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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3 | [문화저널]
개와 소의 웃음
윤덕향 발행인(2003-09-16 16:41:33)
설을 전후하여 서울에서는 지하철 노조에서 안전수칙에 준하여 지하철을 운행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참으로 반갑고 기쁘며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각종 교통요금이 현실화라는 명분으로 인상되면서도 전혀 서비스가 개선되지 않는 판에 나온 소식이라서 더욱 반가울 수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내막을 살펴보면 마냥 좋아만 할 일이 아니다. 안전사고로 인하여 구속된 조합원을 풀어줄 것을 바라며 압력수단으로 내세운 것이 안전운행이라니 말이다. 잠깐만 틈을 내어 생각해보더라도 그 뒷면에 숨어있는 의미를 곧 알 수가 있다. 새삼 안전운행을 한다는 소식은 곧 지금까지 안전운행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고 안전운행을 하면 압력을 느끼는 곳이 있다는 말이 숨어 있다는 말이다. 명색이 서울 시민의 발을 자처하는 지하철이 지금껏 안전운행을 하지 않았으며 안전운행을 하면 압력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이지 생각해 볼 일이다. 지하철의 경우는 어떠한지 분명하지 않지만, 자동차의 경우 안전의무 불이행에는 그에 따른 벌칙이 있다. 하물며 자동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을 실어 나르는 지하철이 지금껏 안전운행을 하지 않았고 안전운행을 하는 것이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인지 도무지 알 수 가 없다. 그것도 선진국의 문턱에 있다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의 일이니 참으로 개가 웃고, 지나가던 소가 요절복통을 일으킬 일이다. 혹 사업의 주체가 개인 기업이라면 이윤의 극대화를 위하여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을 법하다. 그것도 기업의 윤리라는 면에서 크게 비난과 지탄을 받아 마땅한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물며 사업의 주체가 공기업인 지하철에서 그 같은 일이 있다는 것은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해도 납득할 수가 없는 일이다. 언론에 보도된 것 이상을 알 수 없는 처지에 이런저런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안전수칙 불이행으로 구속된 노조원을 풀어준다거나 풀어줄 수 없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서울 시민 나아가 국민의 발을 자처하는 지하철이 지금껏 안전수칙에 따라 운행을 하면 참으로 압력을 느끼게 되는지 먼저 점검해 볼 일이다. 내 코가 석자인 마당에 구태여 멀리 서울의 일을 걱정할 것이 아니다. 역시 민족의 대이동이 있었다는 설연휴동안 전주에 있는 롤러스케이트에서 있었다는 일도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전주시가 어린이 공원을 만들고 그 안에 롤러스케이트장을 만든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놀이마당이 변변찮은 전주시에 그 같은 시설이 마련되었다는 것은 백번 칭찬해도 모자람이 없는 일이다. 그런 시설을 통하여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그 같은 시설이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이 아쉽지만 당국자들의 입버릇따나 돈이 없는 우리 지역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참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문제는 그 운영이 과연 명분만큼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하는데 있다. 지난 설연휴 중 롤러스케이트장에 갔다온 분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차라리 문은 닫는 것이 보다 교육적이라고 생각된다. 롤러스케이트에 규격품이 있는지 어떤지 알 수는 없지만 개인이 지참한 것은 사용할 수 없으니 관리소에서 빌려주는 것만을 사용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규격품이 개인이 지참한 것보다 반드시 좋다는 보장이 있는지를 따져보기 전에 개인이 지참한 것은 모두 나쁜 것이라는 규정이 어디에 있는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얼핏 외부에서 구해온 웨딩드레스를 입거나 자기네가 지정하지 않은 곳에서 화장을 하면 식당을 빌려주지 않는다는 몇몇 악덕 예식장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에서 어떻게 설명하여야 할지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롤러스케이트는 분명 외국에서 들여온 것이니 그에 맞추느라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국민학생이나 그보다 어린아이들도 입장을 시키면서 들려주는 음악도 문제였다. 국제화, 세계화, 대비하여 영재교육을 시키겠다는 의미인지는 몰라도 어린이들에게 걸맞지 않은 음악만을 들려주어 어쩌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이런 음악들 듣는 어린이들이 유행가를 한다하여 비난할 수가 있는 것인지 생각할 일이다. 어쨌든 그래서인지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건전한(?)남녀교제의 장소로 롤러스케이트장이 이용되기도 하는가 보다. 건전한 남녀고제를 반대하거나 백안시하는 것이 아니고 딱히 보수적인 기성세대라서만이 아니라 금연장소임에 틀림없음에도 몰래 담배를 피우는 여학생이 있는가 하면 서양식으로 솜씨 좋게 여학생의 뺨을 올려붙이는 남학생도 있다. 이런 장소에 국민학생이나 그보다 어린아이들을 데려가는 것이 잘한 일인지 정말 알 수가 없다. 어쩌면 그런 곳으로 아이들을 데려간 기성세대가 잘못인지도 모르겠지만 건전한 오락과 신체단련을 표방하고 공공기관에서 마련한 시설조차 마음놓고 이용하지 못한다면 어느 시설을 이용할 수 가 있겠는가 말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기성세대로 치부되는 사람들에게도 모범생만은 아니었던 어린 시절이 있고 사춘기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생각한다면 몇몇 청소년들의 잘못쯤 눈감을 수도 있고 별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공공시설에서 그런 일이 있고 이를 지도하고 교육하는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개인 기업이나 장사와 마찬가지로 그저 돈버는 일에 급급한 것처럼 보이는 점이 안타까운 것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그에 준하는 기관에서 개인이나 개인기업체에서와 같이 영리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청소년에게 금지된 것을 눈감아 주고 원칙에서 벗어난 일을 하여 이익이 극대화되었다고 해여 그들의 목표가 성취되고 사업이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는 절대로 없다. 비록 장부상으로는 적자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국민에게, 지방자치단체의 성원에게, 사회구성원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이익을 돌려줌으로써 공기업이나 국가, 지방자치단체의 조재의의가 있는 것이다. 얼마간의 이익을 위하여 일반 서민들의 안전이 무시되어도 좋은 것인지? 이익을 위하여 청소년들을 위한 시설이 비교육적으로 운영되어도 되는 것인지 생각할 일이다. 새해벽두에 지난 일을 돌아보고 앞날을 꾸리면서 지하철을 건설하고 어린이 회관을 세울때의 명분이 이익의 축척이었는지를 생각해 봄직하지 않겠는가? 목적에서 벗어나 운영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 주된 이용자들이 서민이고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지하철이나 롤러스케이트장이나 다시 한번 생각할 일이다. 그럼에도 이런저런 새살로 어물쩍 넘어가며 개혁과 국제화를 목청껏 외친다면 웃지 않을 개와 소가 어디에 있겠는가? 갑술년이니 개의 웃음이야 들어줄 법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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