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용택이 나고 자라며 서정을 키워온 섬진강. 진안 팔공산의 데미샘을 떠나 광양만 바다까지 오백리 길을 나선 물줄기가 야트막한 봉우리들과 어울려 쉬엄쉬엄 구불거리는 곳에 강경마을이 있다. 마을 앞을 흐르는 강의 경치가 하도 빼어나서 옛부터 ‘강경(江景)’이라 불렸다. 김 시인의 고향인 진뫼마을,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촬영지로 유명한 구담마을을 지나 장군목과 강경마을로 이어지는 마실길은 섬진강이 몰래 감추어둔 은은한 풍광을 벗 삼으며 걷는 트래킹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순창읍내에서 15km, 전주에서 50km쯤 떨어진 강경마을은 본래 순창군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였다. 지금도 동네 이름을 ‘갱경굴’이라고 부르는 마을 어르신들은 ‘옛날에는 다 자란 소들은 못 지나다닐 정도로 산길이 좁고 비탈져서 소를 키우기만 하고 내다 팔지 못했다’는 전설 같은 일화를 들려주기도 한다.
주민들의 평균연령이 70세일 정도로 노령화되어가던 강경마을에 지난 2012년부터 귀농․귀촌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활기가 돌고 있다. 현재 이 마을에는 모두 여섯 가구가 귀농․귀촌하여 정착했고 앞으로 두 가구가 더 이사 들어올 예정이다. 이 중에는 대기업의 반도체연구소에 근무하다가 고향에 돌아와 모시모종을 재배하고 국화차를 담그는 이도 있고, 읍내로 출퇴근하는 현직 경찰관도 있다. 어떤 이는 마을 근처의 ‘섬진강마실휴양숙박시설단지’를 위탁받아 운영한다.
강경마을이 귀농․귀촌의 성공사례로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단지 귀농․귀촌자 개개인의 성공적인 정착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은 노쇠해진 산골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마을공동체를 복원하는 일에 뜻을 모았다. 주민들과 함께 공동농장을 만들어 고사리를 재배하여 인터넷으로 판매하기도 하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생태체험학습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동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적성슬로공동체’가 전북형 슬로공동체 사업지구로 선정되어서 향토 문화와 역사, 자연, 사람이 어우러지는 섬진강 이야기길 탐방로 조성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강경마을로의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는 임시거주공간으로 마을 인근에 있는 ‘순창군 체제형 가족농원’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본래 도시민들의 주말농장용 숙소 개념으로 만들어졌지만, 아직 살 집을 마련하지 못한 귀농․귀촌준비자들도 임대할 수 있다. 한편 순창군에서는 직계가족 2인 이상이 실제로 거주하는 귀농․귀촌자들에 한해 이사 비, 주택수리비, 소득사업비 중 일부를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