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 교육이 성적과 입시에 무게중심을 두다 보니 아무래도 인성교육을 등한시하게 되었고, 우리 사회는 온갖 사건사고들로 그 대가를 치르느라 고통을 당해야 했다.
누구나 부러워할 학력을 갖춘 판사가 사채업자로부터 뇌물을 받거나 욕설 막말에 공직자의 윤리까지 저버리는 인터넷 댓글 달기로 충격을 안겨주는가 하면, 또 다른 고학력자인 의사가 환자를 성폭행하고, 유명 대학의 교수조차 제자를 성희롱하는 사건들이 비일비재한 현실이다. 또 고위 공직자의 청문회에서는 언제나 도덕적인 결함으로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성적, 학벌, 부가 가치로 둔갑해버린 오늘의 현실에 대한 진단을 어떻게 내리든 그 뿌리는 교육의 문제로 귀결되게 마련이다.
인지교육에만 중심을 두고 인간 내면의 성품에 대해서는 온전한 가치 매김이 없었던 까닭이다. 성적만 높이면 자연스럽게 좋은 성품이 뒤따를 것이라는 환상에 젖어서 좀 더 좋은 스펙을 쌓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성품을 배우고 다듬을 기회를 박탈한 셈이었다.
실제로 인지적 도덕발달이론으로 유명한 로렌스 콜버그의 경우 인지 발달이 도덕적 인간을 보장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인간의 도덕성을 지나치게 인지발달에 치중했다는 한계점을 지적받고 있다. 미국 인성교육의 선구자 토마스 리코나는 이런 비판을 이끄는 학자인데, 그는 도덕발달이론이 인지발달에만 초점을 두어 개인이 속한 사회 혹은 집단에서 합의한 ‘올바른 가치’를 도외시 하는 결과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도덕적 성품 형성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또한 높은 인지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도 권력적 강요가 있을 때 도덕적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들 또한 인지능력과 도덕성이 비례한다는 콜버그 이론의 한계를 보여준다.
성품이란 한 사람의 생각, 감정, 행동의 표현(이영숙, 2005)이다. 한 사람의 생각뿐 아니라 감정과 행동까지 변화시키려면 인지발달 교육을 넘어 인간의 본성을 자극할 수 있도록 더 좋은 감정과 행동을 가르치고, 경험하게 해주어야 한다.
이를 입증한 연구가 있는데, 1988년 올리너 부부가 발표한 ‘이타적 인성 연구’는 유태인 학살이라는 위급한 상황을 목격한 사람들 가운데 유태인을 구조하는 데 힘쓴 406명과, 방임했던 126명의 차이가 어디서 비롯되는지 밝혀냈다.
구조자와 방임자는 ‘규범 중심적 동기’ 즉 자신이 속한 사회집단의 도덕적 규범을 지키려는 동기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행동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규범 중심적 동기는 어릴 적부터 부모와 교사로부터 도덕적 규범에 대해 가르침을 받아온 사람들에게 발달되어 있다.
이는 부모와 교사의 도덕적 가르침에서 올바른 행동에 대한 동기가 형성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므로 부모와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좋은 생각, 좋은 감정, 좋은 행동을 선택하도록 가르침으로써 선한 규범을 지키려는 동기를 강화시키는 교육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성공적인 인성교육을 위해서는 현대 사회에 만연해 있는 포스트모더니즘 가치관 곧 ‘절대 진리와 선은 없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람의 됨됨이에 대한 절대 진리가 없다면 대체 어떤 인성을 가르쳐야 하는가?
절대 진리에 입각한 선한 덕목들이 인성교육의 기준이 되어야 하고, 그래야만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 아이들을 바로 세우고, 어떤 상황에서든 가장 좋은 생각과 말, 행동을 선택하는 ‘좋은 성품’을 길러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