그런 저자의 관점이 반영된 고전 강독을 토대로 과거를 재조명하며 현재와 미래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시경, 서경, 초사, 주역,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묵자, 순자, 한비자, 불교, 신유학, 대학, 중용, 양명학을 관계론의 관점으로 살펴보고 다양한 예시 문장을 통해 관계론적 사고를 재조명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역사 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
나카지마 아츠시 지음 | 명진숙, 신영복 옮김 | 다섯수레
나카지마 아츠시는 지명(知命)의 나이를 갓 넘기고 요절한 소설가이다. 생애 20여 편의 작품만을 남겼는데, 대부분이 단편이며, 또한 대부분이 사후에 발표된 유고이다. 그러니 작가의 문학은 유고 이후에 인정받게 된 셈이다. 그의 문체는 비정하리만큼 담담한 문장으로 형상화되어 있는 이 작품들은 독자를 역사 속 인물들의 삶의 현장으로 인도하여 인간 이해에 깊이 있는 시각을 제공해 준다. 마치 우리나라의 요절 시인 기형도가 사후에 작품에 대한 평가와 인기를 얻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고. 역사 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에 실려 있는 나카지마 아츠시의 작품은 1942년 7월에 발표된 첫 작품인 산월기(山月記), 1942년 12월에 발표된 최후의 작품 명인전(名人傳), 사후에 발표된 제자(弟子)와 이능(李陵) 네 작품이다. 각각의 작품들은 모두 중국의 고전에서 그 소재를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