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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5 | 연재 [커피청년의 별별여행]
봄에 떠나는 카페여행
사람을 여행합니다. 당신이 내게 여행입니다.
김현두 (2015-05-07 13:58:11)

 


 

장맛비처럼 비가 내리던 3년 전 내 봄날의 여정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억수같이 내리던 봄비가 잦아들고 난 후에도 남도여행은 이어졌다. 그때 나는 카페여행을 하는 중이었으니까 엄밀히 말하면 카페를 찾는 중이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언젠가 내 고향 시골에 만들고자 하는 내 꿈의 공간을 위해 좀 더 많은 공간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함인 여행이었다. 그때 전라남도 구례에서 만난 작은 카페이야기를 여기에 편지처럼 남겨보려고 한다.

 

도시의 화려함은 없지만 시골의 정겹고 투박한 거리에 자리한 빈티지한 색채의 색다른 공간이었다. 구례경찰서 맞은편 오래된 건물 1층에 자리한 잼있는커피 티읕이라는 카페 이름부터 너무나 재미있는 곳이었다. 주인장의 이름은모모인데 아직도 모모의 본명은 알지 못한다. 주인장이 직접 자작(통돌이)로스터로 생두를 볶고 핸드드립커피와 더치커피, 그리고 모카포트 등 수동 추출도구로만 커피를 추출하는 이색적인 카페이다. 내가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구례의 시골밴드 기타리스트이며 보컬을 맡고 있다는 것과 남편이 자기를 만드는 장인이라는 것만이 전부이다. 무엇보다 맛있고 이색적인 커피들을 이 시골 읍내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나를 더욱 흥미롭게 하였다. 처음 핸드드립커피를 접하는 사람들 중에는 원두의 종류가 워낙에 많다보니 종종 어떤 커피를 골라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카페 잼있는커피 티읕에서는 그런 여행자들과 손님들을 위해모모가 직접 만들어 놓은‘Roller’메뉴판이 준비되어 있으니 걱정은 붙들어 매도 될 것 같다.


가게 이름이 왜 잼있는 커피인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궁금증이 생겨서 나중에모모에게 넌지시 물어봤더니티읕은 차의 영문 식 발음인 와 이웃을 발음할 때 나는 웃을 으로 표현 한 합성어라고 했다. 사랑하는 이웃들과 커피와 차 한 잔 나눌 수 있는 투박한 시골의 재미있는 카페에서 잠시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 카페에서는 모모가 직접 로스팅 한 여러 나라의 원두를 손님 앞에서 추출을 하는데 맛과 향뿐만 아니라 눈으로도 즐길 수 있는 매력 있는 카페이다. 여행을 떠나와 눈까지 즐기며 마시는 커피의 맛은 누구나 흉내 낼 수 없는 쌉싸름하고 향긋하고 깊은 맛이다. 이 카페는 매우 작은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입구 쪽에 놓인 작은 테이블 몇 개와 바 형태의 긴 테이블이 전부이다. 공간은 비록 협소하지만 카페의 넘치는 매력을 발산하기에는 너무나 훌륭한 곳이다.


남도 사투리 중에 무언가에 매우 흡족해 할 때 쓰는오지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 표현이 딱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작은 소품들과 오래된 LP판들까지 도 모두 있어야 할 자리에 놓여 있었다. 공간은 작지만 카페 안의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매력까지 작게 할 수는 없는 곳이었다. 이 길쭉한 테이블은 참 재밌는 공간이다. ‘ 모모의 맛있는 커피와 카스테라 빵을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신기한 부엌과 그 향긋한 커피를 대접받는 손님들이 서로의 경계를 만들어내면서 카페 안에 더욱 멋스럽고 특별함을 강조하는 테이블이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모모와 여행자들의 따뜻한 속삭임이 있는 그런 테이블일 터이다. 내가 생각하는 시골 카페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던 이곳, 커피트럭을 타고 떠났던 여행 초반에 만난 잼있는커피 티읕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선물 같은 공간이다. 아마 시골을 사랑하고 그곳을 지켜가는 도시이민자인 모모 식구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꿈꾸는 그곳에서의 삶을 나 또한 동경하고 응원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카페의 또 하나의 매력은 다름 아니라시간이다. 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점심쯤 도착했는데 시간이 어느덧 해가 저물어가는 늦은 오후가 되어가고 있었다. 해질녘 입구 쪽 스테인드글라스 창에 햇빛이 드리우며 아름다운 색감이 카페 안을 휘감을 때 시간이 선물해주는 따뜻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해질녘에 카페잼있는커피 티읕을 찾아가보는 것도 또 하나의 팁이 될 것 같다. ‘잼있는커피 티읕은 시골에 있지만 시골스럽지만은 않은 정취가 있어 좋았고, 그렇다고 도시처럼 경직되거나 딱딱하지 않아서 좋았다. 음악과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고, 때로는 여행자들이 잠시 들러 삶을 얘기하는 작은 쉼터라 더욱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동네 사랑방의 역할을 해주는 그런 공간이라는 생각이 스쳐가면서 나만의 시골카페를 상상하기도 하였다. 카페를 좋아하고 찾아가는 사람들 중에는 화려한 인테리어나 커피 맛, 안락하고 편안한 의자 등을 카페를 선택하는 여러 이유들로 내세우지만 그 모든 것을 따지지 않고 잠시나마 당신의 삶과 여행을 이곳에서 멈춰서보는 것은 어떨까? 여기 카페잼있는커피티읕에서 말이다.

 

나는 공간이란 것을 통해서 사람과 사람의 커뮤니티가 연결되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공간이라는 것을 통해 현실의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 일을 하는 공간(회사), 결혼식을 올리는 공간(예식장), 커피한잔을 마시는 공간(카페), 모든 현실의 삶이 공간이라는 특정한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개개인의 연결고리이겠지만 나중에는 지역의 커뮤니티가 연결될 수 있는 것이 공간을 통해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삶의 방식이지 않을까 한다. 나는 오늘도 꿈을 꾼다. 내 고향 진안이라는 작은 시골에 삶의 작은 거처와 함께 여행자의 숨결을 그대로 담아 낸 여행자의 카페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말이다. 그 공간에서 떠나는 또 하나의 여행을 그리며 오늘 그 첫 삽을 뜨게 되었다. 내년 봄에는 작은 시골카페에서 향긋한 커피 향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나를 떠올려본다. 이 봄날 카페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싶다.

 

일상 속에서 오늘 내가 만난 여행은이었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도시와 치열한 우리의 삶 속에서도은 피었다가 사라진다. 다만 우리의 눈과 마음이 저을 보지 못하고 이이 잊혀 질까 두렵기만 하다. 내 안의 특별함을 만나는 그날이 나에게는 여행이고 치유이다. 내가 만난 오늘은 과 같은 여행이었다. 사람들은 참으로 치열한 시간과의 여정을 살아가는 것 같다. 더더욱 요즘 같은 발 빠른 시대의 흐름 속 에서는 그 시간 안에서의 치열함을 마주하다보면 지금 찾아 온 봄을 잊게 만드는지도 모를 일이다. 잊지 않기 위해 나는 떠남이 언제나 옳다는 것을 믿는다. 봄꽃이 만발한 이 계절 시골로 찾아 드는 여행을 꿈꾸어보자.

      

-카페알고가기

카페잼있는커피 티읕의 테이크아웃은 자신의 컵이나 텀블러, 물통을 가지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부득이하게 준비를 못했을 때는 카페에서 에코컵을 빌려주는데, 다음에 올 때 돌려주면 된다. 환경을 생각하는 착한 카페이다. 매달 첫째 주 토요일 7시에는 미나리 컬렉션이라는 재미있는 공연과 이벤트가 펼쳐지니까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도 좋겠다.

 

주소: 전라남도 구례군 구례읍 봉동리 317-9번지 구례경찰서 앞

전화: 061. 783.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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