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결혼하면서 신혼집에 장롱을 들여놓았더니 고추 모양의 열쇠고리가 달려왔다. 고추는 자식의 상징. 그 시절 신혼부부한테 자식을 많이 낳으라는 말은 덕담이었다.
고추가 왜 다산을 상징할까? 고추는 한번 꽃이 피기 시작하면 계속 꽃을 피우고 또 피운다. 서리가 와서 더 이상 살 수 없을 때까지. 꽃 한 송이는 지고 나면 고추 하나를 단다. 막 꽃이 진 자리에 달린 아기고추, 점점 굵어져 매워진 풋고추, 나이 들어 붉어진 붉은고추까지 자식 새끼들을 줄줄이 끝도 없이 단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고추 한 포기에서 최대로 1000개의 꽃을 피울 수 있단다.
고추꽃은 소박하다. 무명 수건을 둘러쓴 아낙네처럼. 은은한 흰색의 꽃잎이 엇비슷 고개를 숙이고 피어난다. 예전 아낙이 자식을 낳고 그 다음날 다시 일하면서도 자식을 열둘이나 낳듯. 어디 꾸밀 겨를 없으나 단아하다.
결혼 삼십년이 흐르니 자식들 결혼이 관심사다. 어느 때보다도 물질문명이 발달해 식량이건 물자가 넘치지만, 젊은이들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 사포 세대라 불린다. 요즘 신혼부부에게 고추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고추꽃
가지과 한해살이풀.
남미 불가리아 고원지대가 고향으로, 임진왜란 때 들어온 걸로 추정한다.
줄기에서 마디가 갈라지며 마디마다 잎겨드랑이에서 꽃을 2개 이상 피우고, 계속해서 새 마디가 갈라지며 꽃을 피우는 무한꽃차례다.
꽃을 들여다보면 가운데 암술 하나를 남빛 나는 수술 여러 개가 감싸고 있다. 우윳빛 꽃잎은 하나로 된 통꽃이지만 꽃잎 끝이 5~6갈래로 갈라져 있는데, 수술의 숫자도 여기에 조응해 5~6개다. 꽃받침 역시 끝만 얕게 5~6갈래로 갈라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