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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4 | 연재 [생각의 발견]
생각을 파는 나라
윤목(2015-04-01 13:17:54)

생각을 파는 나라

윤목(성공회대 겸임교수)


선진국에 맞는 옷을 입어야한다

한국경제가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4년째 주요 20개국(G20) 전체성장률을 밑돌고 고령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으며 노인 빈곤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최하위를 기록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국민들은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데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왜 이리 살기가 힘든 걸까. 그 이유는 바로 한국경제가 몸집에 비해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거시경제는 중진국 수준을 벗어나 선진국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위주의 우리경제는 아직도 중진국 경제체제에 그대로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진국 경제와 선진국 경제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생각을 파는 나라’가 되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아닐까 한다. 중진국은 선진국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선진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국민들을 선진국의 삶에 안착시키려면 바로 남들이 하지 못하는 유일무이한 ‘생각’을 파는 나라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 그 ‘생각’을 파는 나라의 수준에 끼어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IBM을 들어보자. IBM은 1960년대 메인프레임 컴퓨터회사로 출발하여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개인용 컴퓨터가 경쟁력을 잃자 과감하게 중국의 레노버에게 매각을 하고 2000년대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분야를 주도하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그러나 이 분야 또한 성장이 둔화되자 이제는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예측분석(Predictive Analytics) 비즈니스로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영자가 인지하기 어려운 영역에 대해서도 현실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며 동시에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일을 사전적으로 예측 가능하도록 하는 비즈니스를 주력사업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개인용 컴퓨터라는 하드웨어는 중국에 넘겨주고 그야말로 ‘생각을 파는 회사’로 대변신에 성공하고 또다시 ‘미래를 파는 회사’로의 변신을 꿈꾸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IBM의 사례에 비추어 본다면 아직도 개인용컴퓨터를 팔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이니 그 성장과 부가가치가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생각을 파는 나라와 제품을 파는 나라

국민들을 선진국의 삶에 안착시키려면 세계를 주도할 ‘생각’이 있어야 한다. 일본의 유니클로와 스웨덴의 H&M, 스페인의 자라가 휩쓸고 간 자리에 우리나라 대부분의 패션브랜드들과 동대문 패션상가는 신음하고 있다. 그것은 이제 옷이 과시용이 아니라 생필품이며 몇 년을 두고 입는 것이 아니라 1회용이라는 ‘생각’의 대반전이었다. 스웨덴의 이케아가 한국에 들어오자 우리나라 가구업체들은 초긴장하고 있다. 가구에 대한 이케아의 생각은 ‘우리는 고객을 왕으로 대접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일을 시키는 대신 고객의 돈을 아껴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DIY가구를 대표하는 생각의 대반전이다. 1인당 국민소득 8만불을 넘는 작은 나라 스위스의 생각은 어떤가. 세계의 식품업계를 주름잡는 네슬레의 생각은 ‘굿 푸드, 굿 라이프’다. 마일로, 킷캣, 네스카페, 크런치, 폴로, 네스티, 네스퀵, 그리고 반려동물들의 주식이 된 퓨리나까지 하나하나의 브랜드에 담긴 남다른 생각으로 세계인과 세계의 애완동물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 또한 인류의 건강에 대한 생각으로 노바티스, 로슈 등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에 의한 신약개발 로열티가 스위스의 8만불을 뒷받침하고 있다. 노바티스의 매출이 74조에 순익 12조로 우리나라 현대자동차에 버금가는 매출규모이니 말이다.

한국의 2013년 10대 수출 품목과 미국의 10대 수출품목을 비교해보자. 


도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미국의 10대 수풀품목 중에는 영화, 관광산업, 금융서비스업, 저작권 및 라이선스 등 그야말로 생각의 산업들이 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하여 금융위기에 신음하던 미국경제는 작년 5%대의 성장을 달성,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세계를 주도할 ‘생각을 파는 나라’를

지금 우리나라의 길거리를 다니다보면 그야말로 음침하기 그지없다. 거의 모든 가게들에 세일, 반값처분, 폐업 등 듣기에도 거북한 현수막이 난무하고 있다. 식당들도 요즘은 밥도 안 먹느냐는 푸념으로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임금인상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부의 강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임금인상은커녕 또 다시 정리해고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글로벌화의 물결, 인터넷과 스마트 폰으로의 유통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무생각의 결과이다. 한마디로 나라는 선진국의 옷을 입지 못하고, 기업은 변신의 옷으로 갈아입지 못하고, 국민들은 시대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인 것이다.

이제는 생각을 팔아야한다. 국가는 생각을 팔 수 있는 정책입안자가 생각을 파는 산업의 진작을 위해 밤을 새야하고, 기업은 좁은 국내가 아니라 세계적인 트렌드를 이끌어갈 생각의 대반전을 이룰 수 있는 아이디어를 짜내야한다. 국민들은 왜 이러한 경제위기가 닥쳐오고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으로 현재의 상황에 한숨만 지을 것이 아니라 현상을 뒤집을 생각의 대반전으로 현실의 암울함을 타개해야 한다. 생각을 파는 가게, 생각을 파는 회사, 생각을 파는 나라가 되어야만 한국은 진정한 선진국의 반열에서 국민소득 2만불 대의 악몽에서 벗어나 5만불 시대를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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