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해결 못하는 일, 국민 각자가 나서야 할 때
며칠 전 한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청년실업에 관한 주제의 세미나였는데 한 참석자가 우리의 아이들이 현재 아빠만한 직업을 가질 확률은 10%도 안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처음엔 의아해 했지만, 나중엔 이해가 됐다. 예를 들어 현재 대기업 부장은 자신의 자녀가 대기업 부장이 될 확률이, 현재 은행 지점장은 향후 자신의 아이들이 은행 지점장이 될 확률이, 그리고 현재 선생님은 자신의 아이들이 커서 선생님이 될 확률이 10%도 안 된다는 이야기였다. 요즘 아이들은 엄마, 아빠 때보다도 활씬 더 많은 교육을 받고, 영어, 해외여행, 온갖 자격증 등 모든 스펙이 비교될 수 없는데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 나는 뒤에 이어지는 몇 가지의 설명을 듣고 난 뒤에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첫째, 현재 엄마, 아빠가 취업을 할 때는 한국사회가 고도의 경제성장기여서 그야말로 여기저기 직장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 대한민국은 경제성숙기여서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둘째, 기계화와 스마트 폰의 영향에 의해 사람이 별로 필요치 않은 세상이 된 것이다 스마트 폰 어플 하나가 하나의 산업을 대체하는 이 때, 기존의 관념에 의한 직업이라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20년 이내에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진다
이러한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미국 듀크 대 케시 데이비스 교수는 ‘오늘날 학생들의 65%는 아직 생기지도 않은 직업을 가질 것이다’라고 예견했고, 칼 프레이 옥스포드 교수는 ‘현재 직업의 47%가 20년 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 교육현장은 어떠한가. 지난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가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국내 최초로 실시한 ‘학교진로교육 지표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고등학생 중 9.3%가 교사가 되기를 원하고 있으며, 그 다음이 회사원(7.6%), 공무원(4.7%), 연예인(4.3%), 간호사(4.2%), 공학관련 엔지니어(4.1%), 의사(4%), 요리사(3%), 경찰(2.8%), 컴퓨터관련 전문가(2.6%) 순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들의 19.7%는 자녀가 공무원이 되기를 원했으며 17.9%는 교사를 원했다. 의사가 8.4%, 간호사가 4.4%, 회사원이 2.8%, 법률가가 2.7%, 경찰(2.6%), 약사(2.5%), 교수(2.1%), 공학관련엔지니어(1.7%) 순이었다. 세상이 이렇게 엄청나게 변하고 있는 때에 아직도 우리나라의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과거 아버지 세대의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할 때쯤이면 사라질 지도 모르는 직업을 향해서 평생 공부를 한다는 아이러니한 교육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취업보다, 창업보다, 창직을 가르치자!
여기에서 우리는 직장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앞으로 20년 내에 사라질 직업군도 수없이 많은데 이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은 나만의 차별화된 직업을 만들어내는 창직이 대안일 수가 있는 것이다. 창직(創職: Job Creation)이란 새로운 미래 직업을 창출하는 활동 이외에도 기존 직업에서 융합이나 분화 등을 통해서 미래의 새로운 직업을 발굴하기도 하고, 기존 직업의 직무에서 창의적인 직무를 창출하는 모든 활동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의사라는 기존 직업을 갖게 되어도 창직을 통해 기존의 의료시술만 하는 의사가 아닌 새로운 직무 (예: 타투)를 접목하여 새로운 시장을 여는 창의적 의사(타투이스트 의사)가 될 수 있을 것이며, 또는 자신이 음식과 교육에 관심을 가졌다면 두 업종을 접목한 푸듀케이터(Food+Educator)라는 새로운 직업을 탄생시켜 관심 분야에 종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제주시에서 개설한 창직 아카데미에서 나온 실현 가능한 창직 아이디어는 참 흥미롭다. 총 55개 아이템 중에 6개가 선정되었는데 그 중에 제주시 올레 드라이버, 제주 이주 컨설턴트, 제주 태고여행 플래너 등이 눈에 띈다. 지금까지는 여행가이드 정도로만 여겨지던 직업이 창직이라는 개념을 만나면 이렇게 세분화, 다양화되는 새로운 전문직종으로 세분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창직이라는 개념을 전주나 전라북도에도 도입하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한옥마을, 한식, 한류, 발효식품 등과 연계되어 한옥 코디네이터, 웰빙한식 여행가이드, 발효음식 전문요리사 등등 수많은 전문 직업들이 창직될 수 있지 않을까. 흔히 도시농업이라 불리는 텃밭과 관련된 창직도 70여개나 되고 반려동물과 관련된 새로운 직업도 수백 가지나 된다고 하니 이제 우리의 직업관을 창직으로 돌려봄직 하지 않을까.
중학교 자유학기제, 가능성의 꽃을 피우길
다행스럽게 최근 청소년 진로교육에도 서서히 다양한 형태의 창직 개념이 도입되고 있는 것 같다. 중학교 교육과정 중에 한 학기 동안 학생들에게 진로교육을 확대하고 직업 탐색 및 체험교육을 통해 본인의 적성을 미리 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자유학기제가 그것이다.
중학교 한 학기 동안 중간, 기말고사 등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토론과 실습 등 직접 참여하는 수업을 받고 미래의 꿈과 자신의 끼를 찾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정책이라고 한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오늘의 관점이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변화되고 있는 미래의 관점에서 자신에게 꼭 맞는 미래직업을 발견하고 거기에 자신의 전공분야를 맞춰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사라질 직업을 위해 젊은 시절을 다 바쳐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새롭게 뜨는 직업을 향해 자신의 적성을 맞춰가는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진로탐색교육이 되어 20대 청년실업으로 암울한 오늘의 대한민국의 한숨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