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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3 | 연재 [커피 청년의 별별여행]
사람을 여행합니다. 당신이 내게 여행입니다.
- Are You Ok?
김현두(2015-03-03 15:43:00)

산티아고 순례길의 첫날 여정이 떠오른다. 피레네산맥을 넘었던 너무나 힘든 여정이었다. 무릎과 다리 허벅지까지 경련이 계속됐다. 어린 시절부터 꽤나 산을 좋아했지만 몇 년간 내 몸을 잘 돌보지 않고, 그냥 되는대로 산 대가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둘째 날의 여정이 시작된다. 론세스바에스에서 라라소냐까지 27km를 걸었다. 아무리 건장한 남자도 피레네를 넘은 다음날 온전치 못한 자신의 몸을 느낄 때쯤 가이드북에서 읽은 적 있던 익숙한 물가를 만날 수 있었다. 첫날 잠깐 같이 걷고서 오늘 아침부터 같이 걷게 된 보혜라는 한국친구에게 여기서 잠깐 발이나 담구고 가자고 말했다. 그렇게 바닥에 앉아 자리를 잡고 양말을 벗어 신발 위에 가지런히 놓아두고 피레네산맥 기슭에서부터 천천히 흘러 내려왔을 법한 깨끗한 개울가에 두 발을 뻗었다. 우와! 너무나 시원했고, 1분 이상 발을 담굴 수 없을 정도로 차가웠다. 그 때는 5월의 봄이었고, 나는 그곳에 있었다.

그렇게 잠시 쉬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한 무리의 다국적 남성들이 우리를 따라 그곳에서 쉬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 편에서, 큰 코를 가진 서양인들은 저 건너편에서 서로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고 서로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고 있었다. 우리는 웃으며 다시 한 번 손을 흔들었다. 완연한 5월의 봄 햇살은 여유롭고 따사롭게 우리 곁을 지켜주었다.

 

사실 내 앞을 앞서 가던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이 개울가를 그냥 지나쳐 버렸다. 모두가 그냥 지나치던 그곳에서 시작한 작은 휴식의 시간이 이윽고 등장하는 새로운 순례객들에게는 여기가 쉬어가는 휴식처인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이렇게 묻곤 하였다. “Are You OK?” 그리고 나는 대답한다. “나는 괜찮아”(I’m OK!)

이 길 위에서 만난 모든 이방인들이 내게 묻는다. “Are You OK?” 그러면 나는 또 다시 난 괜찮아라고 답한다. 처음에는 그만 물어봤으면 했다. 온전히 혼자서 쉬고 싶었다. 그들의 관심밖에 있고 싶었다. 잠시의 휴식시간을 갖게 되면 여러 명이 내 옆을 지나며 그렇게 너 괜찮아?”라고 안부를 묻고 있었다. 하루에 족히 수십 여 명에게 들었던 기억이다. 그러다 알게 됐다. 그들이 묻는 안부는 지금 혹여 힘들거나 아프지는 않나? 어디 다쳐서 쉬고 있는 것은 아닌지,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 거기에서 시작됐음을 말이다. 이내 나는 차가운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내 소중한 인연들을 떠올렸다. 내 소중한 벗과 이웃들을 향하여 그리고 너는 나에게 서로의 안부를 얼마나 묻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나를 휘감고 말았다. 이웃과 친구들을 향해 서로의 안부를 얼마나 묻고 있을까? 우리는 서로에게 물어야만 한다. 슬프고 외롭진 않은지? 아프거나 상처 된 하루는 아니었는지 말이다. 오늘 당신의 얼굴에 가득한 그 미소는 무엇 때문인지를 말이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우리 삶에 비춰보면 그런 것 같다. 힘든 일의 연속인 우리 삶에서 마치 잠깐의 일탈을 맛보는 때. 그것이 소중한 기억이 되며 여행인 듯 하고, 우리가 찾아야할 진정한 하루의 삶은 아닐까? 바쁜 하루 중에도 누군가의 소식을 듣고 행복해 할 수 있다면, 길 위에 누워 잠시 멈칫하며 내 생각의 일탈을 꿈꿀 수 있다면 좋겠다. 오직 어디론가 떠나는 것만이 여행이라면 나는 여행하고 싶지도 여행자로 살기도 싫을 것만 같다. 다만 내 안의 특별한 사건을 만나고 생각의 영역에서 잠시 잠깐의 놀라운 일탈을 경험 할 때면 나는 늘 여행을 떠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까미노(Camino)를 걷다보면 이런 저런 순례자들을 엿볼 수 있다. 제각기 다른 거리와 속도로 길을 걸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누구는 빨리 걷고, 또 어떤 이는 많은 거리를 이동하며 오늘 하루 걸어 온 거리와 속도(시간)를 이야기하며 매일 걸어 온 까미노(Camino)를 곱씹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그러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오직 이 길을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그리고 마치 우승 세레모니를 할 듯한 사람들 단거리 달리기 선수처럼 앞 만보고 달리는 그런 시간들을 가지지는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속도와의 여행을 떠나는 것 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속도와의 여행 속에는 자신만의 속도와 보폭이 있기 마련인데, 그 안에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걸음걸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속도와의 여행에서 완패를 할 때가 가끔 있다. 분명 나는 나만의 속도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의지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나의 시간들을 만나는 것이다. 내 여행()의 주체적인 이끌림은 타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리드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내 삶의 주인공은 이어야만 하는 것인데 우리는 내 삶의 무대에서 주인공으로 살기보다는 환경이나 현실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방관자로 또는 침묵하며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있을 때가 있는 것 같다.

 

잠깐의 뒷걸음질이 우리의 삶에 어떤 풍요와 고마움을 가져올지를 우리는 너무나도 모르고 있는 것 만 같다. 그리고 남을 돌아보고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스스로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어느 덧 “Are You OK?”(너 괜찮은 거야?)라는 안부에 그저 쑥스럽게 “I’m OK!”(난 괜찮아!)라고 대답하던 나의 산티아고 여행은 어느 날 부터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본 적 없는 타인에게 너 괜찮은 거야?”라고 먼저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그렇게 타인의 안부를 물으면서 나는 나의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내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봤다. 가장 먼저 내게 뱉은 안부는 이 것이었습니다. 너 다리가 아프구나? 배낭의 무게를 줄여줄까? 무엇을 담아 왔기에 그리 무겁고 힘이 들어 걷는 것조차 힘이 들었을까싶었어요. 그래서 결심을 했죠. 배낭의 무게를 줄여보기로 말이에요. 처음 한국에서 짐을 꾸릴 때 13kg이었던 배낭에서 여분의 옷들과 나눌 수 있는 것들이 있으면 까미노(Camino)를 같이 걷는 친구들에게 나누기 시작했어요. 여자만 보면 엄청 좋아하는 중년의 일본인 대학교수인 스즈키 아저씨에게는 제가 가져간 등산용반바지를 선물했고, 준비해간 엽서와 사진들 파스와 의약품들도 생각보다 너무 많은 양이어서 제가 필요한 만큼만 남기고 사람들에게 주거나 숙소에 기부하고 나왔어요. 심지어 들고 간 산티아고 안내책자도 매일 읽은 페이지는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놓고 찢어서 쓰레기통에 쳐 박아버렸어요. 사실 쓰레기통에 버린 것은 속옷도 있을 만큼 그 땐 정말 배낭을 버리고 싶을 정도로 체력적으로 엄청나게 힘이 들었거든요. 그렇게 일주일이 흐르고 난 후 제 배낭의 무게는 8kg으로 줄어들었죠. 무려 5kg을 줄인 거 에요. 그 때 저는 너무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죠. 사실 나의 산티아고여행은 배낭 하나에 담으려 했던 나의 욕심, 그것들을 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800km에 가까운 산티아고 순례길을 한 달 만에 마치고 피네스테레(Finesterre)에 도착했다. 피네스테레는 옛날 로마사람들이 세상의 끝이라 생각하며 믿었던 곳이다. ‘세상의 끝이라 불렸던 피네스테레(Finesterre)의 많은 사람들은 그 곳의 해안 절벽에서 자신이 그동안 신고 온 신발이나 옷가지, 증표들을 태우기도 한다. 0km를 알리는 산티아고 표시석이 자리를 지키는 그 곳, 모든 순례자들이 마지막으로 자신의 증표를 하나씩 남기기 위해 이곳에 들린다고 한다. 지난 몇 주 동안 입었던 옷가지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까미노(Camino)위에서 만난 인연들의 이름을 적어 그곳에 놓아뒀다. 태우지도 않고 그냥 바람에 날아가 저 세상 바다 끝에 담겨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리고 신의 은총이 그대들에게 함께하길 바랐다.

 

이제 정말 굿바이 Santi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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