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을 견뎌낸 뿌리 깊은 나무처럼, 지난해 전북 문화계는 지역을 오랫동안 지켜온 것들이 빛을 발하는 한 해였다. 지역문화의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문화시설과 축제, 예술 활동, 지역 연계프로젝트, 문화예술교육 등 모든 일들은 단체와 기관, 프로젝트의 성격에 맞게 새로운 문화영역으로 구축됐다.
2015년 새해가 밝았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생각하는 을미년 전북 문화계의 화두는 무엇일까. 143회 수요포럼에서는 각 분야의 문화예술인을 만나 올해 문화판의 이슈와 향방을 내다봤다.
주 제 | 2015년 전북 문화예술계에 던지는 화두
일 시 | 2014년 12월 17일 수요일 오후 2시
장 소 | 전주 한옥마을 공간 봄 세미나실
사회자 | 이세영 문화저널 편집팀장
토론자 | 강현정 효자문화의집 관장
유상우 민예총 전북지부 사무처장
이준호 전주세계소리축제 대외협력팀장
진창윤 서양화가
홍석찬 창작극회 대표
정 리 | 이세영 편집팀장
이세영 | 2014년 마지막 수요포럼을 진행하게 됐다. 올 한해도 많은 일들이 지역 문화계에 있었다. 오늘 포럼은 올해 문화계 이슈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 전북의 문화계를 전망해 보려고 한다. 각자의 분야에서 부족했던 것은 무엇이었고, 내년에는 어떻게 채워나가야 될지 보충하거나 반론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홍석찬 대표부터 이야기 해달라.
홍석찬 | 오늘은 시립극단 상임연출이 아닌, 극단 대표로 포럼에 참여했다. 올해로 창작극회 대표직을 맡은 지 10년이다. 몇 년 전부터 심상치 않은 바람이 연극계에 불고 있다. 우선, 공연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 지역 연극계에서 자생적으로 노력을 한 부분도 있지만 지원금이 여러 분야에서 쏟아져 나온 때문이었다. 지원금을 받다보니, 봄철은 느슨하고 가을 겨울이 되면 정신없이 바빠진다. 완성도 있고 생명력이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러다가 좋은 작품은 안 나오고 시간만 보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타 지역의 작품들이 우리 지역에서 성공하는 사례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악순환을 내년에는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는 시간도 있어야 할 것 같다.
이준호 | 어떤 지원들을 받았는가.
홍석찬 | 문진금 위주로 받았는데, 지금은 공연계의 스태프들이 정신이 없는 상황이다. 각 지역의 한옥자원활용 상설공연, 새만금 공연, 브랜드 공연 등에 지역 연극인들이 오르다 보니 수요가 많아졌다. 내년은 관광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지역 연극계에도 그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본다. 어떤 식으로든 물량이 나오니, 좋은 작품들도 나오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이 몇 년 가면 안정된 상황에서 인력도 수급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세영 | 전북도립미술관장이 새롭게 바뀐 것을 빼면 올해 전북 화단은 큰 변화가 없었던 것 같다. 올 한해 미술계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겠나.
진창윤 | 연극계는 미술계와는 딴 세상인 것 같다. 올해 미술계는 조용한 흐름을 보였던 것 같다. 올해 미술계를 정리하는 것보다는 미술계에 비평하는 이들이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지역의 예술가들은 미술의 판도는 아는데, 그걸 자기 작품과 연결시키지 못한다. 그것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비평가, 평론가들이다. 전북에는 비평과 평론을 해줄만한 사람이 없고 민예총에서 해줘야하는데 잠잠하다. 물론 모든 문화예술분야에서도 비평세력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올해를 지내면서 대안 공간이나 실험예술을 하는 젊은 작가들이 없는 것도 문제였던 것 같다. 일할 만한 사람들이 놀 수 있는 분위기도 없다. ‘차라리언더바’가 그런 대안공간으로 간판을 올렸지만, 뚜렷한 성과를 얻지는 못했던 것 같다. 미술계의 풍토를 바꾸는 무언가가 있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세영 | 유상우 사무처장은 올해로 민예총 전북지부에서 근무한지 1년이 됐다. 올 한해 민예총은 어떻게 일들이 진행이 됐는가.
유상우 | 작년 1월부터 민예총에서 사무처장이라는 직함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민예총에서 문화예술계 일을 처음 시작했다. 10여 년 만에 지역에 내려왔는데 많은 것들이 달라진 것 같다. 그때는 문화 인력들의 ‘야성’이 살아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많이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옥마을에 찾아오는 관광객을 보면 놀랍고, 문화예술도 잘 프로모션하면 상품화 될 수 있고 시장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 민예총은 이념적인 것보다는 예술의 생태계 기반을 만들어내고, 버팀목이 되어 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민예총에 젊은 인력들이 너무 없다. 내가 42살인데 가장 어린 나이다. 30대 젊은 예술인들이 전무하다고 봐도 된다. 20~30대와 나와 같은 징검다리 세대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했는데 그럴만한 인력이 없었다. 내년에는 예술적인 것을 떠나서, 문화적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일을 할 인력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불어 내년에는 문화 약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해야 하는 곳이 민예총이라, 내년에는 이런 것을 반영할 생각이다. 서울에 대한 지방분권을 이야기하는데, 민예총 내부적으로는 전주에 대한 지방분권도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무국을 안정시키고 지역으로 행사들을 분산시켜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올해는 세월호에 대한 압박이 심했던 한해였다. 마치 하지 않으면 죄인이 되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됐던 것 같다.
이세영 | 30대 허리가 되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와닿는다. 홍석찬 대표나 진창윤 선생도 지적한 문제인데, 전체 문화지형에서 보이는 현상인 듯하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어떠했는지 이준호 대외협력팀장의 이야기를 듣도록 하겠다.
이준호 | 다른 분야는 어렵다고만 말씀하는데, 죄송스럽게도 올해 소리축제 같은 경우 긍정적인 성과를 거둔 부분이 많았다. 최근 몇 년간 소리축제는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의 경우 상당히 성공적인 축제를 했다고 자평한다. 인력 문제에 있어서도 오랫동안 일하는 직원들이 늘면서 조직의 시스템도 안착되고 있다. 단기로 뽑았던 직원들을 계속 승계해나가는 시스템으로 바꿔가고 있다. 문제작을 만들어냈고 비판과 칭찬이 있었지만 국악계의 얘깃거리가 됐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한해였다.
이세영 | 문화의집은 어떠했는가. 올해 어떤 사업들이 중점적으로 이뤄졌는지, 문화의집을 둘러싼 환경에는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강현정 관장이 이야기해 달라.
강현정 | 전라북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문화의집이 운영되고 있다. 민간위탁시설로 운영되는 6곳과 완주가 활성화돼 있다. 정치적 바람이 문화의 집에 불었던 한해였다. 주민들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보니 올해는 선거, 세월호 사고 등에 많이 휩쓸리는 상황들이 상반기에 있었던 것 같다. 1월에 지역문화진흥법 만들어지면서 생활문화의 코드로 문화의집도 함께 갈 수 있는 부분이 마련된 것도 올해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전주의 문화의집들은 주민센터와 함께 공간을 쓰면서 마찰이 생기기도 하고, 행정과 파트너십이 되지 않기도 하는 일도 일어났다. 현실적인 부분들에서 민간과 행정이 함께 하기에 어려운 과제들이 많았던 올해 같은 경우 힘겨루기 싸움이 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내년에는 전주 4곳, 장수 1곳에 문화의집을 개관할 예정이다. 법상으로는 만들어졌지만 주민들과의 거리를 어떻게 좁히고 맞춰나갈 것인지, 또 동호회 활동과 어떻게 어우러져 운영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 같다.
이세영 | 지금까지는 올해 상황들을 살펴봤다. 내년 전망은 분야별로 하기보다, 키워드 중심으로 진행해 보기로 하겠다. 홍석찬 대표가 앞서 말했던 관광이라는 키워드가 내년의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전북도는 관광을 중심에 두고 문화관광재단도 만든다고 한다. 문화계에 있어 관광을 중점으로 두는 것이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의견을 듣고 싶다.
홍석찬 | 관광은 거스를 수 없는 게 현실인 것 같다. 단지 문화예술이 뒤쫓아 가거나, 수단·치장의 수단이 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연극계에서는 우리 지역 이야기를 소재로 한 브랜드공연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 하면서 뒤숭숭하다. 창작소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얼굴 없는 천사도 이런 생각으로 만들었다. 멀리서도 연극을 보러오는 관객이 있는데, 그들에게 지역의 문화역사를 알리고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자꾸 분위기 조성할 필요가 있다. 순수한 예술과 사회적인 사건을 예술적으로 담아내는 일을 소홀이 하는 것이 걱정이 되긴 하지만, 오히려 한편에서는 성장하면, 한 쪽에서는 순수 예술 쪽으로 몰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영화카페, 영화소품박물관, 영화호텔이 생기는 것은 전주국제영화제의 힘이다. 축제나, 관광으로 외지인들이 늘어나고, 우리만의 연극제도 만들어서 관객을 모으면 자체적으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이세영 | 관광이 중심에 있는 이 시기를 기회로 삼아 역량을 키워야 된다는 이야기였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진창윤 | 미술도 관광이라는 관점에서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먹고 살 길이 열릴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박근혜 정부에서 10년 숙원사업이었던 문화예술진흥법, 문화기본법을 통과시켰다. 10년 숙원사업이었다. 완전히 문화지형이 바뀌는데 문화재단이 없어 지역에서는 받아주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이 지역의 문화판도의 변화는 문화관광재단이 시작점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문화판의 지휘본부가 전북도의 문화예술과였다면 문화재단이 생기면 지휘탑이 민간으로 넘어오는 것이다. 재단의 부조리를 미리부터 걱정하기도 하는데, 중심축이 생기기만하면 나머지는 비판해가면서 좋은 쪽으로 바꾸면 된다. 전주의 가장 큰 장점은 30년 동안 정체되어있다는 것이다. 발전이 안 된 것이 장점이 되었다. 그래서 전주에 오면 시골에 온 것 같고, 정감이 가고, 사람들의 순박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점과 관광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이런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연극이나 미술 등 문화적으로 잘 소화하면 괜찮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세영 | 관광에 대한 얘기를 언급하게 되면, 소리축제와도 밀접한 부분이 있지 않나. 올해 축제를 보러 온 외지인들이 상당히 늘었다고 들었다. 관광이 화두가 되면 소리축제가 선도적으로 관광객을 견인을 할 수 있고, 혜택을 볼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준호 | 물론 그런 효과가 있다. 지역 연극계가 서로 합심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면 좋을 것 같다. 지역 극단들의 인프라 구축이 전북은 굉장히 잘 되어있다. 밑바닥부터 작업을 해야 하는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고 본다. 한옥마을에서 큰 규모의 행사를 원칙적으로 제재하겠다고 전주시에서 발표했다. 소리축제에도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다. 문화예술에 대한 어떤 장들이 펼쳐진다 해서 그게 문제가 된다기보다 상업화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관계자들은 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생각의 차이가 있다고 보는데, 떠나야 된다면 어떻게 할지, 한옥마을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14개 시군으로 확대하는 쪽도 조심스럽게 고민하고 있다. 또 전북 문화관광재단이 내년에 태풍의 핵이 될 거라 생각하고 있다. 도립단체, 소리축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다 연관되어 있어 요주의하고 있다.
강현정 | 관광얘기를 하니까 생각나는데, 전주는 한옥마을이 핵심이다. 그런데 주민들은 한옥마을의 내용을 잘 모른다. 일반 사람들은 한옥마을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 같다. 문화의집과 같은 지역밀착형 시설들이 해야 될 일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준호 | 저도 첨언을 하자면, 한옥마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들이 강한데 저는 긍정적인 생각들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한옥마을이 상업화된다고 이것을 피해가다 보면 다른 지역에 한옥마을같은 곳이 생겨도 도망만 다닐 수밖에 없다. 상업화된 속에서 반전을 해서 문화예술인이 주도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문화예술인들이 자꾸 무언가를 해서 긍정적인 것을 이끌어내고 그러면서 너무 상업화되는 것도 조금씩 막아갈 수 있지 않을까.
진창윤 | 지금까지는 대규모 행사, 축제를 하면서 긍정적인 면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축제가 없어도 굴러간다. 대규모 행사들을 다른 지역으로 분산시켜 문화적으로 나눌 수 있도록 할필요가 있다. 한옥마을에 오는 이유가 전주의 먹거리와 전주시민들의 친절함과 순박함 때문이라고 한다. 민박집에서 계약을 취소해도 위약금을 안받기도 하고, 구멍가게 할머니들까지도 친절하다. 볼 건 없지만, 분위기와 친절함 먹을거리는 많다. 지금은 걱정이 없는데 5년, 10년 후 상업화가 돼서도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느냐 하는 걱정이 있다.
유상우 | 문화관광재단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경쟁력이 있는 곳은 더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빛이라면 따라가지 못하는 곳들은 도태될 수 있다는 그림자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묘하게도, 한옥마을과 비슷하게 연계되어있는 상황처럼 보인다. 이준호 팀장의 말처럼 예술가들이 쫓겨날 수 있다는 마인드는 곤란하다. 그렇다면 상인들도 시설비 날리고 쫓겨나는 것도 당연시해야 된다. 공간을 지키는 문제, 공간에서 예술적인 행위들이 유지될 수 있는 방안이 생겨야 할 것 같다. 문화관광재단이 생기면 수도권에 준하는 세련된 관광상품이 생길 것이고 문화라는 범위들이 넓어질 수 있겠다. 민예총도 이런 상황에 맞춰 교육문화정책, 관광문화정책들을 심도 있게 다뤄볼 생각이다.
이세영 | 관광 이야기가 나오니 한옥마을이 중심이 돼 이야기가 흘러갔다. 덧붙여, 올해 새 자치단체장이 당선되며 문화정책들이 바뀌고 있다. 새 자치단체장들이 문화정책이 내년에는 어떤 영향들을 끼치겠는가.
이준호 | 김승수 전주시장 체제에 들어서면서 사회적 경제과가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 한옥마을에서 전주시 전체로 외연을 넓히고자 하는 노력인 것 같다. 서울시에서 진행했던 마을기업 같은 것으로 점점 더 확대될 수밖에 없겠다. 지자체장의 의지인지는 모르지만 군산도 근대문화유산 쪽으로 계속 확대가 되고 있는 것 같다. 도시재생으로 몇 백 억정도 책정이 된다고 하고, 제2의 한옥마을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서울 외지인들이 일본식 가옥들을 매입하고 있다고 하더라. 14개 시군으로 관광벨트가 확대되는 것을 피해갈 수 없는 것 같다. 축제 같은 경우에는 14개 시군에 있는 문화예술 인프라, 네트워크들을 점점 더 깊숙하게 끈끈하게 만들 필요성을 깊게 생각하고 있다.
이세영 | 2014년에 생활문화예술센터 조성사업이 시작됐다. 문화의집에서는 이 사업의 영향이 클 것 같다.
강현정 | 생활문화센터를 지원할 수 있는 사업비가 늘고, 관련된 사업들이 많아질 것 같다. 동호회 관련된 조항이 지역문화진흥법에 있기 대문에 그 방향으로 혜택이 많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서 평생교육시설, 작은도서관 문화의 집 등 생활문화시설에 관련된 네트워크가 필요할 것이고 민관학의 협력네트워크가 구성돼야 할 것으로 본다. 전라북도만의 생활문화정책, 지역문화진흥 정책에 대한 방향을 민관학이 협력적으로 같이 갈 수 있도록 계속 요구를 하고 있다.
이세영 | 미술계의 내년에는 창작여건은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도립미술관에서 청년작가들 뽑고, 레지던스 지원을 한다고 하고 있으니 변화가 있을 것도 같은데.
진창윤 | 청년작가 4명을 뽑았다고 하는데 지역 미술계에 끼칠 파장이나 영향은 크게 없을 것 같다. 청년작가로 선정된 작가들은 원래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사막에서 살아남은 사람이나 다를 바 없다. 오롯이 작업만 십여년하며 살아남은 사람들이라, 특별히 지원금이나 이런 것들을 기대하지 않고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학 졸업생들, 젊은 친구들이 가장 큰 문제다. 이 친구들도 각자 위치에서 10년 정도 작업을 꾸준히 하면서 지역에서 버텨주면 자리를 잡을 텐데, 대개 2~3년 하다가 직장을 잡는다. 그런 점들이 안타깝다. 젊은 작가들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풍토가 바뀌어야 되는데, 전북 미술계는 너무 조용하다. 세월호 같은 경우도 재밌게 예술로써 풍자로 풀어낼 수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그런 시도도 있었다. 실험적인, 창의적인 발상을 가지고 노는 문화가 있어야 젊은 친구들이 반응을 보이고, 참여하게 될 텐데 전라북도에는 그게 없다. 이런 문화적인 풍토에서 신진작가 지원을 늘리고, 그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일반인들이 같이 와서 놀아줄 수 있는 분위기가 어우러진다면, 미술계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준호 | 정책적인 변화도 있는 것 같다. 생활문화나 시민의 삶의 질 쪽으로 위치 이동을 많이 한듯하다. 창작자 중심의 기초예술지원 활동 보다는 생활문화 쪽으로 옮겨지고 있는 것 같다.
진창윤 | 생활문화정책이나 사업이 앞으로 잘 될 수밖에 없다. 젊은 나이에 정년퇴직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생활문화다. 이런 사람들이 하는 생활문화는 특별한 지원이 없이도 그냥 둬도 잘 될 것이다. 문제는 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 1년에 한 번도 연극 보러 가지 못하는 사람이다. 하위계층에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바우처사업 등을 통해 혜택을 보는데 가운데 끼어있는 사람들이 진짜 소외를 받는 것 같다. 그 사람들을 상대로 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유상우 | 수요층에 대한 관점의 문제인 것 같다. 절이 있는데 출가를 안 하는 것도 문제다. 대학에서 기초예술과를 없애고 있다. 스님이 없어지는 추세다. 스님이 없어진다는 것은 이 지역의 토대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가장 근본적으로 학교에서부터 지역의 문화인력들이 배출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세영 | 스님이 사라지고 절마저 없어지는 암울한 상황이 올까 두렵다.
홍석찬 | 연극계도 생활문화를 하는 사람들이 방과 후 프로그램 등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연극문화를 접하면서 연극을 배우고 연극의 공동체 지향성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이 학생들이 나중에 연극계에서 필요한 인력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대에 서야할 허리부분이 방과 후 프로그램을 하다가 피곤해서 안 서기도 하고 그 쪽에 매진하다보니 연기력이나 자기계발에 시간 투자를 못하는 것 같다. 연극을 하면서도 그 일들을 할 수 있는 인력들이 충분히 나와야 되는데, 아까 진 선생님이 말한 대로 10년만 버텨주면 되는데 이 친구들이 재미를 못 느끼고 포기하는 상활들이 발생하는 것 같다.
유상우 | 문화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지 않으면 내년뿐만 아니라 미래의 전망도 없을 것이다. 문화해설사들이 활동하는데 지원금 자체도 너무 적다. 차비도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는 친구 중 섬으로만 돌아다는 친구가 있는데 숙박비도 안 나와서 학교에서 잔다고 한다.
이세영 | 관에서 진행하는 사업을 보면 무형의 것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 같다. 유상우 사무처장의 예를 빌면, 절 짓는 데는 돈을 주면서도 절집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지원을 안 하는 것과 같다.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사람인데, 무형의 자산을 인정해주지 않다보니 갈수록 여건이 더 어려워지고 사람은 주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진창윤 | 러시아에서는 시골에서 공연을 해도 할머니들이 손잡고 다 온다고 하더라. 문화자체가 다른 게 선진국이 아니라 문화는 즐기는 것이라는 의식이 있다는 것이 선진국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초등학생도 물어보면 돈 많이 벌겠다는 얘기를 한다. 지자체에서 지원금을 많이 주는 것도 좋지만 인간의 정신문화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답이 안나올 것이다.
이세영 | 계속해서 나온 이야기인데, 지역에서 지역문화진흥법에 대한 논의도 안 되어있는 것 같고, 이해도도 떨어지는 것 같다. 지역문화진흥법이 지역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하다.
이준호 | 큰 그림만 그려져 있는 것이고 많이는 모를 것이다. 민예총 대토론회 때도 도종환 의원이 얘기한 것처럼 문화인력 양성, 기초예술 육성 등 세세한 부분에 있어서 현장에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찾아야지, 기본법이 통과됐으니까 잘 되겠지 하고 있으면 안 된다. 전북 민예총이 주도해서 그런 정책이나 토론회를 주도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전북 문화계가 예전같이 끈끈하게 모여서 얘기도 하고 이런 게 아닌, 파편화되고, 생계형이 돼 있다. 같은 목소리를 내서 자기 몫을 찾아야 된다.
진창윤 | 지역문화진흥법은 10년 가깝게 떠들었다. 현 정부 들어 약간 축소된 상태로서 통과됐다. 핵심은 문화재단과 예술위원회다. 문화재단을 통해서 정책을 토론하고 문화관련 예산을 다 주겠다는 것인데, 지금은 전라북도만 없어서 계속 소외되고 있다. 민간에서 위원을 뽑아 정책을 결정하게 하는 것이 예술위원회다. 예술위원회에 힘을 실어주느냐, 문화재단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인데, 현 정부는 문화재단에 힘이 실리는 것 같다. 이번에 법이 통과되는 것에 대해서는 예술위원회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인데, 단체장이 힘을 실어주면 막강한 힘을 받아 도의 문화예술관련 사업에 대해 전문가들이 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두 기구가 견제도 할 수 있고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것이다. 국민의 문화생활의 질을 높이자는 동아리지원법도 들어가 있는데 이쪽 분야도 대대적으로 진행될 것 같다. 문화예술복지재단도 정부지원이 아니라 민영화된 부분이 있지만 지역문화진흥법에 포함돼 있어서 환경은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자치단체나 문화예술계에서 이 법에 포함된 것들을 받아서 실현시키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이준호 | 뭔가 예측이 가능해야 되는데, 예측이 불가능한 측면이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지역문화예술진흥법에도 그런 내용이 있을지 모르겠다. 소리축제의 경우 평가지표를 만들어서 매년 성과를 계량화하고 예측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진행과 평가를 하고 개선점에 대해 얘기를 한다. 전북 문화지형에서도 1년을 평가할 수 있는 지역문화예술 평가지표와 같은 것들이 개발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역 문화계를 좀 더 객관화, 수치화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 것 같다. 누구나 정책적으로 따질 수 있고, 칭찬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진창윤 | 문화관광재단, 지역문화예술진흥법 등에 대해 지역에서 많이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누군가는 나서서 이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민예총에서 나서주면 다행인데 못하고 있다. 어찌됐든 전북도의 의지가 크게 작용할 것이다. 문화관광국장이 의지를 가지고 이런 사항들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조목조목 따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세영 |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년 문화계에 영향을 미칠 굵직한 것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 어디로 어떻게 튈지는 아직 예단하기 힘들지만 튀는 방향에 따라 문화계가 크게 요동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마무리 발언으로 못다한 이야기들이 있으면 해 달라.
홍석찬 | 네트워킹이 문화예술 인력들에게 필요한 것 같다. 그 부분이 안 되니까 어떻게 대처가 안 되고 있다. 문화가 관광의 날개가 되기보다 관광이 문화를 실어 나르는 상황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문화예술의 순수성 훼손이나 관광의 상업화에 대한 우려는 계속될 것 같다. 문화예술인들이 협의체를 구성한다던가 하는 네트워킹을 통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상업화의 흐름을 저지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진창윤 | 미술계는 제발 상업화 좀 됐으면 좋겠다. 저 개인적으로 비춰서 보면, 전북에 인재가 참 많다. 전라북도에는 야권이 없다. 그렇다보니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능이 사라져버렸다. 이것을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 잘 되겠지만 비평의 문화와 젊은이들의 다양한 시도와 안주하지 않는 선배들의 문화풍토를 위해 노력하는 한해가 돼야지 않을까 생각한다.
강현정 | 2014년도는 정말 지금 문화의집에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던 것 같다, 지역문화진흥법, 생활문화라는 코드가 굉장히 주목받고 지원금도 늘어나면서 2015년도는 성과들을 잘 집약해서 전라북도의 변화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한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국 문화의집을 6개 받았는데, 전주가 4개를 받았다. 생활문화센터조성사업에 대한 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줘야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도 관심과 지원들이 있을 것이고, 그동안 문화의집들이 활동해왔던 부분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20~30년 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해가 돼야 할 것이다.
이준호 | 갑을 얘기는 별로 안 하는 것 같은데, 이번에 서울 연극제 같은 경우에도 존폐위기에 놓였다. 사단이 난 이유가 세월호 모금 때문에 그랬다. 서울 연극계가 난리라고 한다. 부산 영화제 경우도 ‘다이빙벨’ 상영으로 인해 감사를 받았다. 이런 경우 시스템에 의해 이뤄지는데, 그 시스템을 누가 지켜줄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내 주변의 형 동생이고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이 결국 그 시스템을 지켜 줄 것이다. 갑과 을의 관계에서 을의 권리를 챙길 수 있게 서로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내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세영 | 암울한 시대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이겨내고 올 한해를 보냈다. 내년은 더 많은 일들이 생길 것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야기 나온 것처럼 감시도 하고, 서로 힘도 보태는 2015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눈이 내리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포럼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