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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5 | 연재 [20대의 편지]
자유에 따른 책임
한윤정(익산문화재단 예술지원 팀원)(2015-05-07 10:52:26)

처음 부모님 품을 떠나 대학에 입학할 때 설레고 기대됐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았다. 지금이야 혼자 사는 것이 좋은 20대 끝자락이 됐지만 20살의 시작과 함께 독립을 해야 한다는 건 생각보다 두려웠다. 나이만 20살이지 밥도 할 줄 모르고 심지어 세탁기 한 번 안돌려 봤는데 자취를 해야 하니 더욱 막막했었다. 아무것도 못하는 딸내미를 학교가 있는 수원에 떼놓고 오려니 부모님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셨다. 처음 전주에서 버스를 타고 혼자 수원으로 가던 날 걱정스런 마음에 눈물이 글썽글썽한 채로 터미널 매점에서 먹을 것을 바리바리 사서 버스까지 와 품에 안겨주는 엄마 모습에 올라가는 버스 안에서 펑펑 울었던 적도 있다. 그렇게 부모님도, 나도 걱정을 한가득 안고 시작했던 대학생활은 한 달이 지나면서 180도 바뀌었다. 중․고등학교 때와 다른 자유의 재미를 알게 된 것이다. 자유의 유혹은 실로 달콤했다. 전날 늦게까지 술 먹다 다음날 1교시 수업에 안 들어가도 친구들과 밤새 놀아도 누구하나 뭐라고 하는 사람 없었다. 대학생활을 맘껏 즐긴다는 명목 하에 자유의 남용은 계속됐다.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그렇게 1학년 1학기가 지나고 받아본 성적표는 C+과 D+의 향연이었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래도 시험기간에 열심히 공부했건만 이런 성적이 나올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자유라 믿고 있었던 것은 자유가 아닌 자유를 빙자한 직무유기였다는 것을. 그 후 달콤한 자유에서 벗어나 인생의 중심을 잡기 시작했다. 공부도, 연애도, 일도 뒤에 따라올 책임을 생각하며 선택하게 됐다. 선택에 따른 즐거움도 실망도 있었지만 그 또한 과정이기에 나름의 배움이 있었다.

 

사실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서는 ‘네가 알아서 해’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공부를 안 해도 무엇을 결정해도 뭐라고 하시기보다는 ‘네 인생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니 알아서 결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는 뜻이었다. 자유와 책임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그늘 아래 있을 때는 그 말이 그렇게 큰 의미를 가졌다는 것을 쉽게 깨닫지 못했다. 짜여진 틀 안에서의 생활과 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의 큰 차이를 20살이 넘은 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알 수 있었다.

 

20대는 자유가 주어지는 나이다. 우리나라는 입시제도로 인해 고등학교때까지 억압된 생활을 하다 20살이 되면 무방비인 상태로 자유에 노출된다. 그러다보니 자유의 즐거움만을 생각한 채 무절제한 행동들이 나오기도 한다. 20대는 더 이상 부모님이 인생을 책임져주는 미성년자가 아니다. 책임은 알지 못한 채 권리만을 행사한다면 그것은 명분 없는 권리가 되는 것이다. ‘무얼 하던지 내 자유지’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맞는 말이다. 무얼 하던지 그것은 본인 자유다. 하지만 책임은 져야한다. 요즘 책임은 없는 자유만을 바라는 20대들을 볼 때 마다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같은 20대라는 것이 부끄러울 때가 있다. 성인이 된 만큼 그에 따른 마인드도 바뀌어야 한다. ‘자유는 책임을 수반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두려워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다. 책임이 따르는 자유의 힘과 책임 없는 자유의 두려움을 아는 20대가 되길 바란다. 
책임질 수 있는 자유는 내가 주인이 되는 삶을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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