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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 | 연재 [티비 토피아]
‘피노키오’는 과연 어떤 기자가 될까?
<피노키오>
박창우(2014-12-02 10:12:16)

흔히, 언론을 가리켜 ‘세상을 비추는 창’이라 부른다. 틀린 말은 아니다. 오늘도 우리는 스마트폰, 신문, TV, 라디오 등을 통해 전달되는 뉴스에서 정보를 얻는다. 지금껏 알려진 것과는 다른 진실을 깨닫기도 하고, 저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창이 없는 방에 볕이 들지 않듯, 언론이 없는 세상은 어둡기 그지없을 것이다.

언론의 무서운 것은 그래서다. 만약 창문에 빨간 종이가 붙어 있다면 우리가 보게 될 세상은 온통 빨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묻고 또 날카롭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우리 사회의 언론은 믿을 수 있는지, 그리고 기자는 과연 진실을 전하는지를 말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통해 필력을 인정받은 박혜련 작가의 신작 <피노키오>는 하나의 가정을 통해 위 질문에 접근한다. 거짓말을 하면 즉시 딸꾹질을 하는 가상의 증후군(피노키오 증후군)을 설정하고, 이 증후군을 앓는 주인공이 기자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통해 기자의 역할과 언론의 책임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피노키오>는 시작부터 언론의 두 얼굴을 보여주며, 과연 어떤 게 언론의 진짜 모습인지 시청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선, 방송의 파급력에 매료당해 기자가 되기로 결심한 인하(박신혜 분)는 언론을 ‘진실의 파수꾼’이라 믿는다. 피노키오 증후군을 앓고 있는 인하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진실을 전하는 기자야 말로 자신의 천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달포(이종석 분)에게 언론은 ‘진실의 파수꾼’이 아닌 ‘사람을 죽이는 칼’에 불과하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전달하던 언론 때문에 그의 가족이 풍비박산 났기 때문이다. ‘팩트’보다 ‘임팩트’를 쫓고, 증거보다는 시청률을 더 믿는 언론은 달포에게 있어 증오의 대상일 뿐이다.

그런 두 사람이 기자가 되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언론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 때문에 상처를 입은 적 있는 달포는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는 것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마찬가지로 피노키오 증후군을 앓고 있는 인하는 거짓말을 못하기 때문에 ‘보고 들은 것’만 보도하는 기자로 성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두 사람 앞에 놓인 현실이다. 진실은 우선 재미가 없다. 뼈에 살이 붙고, 말에 말이 더해져야 그마나 볼만한 뉴스가 된다. 추측과 가정이 ‘조미료’로 더해지면 더 없이 좋다. 이 분야의 전문가는 인화의 엄마로 등장하는 송차옥(진경 분) 기자다. 그녀는 뉴스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왜곡과 사기도 마다하지 않으며, 편집과 소품을 통해 시청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장난질’에도 능하다. 아이러니 한 것은, 그런 송차옥 기자가 한 방송사의 간판 기자라는 점이다. 

언론이 진실을 보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진실’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까. 또 기자가 ‘거짓말’을 통해 밝혀낸 진실은 진정 믿을만한 것일까.

제작진은 거짓말을 못하는 피노키오 증후군을 통해 우리가 보는 뉴스가 과연 사실로만 만들어지는 것인지, 내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과연 진실인지, 그리고 진실이 과연 아름답기만 한 것인지, 답을 찾아보고자 이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기획의도대로 우직하게 전개되는 느낌이다. 실제로 드라마를 보다보면 대체 언론의 본질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진실의 파수꾼’도 ‘사람을 죽이는 칼’도 모두 언론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언론이 가진 힘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 일 것이다. 

지난 10월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2014년 세계 언론 자유 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50위)보다 7단계 떨어진 57위를 기록했다. 이는 ‘눈에 띄는 문제가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적어도 우리나라 언론이 ‘진실의 파수꾼’으로서의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하긴 어려울 거 같다.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언론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우리 사회에서 기자와 언론의 역할, 그리고 책임은 무엇일까. 거짓말을 못하는 인하와 천재적 두뇌의 소유자인 달포가 부디 그 답에 근접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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