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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5 | 연재 [수요포럼]
문화를 위해 공간이 주는 힘
김이정 기자 (2015-05-07 14:09:01)

 

감자꽃 스튜디오는 강원도 평창에 있는 폐교를 마을의 복합 문화공간으로 개조한 공간입니다. 기존의 학교 건물은 남겨두는 대신, 교실을 강의실, 연습실 등으로 개조해서 지역주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방학 때는 아이들을 위한 문화예술 캠프도 열고, 예술가들을 위해 공간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관광객들을 끌어 모아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켜주는 역할도 하고 있는, 감자꽃 스튜디오.

시작부터 운영까지 주민들과의 상생을 중요하게 여긴 덕분에 마을 주민들도 환영하는 중심 문화공간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청춘과 역량을 바쳐 문화의 싹을 틔운 이선철 감자꽃 스튜디오 대표의 이야기를 수요포럼에서 들어보았습니다.



일시 | 422() 1930

장소 | 전주 한옥마을 공간 봄

주제 | 함께 문화의 싹 틔우기

강사 | 이선철 감자꽃 스튜디오 대표

 

강원도 평창에 있는 폐교를 복합문화공간으로 가꾸어 평창의 랜드마크가 된 감자꽃스튜디오’, 문화의 불모지나 다름이 없었던 이 곳에 문화의 씨를 뿌린 이선철 대표. 더욱이 이 곳은 누구 하나의 활동이 마을 주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함께 문화활동에 참여하고 즐기고 있습니다.

감자꽃 스튜디오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문화활동은 그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삶이 되었고, 밖에서는 이런 활동과 삶을 배우고 함께 즐기기 위해 많은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선철 대표는 함께 문화의 싹을 틔우기 위한 공간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공간과 문화기획, 공간과 공동체문화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수요포럼에서 들어봤습니다.

 

문화기획으로 청춘을 보낸 사람

저는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감자꽃 스튜디오라는 강원도 시골 평창 농촌의 폐교를 활용한 문화공간을 만든 사람이고 예술경영을 공부했다.

20대 때에는 사물놀이로 유명하신 김덕수 선생님 아래서 공연, 기획을 하면서 보냈고, 30대에는 대중문화와 관련된 폴리미디어라는,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벤처 기획사를 운영했다. 소속 가수로는 자우림, 노영심, 이적, 이한철, 롤러코스터, 긱스, 가야금하는 사계 이런 팀들이 소속 아티스트들이었다. 서울에서 공연이나 음반기획하던 일을 하는 사람이 왜 강원도 평창까지 갔는지 많이들 궁금해 하실 테다. 지난 달 강연을 했던 인재진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총감독이 제 절친이다. 서로 비슷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고 연령대도 비슷해서 가깝게 지내고 있다. 인재진 감독이 축제 중심으로 문화를 이야기했다면, 저는 오늘 공간중심으로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평창이라는 지역에 있다 보니 관광이라는 영역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다른 지역에 방문했을 때에도 그 지역의 관광에 대해 굉장히 유심히 보게 되는 버릇이 생겼다. 우선 개인적으로 전주 강연이 처음이 아니고, 이런저런 일로 자주 방문하는 지역 중 하나이다. 전주 슬로시티 위원을 맡고 있기도 하고, 시장사업인 문전성시때문에 남부시장 청년몰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다. 완주 마을 공동체 관련해서 강의를 한 적도 있는데, 제가 스스로 한 번씩 깨닫거나 놀라는 것은 전주라는 하나의 강의 지역을 놓고서도 한 문화기획자가 관계하는 영역이 다양하다는 사실이다.

저는 20대가 될 때까지 서울에서 태어나 다른 곳에 살아본 적이 없고 부모님 고향이 이북이어서 고향이랄 것도 없었다. 그러던 중, 2002년도 덜커덕 연고도 없이 건강상의 이유로 평창에 귀촌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산이랑 자연이 좋아 갔다고 했고, 실제 자연 속에서 생활을 하면서 즐거운충격들을 느꼈다. 그 때 다른 사람들이 얘기하기를 6개월 저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했다는데 벌써 13년째 평창에서 지내고 있다. 이 곳 생활도 10년이 넘어가니 지역문화의 전문가처럼 포장이 돼서 많은 분들이 저를 찾고 있다. 제가 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장황하게 한 이유는 바로 인생을 살면서 이유 없는 경험은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 오신 분들에게 이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서 서론이 길었다.

지금 당장 하는 일이 나중에 어떻게 전개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20대 때는 사물놀이 기획실장으로써, 30대에는 대중문화와 관련된 일, 순수문화, 대중문화에 이어 40대에 저와 함께했던 것은 지역문화다. 이런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문화기획자라는 본질적인 역할은 바뀌는 것이 없었던 것 같다.

오늘은 그간 평창에 있으면서 실험적인 형태의 연구결과로 얘기하기보다 현장에서 좌충우돌하면서 겪었던 경험들을 주제에 맞게 잘 갈무리해서 말을 나누고 저의 경험들을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다.

 

공간, 장소와 문화기획의 상관관계

오늘 제가 여러분에게 드리려고 하는 한 가지의 키워드는 공간이라는 큰 주제다. 오늘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에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활성화할 수 있는지 공유하려 한다.

최근 전주도 마찬가지로 청년과 대학생은 물론 중·고등학생들까지도, 문화기획이나 예술기획, 예술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다. 제 학번이 85학번 나이니까 그 당시에는 이런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었다. 그게 바로 25년 전 일인데, 그때만 해도 주위의 많은 이들이 무슨 대단한 공부를 하길래 거길 가느냐’, 이만큼 이 분야에 대한 정체성이나 특성이 초기였다고 생각한다. 문화기획에 대해서 보는 관점들이 다양한 것 같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어떤 친구는 문화운동 같은 성격으로 바라보는 친구가 있는 반면, 어떤 친구는 좋은 의미의 상업적인 접근을 하는 친구, 또 다른 어떤 친구는 정책이나 공공에 관심을 두기도 한다. CB(Community Business Center, 커뮤니티 비즈니스센터)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어색했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 농촌에서는 CB라는 단어를 주고받는 게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지역과 작은 마을에서도 문화기획이 많아지고 있다.

문화기획자의 역할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관계가 서로 일을 만들어주고, 그 관계가 일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게 된다. 제 인간관계를 정리하면, 엑셀 데이터 한 장으로 끝날 수 도 있지만 열 손가락 안에 꼽는 사람들끼리 서로 교류하고 관계를 맺으면서 건강한 관계가 마련된다.

저 같은 경우 장소와 마케팅, 전통문화, 한옥 등을 어떻게 관광에 활용할 것인가. 이런 것도 많이 고민 되는데, 지난해 용인대에 있을 때는 학생들 80명을 데리고 전주국제영화제 단체 관람을 와서 한옥마을에 숙박을 시키고 안내를 했다. 전일슈퍼에 가서 교수님들에게 가맥 체험을 시켜드리고, 학생들에게 풍년제과 초코파이 60개 사서 차에 실어주고, 마지막에 남부시장 꼭대기 청년몰에 가서 식사를 즐겼다. 전주라는 짧은 경계 내에서도 재래시장과 다양한 프로젝트, 축제, 영화제 이런 것들이 섞여있어서 재밌는 경험이었다.

그런 경험을 통해 과연 문화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얼마나 다양해지는 것일까 생각이 들었고, 도구로서의 문화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평창에 사니까 지방이라는 말보다 지역이라는 말을 많이 쓰게 된다. Local(지방)로서의 개념, Region(지역)으로서의 개념, 이런 책을 읽어보신 분이 있는지 모르겠다. 고장의 개념에 대해 잘 설명되어진 서울대 김형국 교수 고장의 문화판촉이라는 책이 있다. 사람들은 보통 '고장'이라는 말은 잘 안 쓴다.

가령,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시험 문제 중에 다음 중 우리 고장과 특산물이 올바르게 연결된 것은? 이런 식으로 고장이라는 단어를 접했을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쓴 원로학자는 왜 굳이 고풍스러운 지방이나 지역이 아닌 고장이라는 말을 썼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고장은 지역이나 마을 이런 것보다 훨씬 더 고향의 감성을 가지고 지역을 바라보는 접근이다. 판촉 특산물을 팔아야 되고 장소를 팔아야 되고 열심히 팔아야 된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을 해결하는 것이 문화, 문화로 팔아야 된다는 것이다. 지역의 문화 마케팅. 우리 고장은 문화를 가지고 팔아야 되는데 문화자체를 팔아야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지역의 문화 마케팅 4P를 이야기하지만 우리문화는 문화자체를 파는 것도 중요하다. 도시와 마을의 실질가치 창출을 하는 데 있어 지역 개발의 대안적 방법론은 도시재생’/ 원도심 활성화다. 이를 위해 새로운 4Ps의 분석설정을 해보자면, 장소는 시설 공간 인프라 환경, 프로그램은 자원 콘텐츠 상품, 프로모션은 홍보 교류 네트워킹, 인력은 주민 역량 운영이 밑받침 해줘야 한다.

장소마케팅(Place Marketing)의 관점이 과거 명승지나 특산물 위주에서 장소 위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창조도시라는 개념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창조도시의 3대 이론을 이야기하면서 제일 먼저 꼽는 인물이 찰스 랜드리다. 그는 창조계급의 창의적 경제활동을 위한 도시문화와 창조계급들이, 도시산업구조에서 창의적 성과를 창출한다고 말했다. 창조계급은 새로운 노동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고 전문성과 강도 높은 업무환경 문화를 즐기며 다양하고 적극적인 삶을 추구한다. 일본의 마사유키 사사키는 창조도시의 도전을 자족적인 도시경제 시스템으로 분류했다. 자유로운 창조적 활동이 문화, 산업의 창조성을 촉발시키고, 탈 대량생산, 혁신적이고 유연한 도시경제시스템에서 예술가와 창작자, 시민이 연계된 창작활동을 혁신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창의적인 산업이 활성화되고 환경문화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 창조도시의 해외 성공사례는 영국의 게이츠헤드와 일본의 가나자와, 이태리 볼로냐다. 창조도시 개념은 문화적 기반과 프로그램의 운영, 시민의 참여는 물론 지역의 맥락과 특성에 맞는 정책적 접근과 사업의 전개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이론적 배경에 대해 잠깐 소개하고 가자면, 찰스 랜드리는 창조환경을 강조했다. 예술과 문화에는 창조적인 힘이 있다. 창조적 문화활동들은 자유롭게 영위할 수 있는 문화 인프라, 창의적 사고, 창의적 계획, 창의적 활동의 유기적 체계, 개인 자질, 의지, 리더십,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 창의적 조직문화, 지역 아이덴티티, 도시 공공 공간/시설, 네트워킹/연대구조 동태성 등이다.

동영상으로 보셨다시피 영국 소도시 게이츠 헤드의 사례를 보면 문화예술이 갖고 있는 사회적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지 이해할 수 있다. 여러분은 높은 실업률을 기록하며 쇠락해가던 공업 도시에 거대 조형물을 짓는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독립적인 지역발전의 키워드는 돈이 아니라 창조라고 한다. 창조도시, 창조계급, 창조경제 등 창조라는 말이 하도 많이 쓰이다 보니 그 의미까지 평범해지는 느낌이지만, 제가 말하고자 하는 창조는 그렇게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 또 음악당과 미술관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연극을 공연하는 경로당도 얼마든지 창조 환경이 될 수 있다. 자족적인 도시 시스템이 만들어지려면 창조적인 환경과 주민들의 문화적 역량이 결합되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문화적 역량은 교육을 통해 키울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사회 취약계층에 문화예술 향유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중요하다. 문화예술을 잘 누릴 수 있는 관객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개인의 삶과 지역, 사회의 가치가 크게 향상되기 때문이다.

 

평창, 그리고 감자꽃 스튜디오

무주가 한창 평창하고 동계 올림픽을 두고 경합을 벌일 때 강원도민은 출입금지라는 푯말을 본적이 있다. 올림픽 개최지를 두고 두 지역이 치열하게 경합을 벌였으나 IOC는 평창에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따라 강원도 평창 하면 뭐가 생각나느냐는 물음에 대체로 사람들의 대답은 올림픽이라고 답한다. 옹색하게도 제가 있는 강원도 평창은 메밀과 감자 아니면 내세울 게 없는 지역이다.

사람들이 문화공간에 대해서 생각할 때, 문화공간은 꼭 새로운 곳이어야 되거나, 리모델링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꼭 그렇지 않다.

감자꽃 스튜디오의 이야기로 넘어오게 되면, 솔직히 이 곳의 건물은 새로 짓는 게 경제적으로는 훨씬 효율적이다. 하지만, 원형을 살려보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왜냐하면 감자꽃 스튜디오의 건물로 쓰인 폐교가 이 곳 지역 주민들의 모교이기 때문이다.

요즘 이야기하는 리바이털리제이션(Revitalization,새로운 활력을 주다), 도심 재생방법 중 하나인 옛날 건물들을 부수지 않고 원형을 잘 살려보고 이런 것을 나름 잘 살려보려 했다. 감자꽃 스튜디오는 아뜨리움이라고 하는 건축기법을 활용해서 겉을 모던하게 활용했지만 돌아가보면 원형이 그대로 살아있는 모양새다. 처음부터 그런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완충 역할을 해서 이 건물이 환경친화적인 건물이 됐다.

건물을 잘 설치하고 나니 이 공간 활용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단순히 하드웨어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이 곳에서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잘 살려 여러 가지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에 감자꽃 스튜디오가 기여하고 있다.

이 지역의 초, 중학교 아이들에게 국악을 할 수 있도록 악기도 지원하고 강사도 지원하고 전교생한테 국악도 가르치고 마을주민에게 밴드도 가르치게 되었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대일 밴드 프로그램도 6년째 지속되고 있는데, 사업 시작 첫해에 3명이 실용음악과로 진학을 했고, 이들이 다시 감자꽃 스튜디오에 돌아와 강사 또는 스튜디오의 매니저로서 활동하고 있다. 학교를 졸업하거나 군대를 갔다 와서 다시 마을로 복귀했던 아이들이 모두 다 건강한 성인들로 성장해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 엘 시스테마가 있다면, 평창에는 감자꽃 스튜디오가 있다고 할 정도이다.

 

이제는 배짱이도 필요한 시대

예술가의 역할을 생각해 볼 때 여전히 예술가 생산적 취약하다 보니까 사회에서의 위상이 낮다.

도시와 농촌은 환경도 다르고 그 안의 툴도 다르지만, 좋은 기획자와 매개자는 그 어디에나 필요한 법이다. 특히, 농촌에는 배짱이 같은 이들이 많이 필요하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도시의 모델이고 농촌의 모델이고 간에 그 안의 맥락 문화를 사용한다고 할 수 있다. 그 안에서는 좋은 투자가 이뤄진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이다. 나는 마을이 잘 되려면 백수가 한명 필요하다. 그런데 어떤 백수가 필요할까, ‘오지랖 넓은 백수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놀고먹는 배짱이를 질책만 했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배짱이를 잘 활용하면 문화적으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요즘 시대는 배짱이만 잘 활용해도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있는 중요한 존재가 된 셈이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라는 말이 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도 찾아온다는 뜻인데, 가끔은 열심히 일하는 개미에서 벗어나 베짱이가 되어, 여러분의 삶에 변주를 주는 문화예술을 한껏 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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