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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 | 문화현장 [문화현장]
커피트럭 여행가의 맛깔스러운 영화감상기
영화 ‘아메리칸 셰프’ 토크 콘서트
김이정 기자 (2015-02-04 17:12:12)

커피트럭 여행가의 맛깔스러운 영화감상기

영화 아메리칸 셰프토크 콘서트

1.15 디지털독립영화관




 

재능은 있지만 미성숙한 주인공이 시련에 부딪혀 반성을 거듭한 끝에 진정한 성공을 이루게 된다는, 익숙한 이야기 구조만 놓고 본다면 영화 아메리칸 셰프는 그다지 새로울 것 없어 보인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렇게 이야기를 평평하게 만들어놓은 덕분에 영화의 다른 부분들을 감상할 여유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이때 시선을 사로잡는 건 정신없이 돌아가는 주방에서 탄생하는 먹음직스런 요리들이다. 카메라는 배우들의 연기보다 훨씬 더 정성스레 재료를 골라 손질하고 조리해 하나의 요리로 완성해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여기에 달궈진 팬이 치즈를 녹여낼 때, 그리고 재료들이 도마에서 다져질 때, 각 조리 과정이 만들어내는 사운드들은 어떤 음악보다 맛깔스럽게 영화를 포장해낸다.

영화 아메리칸 쉐프포스터를 보면, ‘배를 꼭 채우고 영화를 보시오라는 경고문구가 있다. 푸드 포르노에 가까운 영화 속 음식 장면들이 관객들을 허기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영화 아메리칸 쉐프의 개봉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은 맛있는 영화를 보러온 관객들로 꽉꽉 차있었다. 그 관객들에게 영화 속 칼 캐스퍼같은 인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강지이 영화감독의 사회로 커피트럭 여행가 김현두 씨와의 토크콘서트가 시작됐다.

이날 커피트럭 여행가 김현두 씨의 첫마디는 배고프네요였다.

그는 광고에 출연하기 전 미디어의 파급력이 클지 몰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 통신사 CF 광고에 출연하면서, ‘어제는 가평, 오늘은 인천, 매일 다른 곳에서 카페의 위치를 알려요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멘트와 함께 광고와 미디어의 힘을 많이 느꼈다고. 그리고 광고 때문에 커피트럭을 왜, 어떻게 시작했는지, 하고 많은 것 중에 커피를 골랐는지에 대한 그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딱 서른 살이 되던 해, 재밌는 1년을 살아보고 싶었어요. 서른 살이 될 때까지 평범한 학생,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았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땐 일을 쉬기도 하고 싶었고, 다른 일도 하고 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핸드드립 커피를 파는 노점을 봤어요 이걸 보고 재밌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길 위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판다는 발상 자체가 재밌어서, 나도 여행을 하면서 핸드드립을 팔아보자 생각을 했고 커피트럭과 함께 여행을 하게 됐어요.”

그는 이 영화를 보면서 본인의 인생하고 겹쳐지는 부분이 많았다고 운을 뗐다.

로이 최라는 분은 LA의 셰프였어요. 그분이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서 칼 캐스퍼의 요리지도 및 실제 영화 속에서 음식을 담당하는 역할로 나오죠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잘 나가는 요리사는 아니었어요 노점에서 음식을 파는 일부터 시작을 했어요 그런데 노점판매는 불법이라서 제재를 당한 거 에요. 그래서 머리를 썼죠 나이트클럽 새벽 6시까지 춤추고 놀다보면 배고프잖아요 클럽 앞에서 고기 타코를 팔았던 거 에요 근데 한 군데 클럽에서 고정적으로 판 게 아니라, 오늘은 어느 클럽에서 판매한다. 내일은 다른 클럽에서 판매한다 트위터를 통해 홍보를 했다고 해요. 저도 이 이야기를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알고 있었던 이야기라, 로이 최처럼 SNS를 통해 제가 있는 장소 체크인을 남겼어요. 구례 지리산 자락 어디에 있습니다. 제주도 어느 해수욕장에 있습니다 여행을 다니면서 이런 식으로요,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오더라구요. 영화 속에 나오는 정도 정도의 연출은 아니었지만, 제법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보고 오는 걸 경험 했어요.”

 

사실 그가 이 여행을 시작했을 때 목적은 뭐였냐면 많은 공간들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공간을 기반으로 모이기 때문이다. 그의 꿈은 늘 그가 놀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트럭여행을 처음 시작할 때, 1년 넘게, 150곳의 카페만 돌아 다녔다. 마치 도장 찍기 하듯이 돌아다니면서 가게 사장들하고 인사하고 그렇게 친해지게 되었다고. 그렇게 3~4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처음 카페여행에서 만났던 사장님들과 지금은 굉장히 좋은 관계를 많이 형성하게 됐다고 한다. 여행을 하면서 늘 기록하고, 사진으로 담아놓고, 사실 나중에 만들어놓을 공간에 대해 배우고 기록이 커피청년이 가지고 있던 목표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의 커피트럭은 핸드드립 커피만 팔았기 때문에 큰 장비나 화려한 장비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언가를 판다고 해서 단순노점으로 비춰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 나름대로 트럭 벽면에 전시회랍시고, 여행사진들과 이웃들의 모습, 갤러리처럼 꾸몄어요. 그런 식으로 커피트럭에 찾아오는 이들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비춰지려고 노력했다.

여행을 하는 동안에 조력자가 없었다면 혼자 여행하는 내내 힘들었을 것 같았다. 그에게는 어떤 든든한 이들이 있었기에 이런 여행이 가능했던 것일까.

직장을 그만두고 매일이 잉여 시간이다 보니까, 처음 1년은 제 연봉보다 더 많은 지출을 했더라구요. 돈을 제대로 쓸지 모르니까 돈이 허투루 나가더라고요. 그리고 나서 남은 돈이 트럭 구입할 돈밖에 남지 않았고, 여행을 다니다 보니 수중에 돈이 다 떨어지게 된 거죠. 그러던 중 딱 이맘때쯤의 추운 겨울날이었는데, 직장인으로는 다시 돌아갈 수는 없고 돈은 필요한 때였어요. 제 친구들이 50만원씩 2, 봄이 될 때까지 보내주었어요. ‘이 돈은 갚아도 되고 안 갚아도 되는 돈이라고. 네가 친구로서 나한테 많은 것을 해줬기 때문에 이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네가 이 삶을 조금이라도 더 즐겨봤으면 좋겠다라면서. 그렇게 4개월을 버티면서 많은 사람들이 제 삶에 관심을 가져주셨어요. 그런 여러 가지 인연들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영화 속 주인공이 제2의 시작을 할 수 있는 곳은 마이애미였다. 그도 역시 마이가 들어가는 지역과 굉장히 인연이 깊다. 왜냐하면 그의 고향은 마이산이 있는 진안이기 때문이다.

제가 살고 있는 집은 수백년 된 느티나무가 있는 자그마한 집이에요. 제가 태어나고 여태 살아왔죠 제가 여행을 통해서 더 간결해진 꿈이 뭐냐면, 제가 많은 걸 경험하면서 느끼고 대화한 시간이 시골에서 자란 친구들한테는 굉장히 생소해요. 저도 그 친구들처럼 고등학교 때까지 그렇게 자랐거든요. 그래서 제 꿈은 지역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거 에요. 그리고 이 친구들이 저처럼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여행을 꿈꾸고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어요

진안에 여행과 관련한 복합문화 공간을 만드는 것을 진안에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 커피청년. 그의 꿈은 여행을 떠난 사람만이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바쁘고 힘든 일상 속에서 자신의 삶이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른 채 살아가는 이 시대의 모든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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