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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 | 연재 [읽고싶은 이 책]
행복이라는 단어를 잊어라
꾸뻬 씨의 행복 여행
강성훈 소설가(2015-01-05 09:48:30)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자기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꾸뻬’ 

그런 꾸뻬 씨는 영락없는 정신과 의사의 모습을 하고 있고, 진료실 역시 진짜 정신과 의사를 꼭 빼닮아 있다. 어째서인지 우리는 순간 꾸뻬 씨가 어떻게 생겼고, 진료실이 어떤 공간인지 쉽게 떠올린다. 아마도 당신이 상상하는 딱 그 모습일 것이고 내가 상상하는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 또한 그렇다. 주위를 둘러보면 알 수 있다. 당신은 누구나 하고 있는 그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주위 사람과 특별히 다른 자신의 모습을 찾기 힘들다. 물론 자신은 다르다고 항변하고 싶겠지만, 자기애를 버리고 넓은 범위로 자신을 본다면 쉽게 부정할 수 없다. 다르다는 건 두려운 것이기에 우리는 조심스럽게 사회가 허락된 범위 내에서 다름을 추구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다르게 살고 싶고 자신만의 길을 원한다. 우리는 똑같은 방법으로 모두 똑같이 행복해질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꾸뻬 씨는 행복여행을 떠난다. 저자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독자들이 꾸뻬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면서 행복을 향한 자신만의 길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여기서 꾸뻬 씨가 여행하며 찾은 행복에 대한 배움 23가지를 소개할 필요는 없다. 요약은, 특히 문학작품에 대한 요약은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맥락과 상황 속에서만 이해할 수 있는 의미를 제거한 오독은 독이다.  

 다만, 꾸뻬 씨가 했던 질문을 하고 싶다.     

 ‘당신은 행복하세요?’

 꾸뻬 씨는 이 질문이 ‘마음을 심하게 흔들어 놓을 수가 있기 때문’에 물을 때는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주의 정도가 아니라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질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단순히 마음을 흔들어 놓는 것뿐만 아니라 질문을 받은 상대를 행복한가? 불행한가? 로 강제적으로 나누기 때문이다. 조금은 지루하고, 어쩌면 무기력할 정도로 평온한 일상을 사는 사람에게 당신은 행복하냐? 고 묻는다면 그 사람은 그 질문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생각해 보니 특별히 좋고, 흥분되고, 뭔가 가득 채워진 충만함은 없다. 뭔가 비어있다는 느낌이 든다. 문득 자신은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 아, 그러면 나는 불행한가? 무엇이 부족하지? 뭔가 더 찾고 채워야 행복해지는 걸까? 

행복하냐는 질문을 당신에게 던져지는 순간, 당신은 행복이란 거대한 권력을 가진 단어 아래 놓이게 된다. 행복이란 단어는 그 누구도 가질 수 없으므로 결핍을 만들어 내는 거대한 힘으로 작용한다.

그러니 더는 행복하냐고 묻지 말자. 

동양 철학에서 행복이란 개념은 없다고 한다. 행복이란 개념은 서양에서 온 것이다. 동양에서 행복이란 단어와 비슷한 개념의 단어를 찾는다면 중용이나, 평정심, 또는 평온 정도다. 하지만 어느새 우리는 중용, 평정심의 상태를 못 버틴다. 어쩌다 그런 민족이 되었다. 계속 뭔가를 찾고 더 채우고 더 낳아지기를 바란다.  

이 소설을 쓴 작가도 제목을 꾸뻬 씨의 행복여행이라고 지었지만 행복이란 단어에 지배되지 않기를 바란 것 같다. 꾸뻬 씨가 중국에서 만난 노승이 “첫 번째 실수는 행복을 목적이라고 믿는 데 있다”라고 말했고, 그 가치를 중요하게 본 이유일 것이다. 

행복여행이란 제목으로 나온 소설이기에 행복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찾아 읽는 소설이겠지만, 행복하냐는 질문을 더는 하지 않기를 바라는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더 나아가 머릿속에서 행복이란 단어를 지우라는 소설로 읽기를 바란다. 

다시 말해, 행복에 대한 배움 23가지를 잊어버리기 바란다. 

행복에 대한 배움 23가지의 기준에 자신의 인생을 재단하는 순간 당신은 더 불행해 질 것이다. 배움 23가지 중 하나를 이루는 것도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자기 스스로에 대해 만족 못 하는 꾸뻬’ 씨는 여행을 다녀와서 과연 행복해졌을까? 꾸뻬 씨는 소설의 마지막쯤에 ‘여행을 다녀온 후 그는 자기 일을 더 많이 좋아하게 되었다.’라고 한다. 그가 여행에서 배운 것들을 적당히 지켜가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꾸뻬가 될 수 있을까? 

중국인 잉리를 돕듯 ‘배움23_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를 실천하고, 자기 일을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배움1_ 행복의 첫 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에서 배웠듯이 자기 일을 더 좋아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여기에 배움13이 더해져야 한다. ‘배움13_ 행복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23가지 배움을 제쳐 두고라도 세 가지 배움을, 아니 하나의 배움이라도 실천할 수 있을까? 그 무엇과도 비교하지 않는 삶이 과연 가능할까? 다른 사람에게 쓸모가 있는 사람이면서 그런 직업을 갖는 게 가능할까? 당신이 그런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당신은 그 직업을 그만 둘 용의가 있는가? 

그렇다고 이 소설이 읽으면 안 되는 소설은 아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소설이다. 배움 23가지는 행복에 국한되지 않는다면 인생을 사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가치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행복에 대한 배움 23가지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지 않는다. 유일한 경고라면, 노승이 말한 ‘진리라고 해도 모두에게 강요할 수 없’다는 정도다. 나는 더 강한 경고를 하고 싶다.   

 그래서 행복에 대한 배움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배움 24_ 행복이란 단어를 잊어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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