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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 | 연재 [내가 만든 무대]
음악과 함께하는 즐거움, 우리는 한 가족
패밀리 완두콩
이기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공연기획PD(2015-01-05 09:49:56)

4월 토요일 아침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습실은 낯선이를 경계하는 뜻한 눈빛과 긴장에 찬 얼굴, 처음 들어본 악기를 어떻게 들지 몰라 낑낑거리는 아이들의 모습까지 뒤엉켜 시끌벅적, 수군수군 장사진을 이루었다. 이렇게 낯설기만 한 가족들이 모여 패밀리‘완두콩’가족오케스트라와 합창을 만들어 낸 것이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패밀리‘완두콩’은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최하고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사업심사를 통해 주관하게 된 가족프로그램이다. 교과과정이 주 5일제로 바뀌면서 학교 밖 토요일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가족구성원을 대상으로 오케스트라와 합창 뿐 만아니라 공연관람, 음악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였다.

2013년 37명의 가족오케스트라로 시작하여 2014년 가족합창반이 더해져 가족오케스트라&합창 77명의 가족들이 함께하기 시작하였다. 파트별 연습에서부터 앙상블, 마지막으로 전체가 모여 합주까지 매주 다양한 방식으로 연습을 통해 일 년에 2번의 연주회를 갖게 된다.

패밀리‘완두콩’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동안 함께한다. 말로 표현하면 무언들 어렵지 않겠나. 토요일 아침 10시까지 온 가족이 출동 한다는 게 그리 쉽지 만은 않다. 토요일 아침 달콤한 늦잠의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련만 자녀와 함께 한다는 즐거움 반, 아이들에게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책임감 반으로 발걸음을 옮긴다고 한다.

작년부터 아빠와 두 아들이 함께 악기를 시작해 참여했는데 악기에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던 엄마가 합창반이 생기면서 음치탈출이라는 목표와 온 가족이 함께 무대에 선다는 설렘으로 용기를 내었다고 한다.  기타를 치셨다는 아버지는 ‘불금’의 술자리도 멀리하고 딸에게 용기를 주기위해 참여해 클라리넷을 처음 불기 시작하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휴일 날이면 여기저기 연습실을 찾아다니며 연습에 열중이었다. 늦둥이 막내딸 때문에 사춘기 큰딸에게 신경 못쓰는 것 같아 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처음 악기를 시작한 한 엄마의 가족은 4살짜리 아이와 아빠 역시 함께 출석해 끝날 때까지 소리전당 곳곳을 놀이터 삼아 보내고 온 가족이 함께 집에 돌아간다고 한다. 바이올린을 좋아하는 자폐아 동생을 둔 대학생 언니는 전공을 목표로 했던 플룻을 어찌 보면 동생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역시 동생을 위해 먼지 쌓인 플룻을 꺼내어 부는 모습을 보며 엄마 역시 대견한 두 딸들을 위해 악기를 시작하였다고 한다.

또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는 연령의 아이들은 집에 놓고 올수도 없는 법, 언니 오빠들과 뒤엉켜 큰북도 쳐보고, 쟁반 같은 심벌즈를 두 손으로 쳐보기도 하고, 드럼의자에 앉아 멋진 드럼어가 되어 뒤죽박죽 시끄러운 음악이 만들어지지만 그 모습에서 너와 내가 아닌 우린 하나의 가족이라는 큰 의미를 심어 주는 것 같아 행복해 진다.

오케스트라와 합창 연습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오케스트라 합주 시간만 되면 표정들이 심각하다. 유머러스하고 장난 끼 가득한 지휘자선생님의 얘기에 우리 단원들은 좀처럼 잘 웃질 못한다. 악보보기와 악기잡고 소리내기에도 빠듯한데 합주를 하면서 다른 파트소리도 들어야지 박자, 음정 지키려니 머릿속은 하얘지고 내가 뭐하고 있는지 여긴 어딘지 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한다. 하지만 합주가 끝나면 지휘자선생님 옆은 여긴 이래서 안 된다 저긴 저래서 안 된다, 마치 초등학생들이 선생님에게 물음 하듯이 시끌벅적하다. 반면 합창은 연습 내내 웃음소리와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같은 곡을 몇 번을 반복하고 다시 다시를 외쳐도 어쩜 그리 능청스럽게 처음인양 부르는지 그리 즐겁기만 하다고 한다. 하지만 곡을 외어 부르기만 하면 자신감은 금세 사라져 서로 다른 사람이 불러주길 바라며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에 지휘자선생님은 숙제를 내준다. 

이렇듯 가족 오케스트라&합창은 완벽한 전문적인 연주자를 원하는 게 아니다. 악기를 다룰 수 있는 가족은 물론 처음 악기를 잡은 가족이 함께 즐기기만 하면 된다. 합창 역시 즐겁게 노래 부르기만 하면 된다.

나이 역시 상관없다. 악기연주를 빠르게 배운 아이들에게 오히려 부모들이 지도를 받고 가사를 자꾸 잃어버려 아이들에게 눈치 받는 부모들의 모습을 보며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세대간의 공감이 대화의 통로를 찾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족과 소통해 가며 이 안에서 작은 사회를 경험하게 되는 것 같아 놀랍고 감사하기까지 한다.

모든 과정의 마지막 주에는 공연을 한다. 함께하지 못한 가족과 친척, 친구, 직장동료들까지 모두 초대해 자신 있게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연주회를 앞둔 우리들은 몸도 마음도 바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의상을 상의하는가 하면 벌써부터 뒷풀이까지 생각하는 흥분된 분위기는 쉽게 가라않지 않았다. 합창 엄마들은 언제 무대에 서보겠냐며 드레스를 단체로 맞춰 입자 하고, 아빠들은 나비넥타이에 턱시도를 입고 본인들만 아는 앵콜곡까지 연습하는가 하면 단원들에겐 설렘 그 자체였다. 

우리들의 무대는 실력을 자랑하는 무대가 아닌 지난 일련의 과정들을 되짚어보며 함께 했다는데 큰 의의를 두는 무대였다. 그렇다고 실력 없다고 본다면 큰 오산이다. 무엇이든 목표를 두고 도전 했을 때의 성취감이 더 크다는 걸 알기에 한 시간 반을 가득 메운 프로그램은 단원들에게 우리가 만들었다는 자긍심과 성취감으로 남았고, 관객들에겐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일년을 열심히 달려온 12월. 패밀리‘완두콩‘을 통해 가족의 일상에 많은 변화가 왔다. 차 안이 무대가 되어 큰 소리로 함께 따라 부르고, 집안 거실이 무대가 되어 서로의 무대에 박수를 치며 TV는 어느새 뒷전이 되었단다. 가족이 함께여서 더 즐거운 올해는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과 가족에게 감사해하는 한 해가되었다고 한다.

가족공연을 마치며 “선생님 이제 우리 토요일 아침 뭐해요” 물어오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 졌다. 나 역시 자녀를 둔 엄마로서 정작 우리 아이와는 함께 계획하지 못하고 반납해야 했던 토요일 오전을 함께했던 패밀리‘완두콩’단원들은 나에게 또 다른 가족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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