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5.6 | 연재 [꿈꾸는 학교 행복한 교실]
아이는 어른의 거울
최지현 (2015-06-01 09:50:22)

어른들은 아이들을 기르며 많은 죄를 짓는다.

마음으로 짓는 죄, 행동으로 짓는 죄, 사랑이라는 미명을 걸고 짓는 죄.

아이를 기르며 많은 부모들은 속상해 한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서, 혹은 말썽을 부려서, 혹은 뜻대로 자라주지 않아서 등등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러나 실상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들의 그 모습은 부모를 중심으로 하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모습이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의 모습을 보면 그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아이는 제 부모의 모습을 보고 그 언행을 흉내 내며 자란다. 지금은 서른 살이 갓 넘은 조카가 있다. 이 아이가 어렸을 때의 일이다. 언니 집에 놀러간 나는 어이없는 광경을 보았다. 당시 서너 살이던 그 아이가 아랫목에 비스듬히 누워서 "여보, 여보"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린 아이의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지만 저는 그 모습에서 그 아이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은 평상시 그 아이 아버지의 행동과 말투였다. 저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그 아이의 아버지는 그 뒤로 아이가 있을 때 행동에 조금 조심하게 되었다.

어느 유치원 선생님이 쓴 글에서 읽은 이야기를 하나 하겠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소꿉놀이를 하면 부부 싸움을 흉내 낼 때도 사이좋게 밥 먹는 모습을 연출할 때도 사전 대본이 없는 아이들은 각자 집에서 본 부모의 모습을 흉내 내며 논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아이들의 대화 중에 아버지 역할을 하는 아이의 폭력적인 언사에 놀라기도 하고 장사를 하는 부모의 언행을 흉내 내는 아이의 모습이 귀여워 웃기도 한다고 했다. 이처럼 아이는 부모의 말과 행동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결국 아이 행동의 원인과 책임은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에게 있는데 그런 아이들을 두고 말을 안 듣는다거나 말썽을 피운다거나 해서 미워하고 심지어 때리기도 하는 부모도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매를 맞아서 그 행동이 달라지지 않는다. 우선 매가 무서워 행동이 달라지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부모의 매가 무서워지면 무서워질수록 아이들은 좀 더 철저히 부모를 속이려 들고 그 앞에서만 아닌 척 하지 부모가 바라는 모습으로 자라주지 않는다.

그것은 아이의 심성이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부모에게 맞으면서 자라거나 폭언과 핀잔, 비웃음 등을 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무엇보다 정서적으로 불안해지고 자존감이 낮아진다. 몸이 아픈 것보다 더 크고 심각한 마음의 상처가 남게 된다. 그런 마음의 상처를 스스로 다스리지 못할 수밖에 없어 문제 행동을 하게 된다.

어른들 몰래 나쁜 짓을 하기도 하고 친구들을 왕따 시키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것에 두려움이나 가책을 느끼지 않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가 왕따를 당하거나 학교 폭력의 희생자가 되었을 때 그런 문제를 극복할 힘을 갖지 못한다. 학교폭력이 극심한 경우에는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이런 상처는 성격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그 상처는 어른이 되어서까지 치유되지 않고 남아 있기도 한다. 부모와의 관계가 좋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도 사회에 나가서도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서 잘 적응하고 누구보다 앞서가게 된다. 그리고 부모가 중심을 꽉 잡고 옳고 그름을 바르게 판단하고 본을 보이며 살아간다면 아이들은 큰 문제없이 성장하게 된다.

지금 자기 자녀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면 아이들을 탓하기 전에 어른들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내가 아이에게 억압적인 부모는 아닌지, 아이들을 불안하게 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살피고 반성한 후 문제에 접근해야 아이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질 것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