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톰한 수제 종이 카드 한 장, 한 쪽면에는 캘리그라피부터 가지각색의 그림이 인쇄되어 있고 가만히 쓰다듬어보니 겉 부분에 오돌토돌한 것이 만져진다. 카드의 이름은 ‘종이정원’, 종이 위에 초록이 피어나 ‘종이정원’으로 불린다. 채송화를 포함한 8가지 종류의 씨앗이 담겨있어 물을 주면 새싹이 자라나는 종이카드, 바로 협동조합 온리(이하 온리)의 특별한 업사이클링 수제 종이카드 ‘종이정원’이다.
‘종이정원’을 탄생시킨 ‘온리’는 어떻게 태어났을까. ‘온리’의 설립 목적은 ‘온고을’(전주의 옛말)의 되살림이다. ‘온리’라는 명칭도 ‘온고을의 Re:design’에서 앞글자를 따 만들었다. 전주는 ‘온리’의 사업 기반지역으로, 업사이클링을 통해 지역경제와 지역문화를 되살리고 궁극적으로 지역공동체를 되살리는 것이 ‘온리’의 설립 목표다. 그럼 ‘온리’는 어떤 업사이클링을 할까? 바로 파쇄종이 재활용이다. ‘종이정원’은 재활용이 되지 않고 폐기되는 전주 지역 파쇄종이를 재활용해 만든 제품이다. ‘온리’는 여기에 ‘전통한지’와 ‘순환’의 아이디어를 더해, 더욱 특별한 수제종이카드 ‘종이정원’을 만들었다.
김명진 이사장은 ‘온리’를 설립하기 이전, 비영리 단체에서 일했다. 원래 전주 출신이었으나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서울에 올라와 일하다가 비영리 단체에 들어가 다양한 분야의 대안 경제 현장에서 활동했다. 이력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대안 경제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또 하나, 김명진 이사장은 늘 ‘지역 되살림’이라는 숙제를 가지고 있었다.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5년여의 준비과정을 거쳐 2012년 본격적으로 전주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풍부한 전통과 지역 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젊은 청년들이 떠나고 있는 고향 전주에 돌아가 지역 기반 업사이클링 사업을 통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을 되살리고자 했다. 지역의 전통, 환경, 사람이 함께하는 창안적인 업사이클링 사업을 고민하던 중에 만나게 된 것이 ‘씨앗 종이(새싹이 자라나는 종이)’였다. 김명진 이사장은 이사장은 이 ’씨앗 종이‘에 업사이클링이라는 아이디어를 더했다. ’아름다운 가게‘의 재활용 디자인 제품 브랜드 ’에코파티메아리‘에서 일할 때의 경험을 살려 생각해낸 것이다. 김명진 이사장은 이곳에서 활동하며 이미 종이의 재활용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실제로 인쇄소에서 나오는 자투리 종이를 메모지로 활용한 제품을 출시했던 경험도 있었다. 그 경험을 살려 폐종이를 씨앗 종이로 되살리는 제품에 대한 준비와 연구를 시작한 끝에 폐종이를 재활용하는 업사이클링, 전통 한지 제작기법, 지역민들의 수공업 생산 방식을 더한 ‘종이정원’의 형태가 드러나게 됐다.
‘온고을 되살림’이라는 설립목적에 따라 탄생한 종이정원은 전 생산과정이 ‘온고을’을 되살리는 일이다. 원재료로 지역 폐자원인 파쇄종이를 사용한다. 다른 씨앗 종이와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점이다. 그리고 생산직으로 지역 소외계층을 고용한다. 시니어나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지원센터를 통해 부업을 하거나 폐지를 주워 생활하며 한달에 10만워을 채 벌기 어려웠던 취약계층이 ‘협동조합 온리’의 생산직으로 일하며 시급 5,500원을 받는다. ‘온고을 되살림’, 의미있는 설립목적도 조직구성원들이 동의하고 협력해주지 않는다면 이루기 어렵다. 그래서 온리는 ‘온고을 되살림’이 온리만의 목적이 아닌 구성원 전체의 목적이 될 수 있도록 조직형태를 협동조합으로 꾸렸다. 김명진 이사장은 “모두가 주인으로 조직의 일과 자신의 꿈이 일치할 수 있는 조직을 꿈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