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5.2 | 연재 [별별여행 ]
산티아고 길 Camino de Santiago
커피청년의 별별여행
김현두 (2015-02-02 16:39:33)

어느 날 오후 친구 녀석이 선물해 준 배낭 하나가 집에 도착해있었다. 정서적으로 나라는 사람을 이해해주고 따뜻하게 감싸주던 친구였던 그는, 내 여행의 행선지를 바꾸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누구나 떠나고 싶었던 여행,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던 그 곳, 나도 언젠가부터 수많은 서점들의 책장위에서 사람들 눈에 가장 잘 띠던 곳에 자리한 그 곳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리고 바보상자 같았던 TV 안에서 비춰지는 그 곳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 주위의 수많은 여행자로부터 나는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내가 그 곳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그런데 그 곳으로 향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고민도 없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더군다나 친구가 선물해 준 배낭 하나 때문에 내 여행의 행선지를 정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더욱 이해하지 못할 일일수도 있고 말이다.


나는 그런 내 마음의 여유가 좋다.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간직한 채 살 수 있는 내 마음의 크기도 좋아한다. 누구에게는 그냥 배낭하나였을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어디론가 떠날 수 있게 해준 계기가 되었던 것. 내 삶은 항상 어떠한 사건들이 나를 움직이며 떠나게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스페인으로 떠나는 비행기 티켓을 끊고 나서야 모든 불안감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그곳으로 떠나는 것이나, 모르는 이들과 불완전할지 모르는 뒤섞임도, 소통할 수 없을 것 같은 언어의 문제까지. 모두 불안함으로 내게 찾아왔다. 그렇게 불안함을 해소하지도 못한 채 한국을 떠나 러시아의 셰레메티예보(Sheremetyevo) 공항을 경유해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내가 이 여행을 시작해야 하는 곳은 프랑스의 생 장피도포드(St. Jean Pied de Port)라는 작은 마을이었다. 그 마을은 세계의 수많은 순례자들이 모여드는 시작점과 같은 곳이었다. 이번 내 여행의 목적지는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이다. 유럽 남서부에 위치한 이 마을은 피레네 산맥과 가까이하고 있다. 이 산맥은 다시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을 이루기도 한다. 그렇게 9시간가량 산맥을 넘어 스페인으로 들어가고 내 삶에 첫 번째 까미노(Camino)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은 산티아고로 향하는 길(Camino)이라는 스페인어다. 스페인의 아라곤·나바라·카스티야레온·갈리시아 자치지구에 걸쳐 있는 약 800km에 이르는 멀고도 아름다운 까미노(Camino)이다. 보통은 마지막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대성당까지의 길을 일컫는다. 실제로 성 야고보가 지나간 도보순례의 길을 연결 해놓은 것 이라고 한다. 까미노(Camino)를 걷는 이들은 수많은 마을과 유적, 종교적 유산(성당) 등을 마주하며 길을 걷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것은 끝없는 자연의 신비로움이 아닐까한다. 내가 걷던 그 날은 5월의 아름답던 봄날이었다. 그 끝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밀밭이 펼쳐지고 길가에는 새빨간 양귀비꽃들이 바람결에 몸을 비틀며 늘 내 곁을 지켜주었다.


아름다운 길 위에서 걸음을 재촉하며 며칠이 흘렀을까? 생각했던 것보다 아니 그 이상으로 힘이 들었다. 큰 의미를 두고 떠나지 않으려 했던 여행의 시작이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복잡한 내 생각의 잡념들을 정리하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치고 고된 매일의 걸음이 반복되자 이내 생각을 옮기고, 정리하는데 많은 혼란을 가져오고 말았다.

나는 나의 하루를 적는 것을 좋아한다. 수년간 그렇게 매일 내 여행을 기록해왔지만 육체의 힘듦이나 나약해짐은 생각보다 잘 훈련되었다고 생각한 습관마저도 흐트러지게 만들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오늘 20km를 걸었구나, 내일은 30km를 걸어야 하는 건가? 그저 가이드북을 보며 걷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사실 마을은 어디에나 있었고, 나는 오늘 단 몇 km의 거리를 걸어도 무방했다. 단지 내 생각의 쉼이 그 곳에 있지 못함이 문제였을 것이다. 며칠이 지나서야 작은 노트에 잠시 펜을 들고서 이러한 생각의 흩어짐을 한 곳에 모아보았다.


강한 줄 알았던 나는 까미노 위에서는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리게 됐다.

 


그 때 시작하게 되었다. 모든 것을 멈추라고 내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었다.

 옆을 지나는 저 순례자의 모습도 때로는 천천히 걷다가도 빠른 걸음을 내딛기도 때로는 나의 욕심과 집에 돌아가면 마주 할 일상까지도 언젠가부터 내게 찾아온 세상의 관심도 다 저만치 버려두고 내 길을 걸어가는 것, 그러기로 다짐에 다짐을 하던 날이었다

    

모든 것은 길 위의 풍경에서 부터였다.

벤치와 쓰레기통의 숫자에서 부터였다.

그렇게 조금씩 비교하고 셈하게 되었다.

내가 살 던 곳으로부터 말이다.

모든 골목과 마을은 사진기 속에 담고 싶었고, 만지고 싶은 것 투성이었다.

마을을 지나다닐 때 마다 나는 보았다.

웃음 지으며 인사를 건 내 주는 다정한 사람들을 말이다.

인사를 건네 본다.

보지도 듣지도 만난 적도 없는 나에게 부엔 까미노(Buen Camino, 좋은 길 되세요)

외치는 그 곳의 사람들이 그리운 날이다.

 

얼마 전 약속이 있어 서울에 다녀온 적이 있다. 가로수 길을 걷는 중이었는데,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잠시 앉아 쉼을 가지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길이었다. 가게 앞 화려한 자동차들의 풍경보다는 그 길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이 있는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머무는 이곳과 다른 것은 길 위의 풍경에서 부터였다.

 

안녕, 부엔 까미노!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