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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3 | 연재 [20대의 편지]
경험하고, 또 경험하라
이서연(2015-03-03 15:59:55)

벌써 2월 중순이다. 흔히 말하는 환절기가 됐다. 도서관 여기저기서 콜록콜록 소리가 들린다. 병원을 찾는 친구들도 적지 않다. 환절기에는 독감이 유행하기 때문에 독감 예방 주사를 맞는 사람도 있다. 유행성 독감에 걸리면 적어도 일주일은 온몸에 열이 나고 목이 부어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 이런 고생을 하느니 귀찮더라도 병원에 가서 미리 예방 주사를 맞는 것이다.

예방 주사라는 것이 알고 보면 별것 아니다.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독감 균을 우리 몸에 집어넣는 것이다. 우리 몸에 들어오는 균은 원래의 독감 균보다 훨씬 힘이 약해서 웬만한 사람은 이 병을 거뜬히 이겨낸다. 그렇게 독감 균과 한번 싸워본 경험이 생긴 몸은 나중에 진짜 독감 균이 침입해도 큰 무리 없이 이겨낼 수 있다. 몸이 해당 균을 이기는 법을 알고 대비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내성이라고 한다. 몸은 배운 것을 잊는 법이 없기 때문에 한번 내성이 생기면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내성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배움에도 해당된다. 몸으로 배운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어릴 적에 자전거를 타는 법을 배우면 아무리 나이가 들어 사십 대가 되어도 한 시 간 정도면 다시 곧잘 타게 된다고 한다. 수영도 마찬가지다. 물에 뜨는 법, 앞으로 나아가는 원리를 몸으로 익힌 사람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쉽게 수영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역시 몸이 그 원리를 깨우쳤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으로 원리를 터득하면서 배우기보다는 머리로 배우고 익혔다. 영어 과목을 들어보자. 실제 외국에 나가서 사용할 언어를 배웠다기보다는 영어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어학을 배웠다. 어디 그뿐인가? 우린 체육도 교과서로 배우고, 윤리도 교실에서 배웠다. 대학에 들어오니 시간도 많아지고,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그래서 뭔가를 시도해보려 하지만 제대로 할 줄 아는 것도, 해놓은 것도 없어 덜컥 겁이 나는 것이 스무 살 넘은 우리의 현실이다. 이제까지의 교육은 교실에서 선생님께 배우는 머리로 암기하는 머리 교육이었다. 하지만 대학교에서는 내가 직접 공부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몸으로 부딪히며 배우는 온몸 교육을 실천해야 한다. , 경험을 통한 내적 성장이 병행되어야 한다.

경험을 통한 성장의 효과는 지극히 탁월하다. 직접 몸을 움직여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고, 설득했던 경험인데 어찌 쉽게 잊을 수 있겠는가? 때로는 얼굴이 화끈거렸고, 이마에 핏줄이 설 만큼 화가 나기도 했고, 때론 가슴이 터질 듯 두근거렸던 기억들이다. 세월이 아무리 흐른들 어찌 지워질 수 있겠는가? 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경험의 예방 주사를 하루라도 일찍 맞는 것이다. 스물한두 살, 깨어지고 넘어져도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나이다. 이 때 할 수 있는 만큼 많은 도전을 해보길 부탁드린다. 도전해본 사람은 어떻게 하면 실패하게 되고, 어떻게 하면 성공하는지를 온몸으로 배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내가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지, 기획을 좋아하는지, 감성적인지, 도전적인지 등등 내 속에 감춰진 특징과 기질을 속속들이 알게 된다. 경험의 예방 주사를 맞은 사람은 사회인이 되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시련에 대한 내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작은 세파에도 금세 무릎 꿇고 만다.

만일, 뭔가를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면 하는 게 답이다.

경험의 예방 주사를 맞은 사람은 사회인이 되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시련에 대한 내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작은 세파에도 금세 무릎 꿇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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