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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3 | 연재 [TV토피아]
‘투명인간’은 어쩌다 진짜 투명인간이 되어버렸나?
박창우(2015-03-03 16:05:10)

종편보다 못한 시청률. 종편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상파에게 있어 이런 수식어는 사실상 굴욕에 가깝다. 이미 그 자체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것이며,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최근 몇 주간 2~3%의 시청률을 기록, 동시간대 종편보다 못한 처지에 놓이게 된 KBS 2TV <투명인간>이 그렇다. 일각에서는 <투명인간>이 이름처럼 진짜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거 아니냐는 분석마저 새어 나온다. 대체, <투명인간>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일까.

지난해 TV 속 주인공은 다름 아닌 직장인이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미생>을 비롯해 수많은 프로그램이 오늘 하루도 힘겹게 버텨내는 이 시대 모든 직장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손을 내밀었다. 시청자는 그런 프로그램을 지켜보며 바로 내 이야기라고 공감했고, 대부분 성공을 거뒀다.

<투명인간>의 시작도 비슷했다. MC들이 직접 회사를 찾아가 직장인들을 만나고, 이들과 게임을 벌이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겠다는 의도는 직장인 예능의 열풍을 이어나가기에 충분할 만큼 그 지향점이 분명했다. 비록 따라하기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직장인들의 마음을 훔칠 수만 있다면, ‘미생의 예능 버전이 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더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뚜껑을 연 <투명인간>은 실명의 연속일 뿐이다.

우선, 편성시간에서부터 <투명인간>은 정말 이 프로그램이 직장인들을 겨냥한 것이 맞을까 싶을 정도의 의구심을 자아낸다. 수요일 밤 11시에 편성된 <투명인간>은 사실상 1110분이 돼서야 시작하며, 시계바늘이 12시 반을 가리킬 때쯤 끝이 난다.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들이 시청하기엔 한없이 부담스런 시간대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잠을 줄여가며 시청할 만큼의 재미와 공감을 주는 것도 아니다.

<투명인간>이 수요일 밤을 선택한 이유는 MBC <라디오스타>를 잡아 보겠다는 의지가 컸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투명인간>의 경쟁프로그램은 <라디오스타>가 아니었다. 채널A <나는 몸신이다>, TV조선 <강적들>, MBN <지혜의 한수 회초리>와 함께 시청률 소수점 싸움을 벌이는 게 현실이다.

편성시간만큼 이해가 안됐던 부분은 기껏 직장인들을 찾아가서 웃음참기게임을 벌였다는 점이다. 직장인들에게 웃음을 찾아주겠다는 프로그램이, 정 반대로 직장인들에게 무표정을 강요한 것이다. 웃음을 참아야 휴가를 주겠다는 발상에서 <투명인간>의 정체성은 무너졌다고 본다. 그 어디에도 직장인들을 위한 마음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 웃음 참기게임이 불과 3회 만에 없어졌다는 것이다. 재미와 감동이 없으니 프로그램에 변화를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 다음 제작진이 꺼내든 카드는 바로 회사를 놀이터로 만드는 일이었다. 몰래카메라와 상황극을 도입, 직장인들이 MC들과 자연스레 동화되어 한바탕 놀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사원들의 넘치는 끼가 의외의 재미를 선사해주기도 하며,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눈에 띄는 캐릭터가 만들어지기도 하는 거 같다. 늦었지만, <투명인간>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 조금씩 구체화되는 듯 보인다. 녹화 후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직장인들을 보면, 확실히 그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준 것만은 분명한 듯 보인다.

하지만 한계는 있다. 어디까지나 녹화에 참여한 직장인들에게만 즐거운 시간이 된다는 점이다. 시청자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투명인간> MC들과 한 회사 직원들이 함께 어울려 노는 것을 지켜보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프로그램이 조금씩 바뀌면서 이제는 굳이 회사를 찾아가야 할 이유도 없어 졌으며, 또 직장인이 주인공이 되어야 할 당위성도 사라져버렸다.

만약, <투명인간>이 여전히 미생인 직장들을 위로하고, 이들과의 시간을 통해 시청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길 원한다면, 카메라 밖의 시청자까지 품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회사원들에게 재미란 무엇이고, 또 희망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도 이어져야 한다. 순간순간 재치에 의존하는 상황극과 장기자랑만으로는 부족하다.

스타들이 직접 군에 입대해서 훈련을 받는 <진짜 사나이>가 인기를 끄는 시대다. 군부대를 돌아다니며 휴가 권을 안겨주는 <우정의 무대>식 연출로는 결코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어서 빨리 투명망토를 벗어버리고, 조금 더 시청자와 직장인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그런 <투명인간>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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