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아이를 만나면 이야기 봇물이 터진다. 아이는 『바둑의 달인』이라는 책을 읽고 한 나라에서 바둑을 가장 잘 두는 사람을 ‘국수’라고 한다는 걸 알았다며 재미있어한다. 국수(國手)와 국수(麵)가 동음이의어라는 걸 설명하자 본심을 내보인다. “엄마, 오늘 저녁은 국수 먹으면 어때?” 덕분에 맛난 국수집에 앉아, “너도 국수(國手)될 수 있니?” 물으니 아이는 “내가 어떻게 국수(麵)가 돼?”, “아니, 바둑의 최고봉 국수(國手)”, “음, 앞으로 4년 쯤 더 배우면 될 수 있을 거 같아” 세상에~ 모르는 게 약이라더니 저렇게 자신만만할 수가!
언어를 재료로 소꿉놀이를 하듯 즐겁게 보내고 저녁까지 간단히 해결하니, 나만의 자유시간이 길어졌다.『엄마 인문학』을 펼치니, 하루에 시 한 편(문학)을 읽으면 삶의 밀도가 달라지고 사유의 영역이 넓어진다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저자는 ‘세바인(세상을 바꾸는 인문학) 인문교육연구소’를 만들었고, 인문학의 중요성에 앞서 엄마의 인식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하면서 첫 프로젝트로 ‘엄마 인문학’이라는 강연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강연의 묶음이『엄마 인문학』이다. 엄마들의 혁명을 선동하고 연대의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는 서문은 오래된 농담 같이 익숙하지만 진중한 어조와 절박한 필요성에 가슴 뛰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역사, 예술, 철학, 정치와 경제, 문학까지 다양한 주제로 풀어나간 강연에서 저자의 논지는 간결하다. “모든 것의 맥락을 읽어라!! 어떤 지식이든 반드시 현재의 내 앞으로, 내 삶의 앞으로 데리고 나와 지금의 눈으로 읽어 내야 한다. 시대적 상황과 맥락을 제외한 이론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옮겨 가지 않아 ‘자유로운 개인’이 되기 힘들다. 어떤 영역이든 나의 철학으로 깊이 통찰하고 반성하고 혁명적 실천을 하라”
단편적으로 알았던 지식이며 정치경제적인 사건, 근현대의 주요 미술 작품 등에 얽힌 시대적 상황과 재해석을 읽는 재미를 엄마들에게만 국한시킬 일이 아니다. 남녀노소 누구라도 이 책을 읽고 각자의 자리에서 주체적이고 비판적인 삶을 실천하면 우리 세상은 서서히 바뀌지 않을까? 그러니 『엄마 인문학』이라는 제목에 나온 ‘엄마’는 생물학적 엄마이기 보다는 ‘엄마성(性品)을 가진 사람, 돌봄의 책임이 있고 키움의 감성을 지닌 존재’ 즉, 지금 우리 사회를 이끌고 있는 어른들일 것이다.
<삶으로서의 정치, 사상으로서의 경제>부분 중, ‘나도 모르게 체념을 체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앞으로 우리 사회의 앞날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말을 오래 곱씹어 본다. 지금의 정부와 정치를 바라보며 체념에 익숙해진 나는 새삼 ‘4년 후면 국수(國手)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아이의 낙관과 희망이 한없이 부러워진다. 엄마가 혁명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걸 모르지 않지만 개인의 존재는 미약하게 느껴진다. 그렇기에, 공부하는 너와 나 (‘우리’라 묶지 말자!)의 고민이 시작되는 지금이 ‘연대할 수 있는 인큐베이터의 발아 시점’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내 안에 깊은 울림을 준다.
미래는 늘 새롭게 시작되고 그 중 가장 먼저 변화가 일어나는 분야가 예술이라고 한다. 현대 미술은 막막하고 낯설지만, 저자는 낯섦에 계속 부딪혀야만 삶이 틀에 갇히지 않고 확장될 수 있다며 예술을 두려워말고 가까이 하라고 한다. 책 부록으로 [헤세와 그림들 展]초대권까지 끼워주니, 저자는 미술관까지 독자의 등을 직접 떠밀고 갈 기세다. 혁명을 선동하려는 의도에 걸맞은 사은품이다.
깊은 통찰과 밀도 높은 삶을 위해 ‘독서’는 가장 소박하면서 본질에 다가가기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인문학의 정수에 빠지고 싶은 분들은 고전시리즈를 찾아 읽어보시면 될 일이나, 몰입할 자유 시간이 적은 분은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읽기 좋게 만들어진『감정수업』(강신주, 2013)을 권한다.
『공부하는 엄마들』(2014)이라는 책은 평범한 엄마들이 공부를 시작하게 된 다양한 동기와 실천의 과정을 담은 책으로 요즘 부는 인문학 열풍의 현장을 엿볼 수 있을뿐더러 마지막 페이지에는 유용한 인문학 홈페이지와 카페 정보도 안내되어 있다.
교사이며 엄마로 교육문제에 중심잡기가 필요한 나는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이라는 시민단체에서 펴 낸 책 시리즈를 옆에 두고 읽는다.『아깝다, 학원비』,『아깝다, 영어헛고생』,『학원없이살기』,『굿바이 영어 사교육』,『학교 수학만으로 충분한 수학』등을 보면, 연대란 물리적 거리보다는 생각의 거리가 가까운 이들이 모였을 때 결집의 힘을 강해지고 실천력과 파급력도 커질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준다. 나 역시도 그 연대에 발을 디디는 공부를 시작하려 한다.
아깝다 학원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지음 | 비아북
가정경제에서 차지하는 사교육비 부담은 결코 적지 않다. 현명한 소비자라 자처하는 사람들도 아이 교육비 앞에서는 속수무책 너그러워진다. 비용(사교육비)을 들였으면 투자 대비 효과(성적,학업성취도,공부법)를 따져야 마땅함에도 실제로 그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의심하지 않는다. 우리가 몰랐던 사교육에 대한 진실, 그리고 명쾌한 해법이 이 책에 담겨있다.
이 책은 ‘어떤 사교육이 필요한 것이고, 어떤 사교육이 불필요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화두로 삼아 사교육에 대한 대표적 오해 10가지를 엄선해 불편한 진실을 밝히고, 과학적 정보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명쾌한 해법을 제시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사교육 전문가 22인과 함께 1년 3개월간 30여 번의 토론회 등을 정리한 것으로, 사교육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폭로한 이 책은 과학적 정보와 풍부한 사례, 명쾌한 해법을 담아냈다. 불가능한 꿈이라고 생각했던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뿐 아니라, '입시 고통 없는 세상'을 만드는 기초를 제공한다.
학원 없이 살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지음 | 비아북
사교육의 공포가 덮쳐오고 마음이 흔들리지만 부모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용기를 전하며 학원 앞에서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해당 사례를 읽으며 부모와 아이 모두가 행복한 교육을 해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부모역할의 핵심은 경제력, 정보력이 아닌 아이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임을 일깨워준다.
여기저기 찾아다니지 않아도 학습법부터 아이의 학교생활까지 한 눈에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한 것으로 학부모들이 카더라 통신에 흔들리지 않도록 자녀교육의 구체적인 문제해결방법을 제시한다. 학습법, 독서교육, 영어, 수학, 그리고 생활 및 심리 학교생활까지 아이의 학업과 성장에서 부딪치는 모든 문제의 해법을 밝히고 있다. 여기저기 찾아다니지 않아도 학습법부터 학교생활까지 책 한 권으로 원스톱 상담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