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보다 못한 시청률. 종편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상파에게 있어 이런 수식어는 사실상 굴욕에 가깝다. 이미 그 자체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것이며,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최근 몇 주간 2~3%의 시청률을 기록, 동시간대 종편보다 못한 처지에 놓이게 된 KBS 2TV <투명인간>이 그렇다. 일각에서는 <투명인간>이 이름처럼 진짜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거 아니냐는 분석마저 새어 나온다. 대체, 왜 <투명인간>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일까.
지난해 TV 속 주인공은 다름 아닌 직장인이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미생>을 비롯해 수많은 프로그램이 오늘 하루도 힘겹게 버텨내는 이 시대 모든 직장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손을 내밀었다. 시청자는 그런 프로그램을 지켜보며 “바로 내 이야기”라고 공감했고, 대부분 성공을 거뒀다.
<투명인간>의 시작도 비슷했다. MC들이 직접 회사를 찾아가 직장인들을 만나고, 이들과 게임을 벌이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겠다는 의도는 ‘직장인 예능’의 열풍을 이어나가기에 충분할 만큼 그 지향점이 분명했다. 비록 “따라하기”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직장인들의 마음을 훔칠 수만 있다면, ‘미생의 예능 버전’이 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더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뚜껑을 연 <투명인간>은 실명의 연속일 뿐이다.
우선, 편성시간에서부터 <투명인간>은 정말 이 프로그램이 직장인들을 겨냥한 것이 맞을까 싶을 정도의 의구심을 자아낸다. 수요일 밤 11시에 편성된 <투명인간>은 사실상 11시 10분이 돼서야 시작하며, 시계바늘이 12시 반을 가리킬 때쯤 끝이 난다.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들이 시청하기엔 한없이 부담스런 시간대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잠을 줄여가며 시청할 만큼의 재미와 공감을 주는 것도 아니다.
<투명인간>이 수요일 밤을 선택한 이유는 MBC <라디오스타>를 잡아 보겠다는 의지가 컸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투명인간>의 경쟁프로그램은 <라디오스타>가 아니었다. 채널A <나는 몸신이다>, TV조선 <강적들>, MBN <지혜의 한수 회초리>와 함께 시청률 소수점 싸움을 벌이는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