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5.3 | 연재 [생각의 발견]
“당신의 생각은 무엇입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윤목(2015-03-03 15:56:44)

#1. 민족의 대이동
수시와 정시가 끝나고 추가합격자까지 2015년의 대학입시가 마무리됐다. 자연계에게선 의대를 정점으로, 인문계에선 소위 명문대의 경영대를 정점으로 민족 대이동과 같은 점수의 대이동이 마무리 되었다. 학생들의 적성과 취미, 하고 싶은 일과는 별개로 학교는 SKY를 정점으로, 과는 의대와 경영대를 정점으로 매년 거듭되는 수능점수에 의한 줄서기라는 대학입시 현상 속에서  과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

 

#2. 내 배우자의 직업
2014년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2~30대 미혼남녀 1천명을 조사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이 희망하는 배우자의 이상적인 직업으로 13.6%가 공무원, 공사 직원을, 그 뒤로 사무직 8.6%, 금융직 7.8%, 교사직 6.8%, 의사 6.7%의 순으로 조사되었다. 남성이 희망하는 배우자의 직업 또한 교사가 12.9%, 공무원 및 공사 직원 11.8%, 일반사무직 10.4%, 약사 6.1%, 금융직 5.7%로 조사되었다. 남녀 모두 가장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공사 직원, 교사 등이 수위를 차지하는 이러한 현상 속에서 과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

 

#3. 내 미래의 직업
2014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조사한 학교진로교육 실태조사에서 보면 초, 중, 고등학교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전 연령층에서 교사가 희망직업 1위로 발표되었다. 이렇듯 공부하는 학생부터 결혼적령기의 미혼남녀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에선 이상적인 직업군이 공무원과 공사 직원, 교사로 쏠리고 있다. 과학자나 연구원, 벤처기업인 등과 같은 도전적인 직업군은 그 어디에도 발을 붙이지 못하고 오로지 그야말로 안정성 위주의 직업군만이 상위를 독차지하고 있는 이런 현상 속에서 과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또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

 

어느 드라마의 드라마 같은 현실

얼마 전에 종영된 ‘미생’이라는 드라마에선 좋은 대학, 좋은 스펙을 가지고 정규직으로 입사한 장백기라는 신입사원은 회사생활에서 끊임없이 고전하는데 반해 장그래라는 고졸 검정고시 출신의 비정규직 신입사원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바둑을 통해 배운 자신만의 생각을 동원해 그 위기를 지혜롭게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스펙과 학벌이 뛰어난 정규직 사원보다 보잘것없는 스펙과 학벌을 가진 장그래의 선전을 지켜보면서 대한민국의 이러한 상황속에서 신음하는 우리들은 이 드라마에 열광하였다. 과연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점점 더 복잡하게 전개되는 현실의 문제해결능력을 가지고 있느냐가 이 드라마가 던져준 화두였기 때문이다.


“So, What do you think?”
구정 연휴 때 후쿠하라 마사히로라는 일본인이 쓴 ‘하버드의 생각수업’이라는 책을 읽었다. ‘세계 최고의 대학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는가? 하버드의 토론 수업. 옥스퍼드의 압박 면접. UN의 채용시험 최고의 지성들은 끊임없이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라는 발문이 앞에 열거한 우리의 상황을 말없이 꼬집는 것 같아 씁쓸했다.


Q. 당신 자신에 관해 쓰시오(2012년 하버드 로스쿨 입시문제)
Q. 평등은 자유를 위협하는가?(2011년 프랑스 바칼로레아 철학시험 문제)
Q. 주차위반을 하면 사형에 처한다는 법률을 제정했더니 아무도 주차위반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이것을 적절한 법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2011년 옥스퍼드대학 입시문제)
Q. 예술은 과학보다 덜 필요한가?(2011년 프랑스 바칼로레아 철학시험)
Q. 국가간의 전쟁보다 국가내의 분쟁이 많아진 이유를 생각하시오(2004년 UN직원 채용시험문제)

 

점수의 대이동에 의한 우리나라의 대학입시와는 달리 세계의 명문대학은 이러한 시험문제들을 통해 수능점수 몇점이 높은 학생보다는 생각할 줄 아는 인재를 뽑고 대학생활 내내 ‘당신의 생각은 무엇입니까?’를 묻는다는 것이었다. 
 
 
  

세계의 대학생들은 이러한 4단계를 통해 지식이 아닌 지혜를 키워나가며 문제해결능력을 스스로 찾아가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은 1단계 ‘안다’라는 차원에 머물러 달달 외우는 지식의 기계로만 전락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심히 안타까울 뿐이다. 지식을 알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틔워 함께 토론하고 문제해결능력을 찾아가는 창의적 인재들이 바글거리는 나라, 그것이 영원한 꿈만은 아니기를 새 학기의 새 시작에 바라 볼뿐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