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처의 출범이 국가개조의 전부인가
1년이 흘렀다. 250명이 넘는 꽃다운 학생들의 생명을 송두리째 바다에 수장시킨 지 딱 1년이 지났다. 그 1년동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내 아들, 내 딸 같은 아이들이 수백명 차디찬 바다속으로 잠겨가게 된 뒤에 우리들은 용어마저도 낯선 해피아라는 끈끈한 죽음의 사슬이 있었다는 것도, 그 뒤에 유병언이라는 세모사건의 주인공이 있었다는 것도, 너무나도 놀라운 일이었기에 우리는 대한민국이 과연 이 정도의 나라밖에 안되는 나라였구나라는 사실에 놀라고 또 놀랐다.
딱 1년 전 이맘 때, 대통령은 눈물을 글썽이며 비장한 어조로 국가개조론을 이야기하였다. 그리하여 눈물을 글썽이며 국가개조론을 외치는 대통령의 말에 그나마 위안을 삼고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을 저 세상으로 보낼 수 있었다. 그 아이들의 죽음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진정한 자랑스런 선진국으로 바뀌어가는 국가개조의 밀알이 될 수 있다면 하는 처참한 바램으로 우리는 우리의 아들 딸들을 저 세상으로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오늘, 대한민국은 과연 대통령이 이야기한 국가개조가 얼마만큼 이루어지고 있는걸까. 오히려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국가개조론을 비웃기나 하는듯 연일 뉴스에는 현직 총리, 전직 비서실장 등을 비롯한 국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의 검은 돈 리스트로 나라가 시끄럽지 않은가. 그렇다면 대통령이 눈물을 글썽이며 이야기한 국가개조론이란 것이 과연 안전행정부와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을 합쳐놓은 국가안전처의 출범 하나를 이야기한 것이란 말인가. 적어도 내가 생각한, 아니 국민들이 생각한 국가개조론은 이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해양수산부 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있는 해피아, 철피아, 관피아 등 모든 비리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다시는 그러한 어두운 먹이사슬에 의해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일이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 나아가 진정 하늘나라로 간 우리의 어린 아뜰, 딸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깨끗하고 책임감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을까.
국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부끄러운 대한민국
그러나 1년 전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어떘는가.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두고 여야가 반년을 허송세월 하고, 이제는 세월호 인양문제를 놓고도 국론이 나뉘어 설왕설래할 뿐 아니라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해야 하느냐 마느냐를 가지고도 논란을 벌인다. 이것이 말이 되는 일일까. 세월호 인양을 해서라도 아직까지 못찾은 실종자 9명의 시신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것에 드는 1~2천억원의 비용이 과연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감당하지 못할 금액이란 말인가. 1~2천억원의 비용 때문에 아직까지 시신을 못찾은 엄마, 아빠, 가족들의 아픔을 그냥 묻어두고 간다면 그것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국가적 비애일텐데 말이다. 또한 국민들 앞에서 우리의 아들딸에게 부끄럽지 않는 대한민국으로 개조를 하겠다고 약속한 대통령이 세월호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다는 것은 거론할 필요조차 없지 않은가. 우리의 아이들에게 그동안의 국가개조에 대한 경과보고라도 해야할 대통령이 참석을 놓고 왈가왈부한다는 것이 과연 1년 전 눈물을 글썽이던 바로 그 대통령이란 말인가.
국가개조, 약속을 지켜라!
세계 반부패운동 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TI)가 2014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100점 만점에 55점을 받아 175개국 중 한국 국가청렴도 순위 43위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한국의 국가청렴도 순위는 작년과 같이 27위로 최하위권을 차지했다. 부패인식지수는 공직사회와 정치권 등 공공부문에 부패가 얼마나 존재하는지에 대한 인식 정도를 평가한 지표로, 전문가의 인식을 반영해 100점 만점으로 환산해 산출한다. 70점대는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한 상태’로 볼 수 있으며 50점대는 ‘절대부패에서 벗어난 정도’로 해석된다.
또한 2014년 홍콩 정치경제리스크컨설턴시(PERC)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의 부패점수(부패 10점~청렴 0점)는 7.05점으로 아시아 최악을 기록했다. 대만, 말레이지아보다도 낮고 중국과 비슷한 점수다. 과연 이러한 성적표를 들고 나타날 수가 없어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도식 참석을 망설이는 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지 않을까.
이광요의 길, 시진핑의 길, 박근혜의 길
얼마전 이광요 싱가폴 전 총리가 세상을 떠났다. 오늘날 싱가폴을 전 세계에서 가장 청렴한 나라중의 하나로 만든 장본인인 그의 죽음 앞에서 세계는 그가 가는 길에 존경을 표했다. 중국의 시진핑주석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국가지도자들 중 부패에 연루된 사람들을 가차없이 엄벌에 처하면서 묵묵히 이광요의 길을 걷고 있다. 박근혜대통령은 남은 임기 중 세월호 참사 때 했던 약속대로 국가개조를 실천해야한다. 자신의 주변에서부터 부패에 연루된 사람들을 가차없이 처벌하는 뼈를 깎는 아픔으로 국가개조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해피아, 철피아, 관피아 등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진정 국민만을 바라보는 책임있는 공직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동참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엄벌에 처함으로써 이광요의 길을 걸어야 한다. 이 길을 걷느냐 마느냐의 기로는 우선 성완종리스트일 것이다. 대통령의 최측근에서부터 현직 총리까지 이름이 거론된 모든 사람들에게 성역없는 수사를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청렴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 그것만이 경제를 살리고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임을 아직까지 시신조차 찾지못한 단원고 학생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단원고 교사 양승진, 고창석, 일반인 승객 이영숙, 그리고 권재근씨와 권씨의 아들 혁규군 등 9명의 실종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