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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4 | 연재 [내가 만든 무대]
수십년 세월을 담는 무대, 두근거림이 뿌듯해지는 순간
조은정(국립무형유산원 공연담당)(2015-04-01 13:15:49)

수십년 세월을 담는 무대, 두근거림이 뿌듯해지는 순간

국립무형유산원 공연담당 조은정

봄은 생명이 움트는 계절이며, 한 해가 새롭게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다. 국립무형유산원에서도 2015년 다시 새롭게 시작되는 토요공연 준비로 모두 분주하다. 겨울동안 잠시 쉬며 준비기간을 가졌던 공연장은 다시 공연을 시작하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의 열기로 데워지고 있다. 무대디자이너는 무대를 좀 더 멋지고 아름답게 꾸며주기 위해 주제에 맞는 무대제작품들을 구성하는데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못질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동안 식어 있던 조명기계들은 조명디자이너를 통해 다시금 공연자들을 비춰 주기 위해 화사한 색깔로 입혀지고 무대를 따뜻하게 비춰준다. 공연장 외벽에는 공연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리고 거리의 가로등에는 배너가 설치된다. 주변 곳곳에는 포스터가 벽에 붙여지고, 초청장과 리플릿을 배포하며 공연을 홍보한다.

국립무형유산원은 문화재청의 소속기관으로 무형문화유산 아카이브 운영을 비롯해 공연과 전시, 교육, 국내외 관련 기관 협력을 통해 무형문화유산 전승자들에게 전승과 교류의 거점공간으로 자리 잡기 위해 전주에 뿌리내렸다.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은 그들의 지역이 아닌 이상, 다른 지역에서 만나보기 어렵다. 전주는 지역 특성상 국악, 판소리, 창극 등 다양한 공연을 만나볼 수 있는 편이다. 하지만 무형문화 공연은 공연 자체가 무형문화재 보유자에 대한 예우다. 그들을 위한 공연장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국립무형유산원은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드리는 역할을 맡은 것.

지난해는 상설공연과 기획공연이 자리 잡은 한 해였다. 오랜 기간 전통음악 공연 분야에서 활동해온 세 명의 연출가(진옥섭, 윤중강, 양정환)들이 참여하고 사회를 맡아, 다섯 개의 주제(굿놀이 탈놀이, 소리여 춤이여, 뿌리를 찾아서, 팔도무형유람, 무형문화유산체험교실)로 진행됐다. 그 중에서도 개막특별공연은 ‘巫舞(무무)’라는 제목으로, 굿의 음악과 춤을 통해 우리네 굿이 가진 예술성과 치유 능력을 재조명하는 무대로 꾸며졌다. 구음(口音, 입으로 악기 연주소리를 내는 것)과 춤이 어우러지는 남해안별신굿을 시작으로, 다양한 춤과 익살스러운 대화에 최고의 잽이들이 장단을 맞추는 동해안별신굿, 지전춤(돈 모양으로 오린 종이인 지전을 가지고 추는 춤)을 통해 망자가 편안히 저세상으로 가도록 길을 닦아주는 진도씻김굿이 펼쳐졌다.

준비했던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공연은 만신 김금화 선생님의 굿판이다. 연세가 많이 드신 분의 무대였는데, 나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굿판을 벌여주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실제 작두 타는 모습을 보면서,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모습에 관객들이 놀라기도 하고, 성공적으로 작두를 타고 내려온느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기도 했다. 김금화 선생님이 굿판 중 넋두리 하는 소리를 통해 자기자신의 복을 비는 모습, 관객들 서로서로가 한 해의 안녕을 비는 축원하는 모습과 더불어 준비해온 제수를 나눠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공연 기획자 입장에서 우리 고유의 정서가 잘 전달되었던 공연이었고, 국립무형유산원의 존재를 증명했던 날로 기억됐다.

무형문화유산은 일정한 형태를 가진 유형(有形)의 문화유산과 달리 무형(無形)은 입에서 입으로,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기예가 전수됨으로써 그 맥을 이어나간다. 그래서 스승에게 배운 것을 펼쳐내는 이수자 뎐도 큰 의미가 있다. 이수자 뎐을 통해 우리 무형문화유산의 맥이 끊어지지 않고 그 시대에 맞게 변화하여 살아 숨 쉬는 무형문화유산이 계속 이어져 나감을 공연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십 년간 오로지 한 길만을 걸어오며 오랫동안 갈고 닦은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들의 공연은 출연 그 자체로 큰 감동을 준다. 앞으로도 국립무형유산원 토요공연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우리 무형문화유산을 좀 더 가까이에서 즐기고 이해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국립무형유산원 공연담당 조은정

국립무형유산원 무형유산진흥과의 상설공연 기획 및 운영과 초청공연 기획 및 운영 업무를 맡고 있으며 2014 토요상설공연, 인류무형문화유산 초청공연 프로그램을 운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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