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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2 | [문화저널]
환경을 생각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김용남 전북 환경을 생각하는 시민모임 사무국장(2003-09-15 14:46:36)
옛날 러시아 빠흠이라는 농사꾼이 살고 있었다. 빠흠은 화려한 도회지 생활이 더 낫다는 처형과 농촌 생활이 살기에 더 마음 편하다는 아내와의 다툼을 듣고 땅만 많다면 농촌생활이 더 낫고 세상에서 겁날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볼가강 저편에 더 넒은 땅을 사려고 길을 떠났다. 그곳에서는 땅을 하루치로 팔고 있었다. 자로 재어서 팔지 않고 땅을 사려는 사람이 하루에 걷는 만큼 그 사람의 땅이 되는 것이다. 해뜰 때 출발하여 해질 때 출발장소로 돌아온 지역의 땅은 모두 그 사람의 것이 되는 것이다. 빠흠은 내려 쬐는 햇볕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걷고 또 걸어 해질녘까지 많은 땅에 자신의 땅이라고 경계 표시를 하고 간신히 출발장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너무 많이 걷고 무리를 한 탓에 도착하자마자 지쳐서 쓰러져 버렸다. 마을 이장이 "정말 장하십니다. 이제 많은 땅을 가지게 됐구만요." 말하고 빠흠을 일으켜 세우려 했으나 그는 이미 죽어 있었다. 마을사람들은 혀를 차며 무덤을 판 뒤 출발장소에 그를 묻어주었다. 빠흠이 차지할 수 있었던 땅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정확히 2미터 가량밖에 되지 않았다. 톨스토이의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빠흠은 죽기 전에 "땅을 많이 얻었으나 내 자신을 내가 망쳤구나"라고 말했다. 욕심이 자신을 망친 동화다. 94년 새해가 시작하자마자 신문지면은 온통 "물"로 가득 차 있다. "개발의 재앙은 수도꼭지로"부터 떨어지고 있다는 표현이다. 지난 60년대 이후 30년 이상 앞만 보고 달려온 경제발전과 이에 다른 대책 없는 국토이용 결과 우리는 지금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이다. 개발은 항상 환경파괴를 등에 업고 다닌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부러 눈을 감고 있다. 생활의 풍요를 위한 경제개발은 말 그대로 엄청난 공해를 만들어 냈고 자연환경 파괴를 유발했다. 공해가 인체에 끼치는 영향은 인체와 생태계에 더 엄청난 파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기오염의 악화로 빚어진 자연순환의 교란이 만들어낸 대표현상으로 산성비와 온실효과가 지적된다. 산성비는 화석연료와 배기가스에서 배출된 황, 질소, 산화물이 비에 섞여 내리는 것으로 토양을 산성화시키고 산림을 파괴하며 호수 등을 죽게 한다. 이로 인해 유럽 전체 삼림의 1/3이 파괴되고 수만개 죽음의 호수가 생겼다. 또 전 지구의 허파라고 부르는 열대림이 마구 훼손됨으로써 열을 흡수하는 성질을 지닌 탄산가스가 마구 증가함에 따라 지구 밖으로 내보내야 할 열이 그대로 흡수된 채 남아있어 지구의 기온이 점차 오르고 있다. 지구의 온도의 상승은 빙하를 녹여 해수면을 높이고 평지가 물에 잠기고 이상 폭설을 몰고 오는 등 기상이변의 주원인이다. 세계 각국의 갑작스런 물난리나 가뭄도 온실효과에 의한 기상이변 때문이라고 기상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80년대 들어 영국 과학자들이 남극하늘 오존층에 구멍이 났다는 보고를 했다. 당시에는 믿기지 않는 어려운 보고였으나 이것은 곧 바로 사실로 확인되었다. 태양광선 중에서 우리 몸에 해로운 자외선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오존층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프레온가스로 인해 계속해서 파괴되고 있다. 또한 해마다 남한 면적 만한 땅이 힘(지력)을 잃어 생물체가 살 수 없는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20여 년에는 눈으로 잘 확인되지 않았던 지구차원의 환경위기이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우리는 생각도 못했던 일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현실로 우리 눈앞에 다가와 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한마디로 욕심의 결과다. 죽으면 머리에서 발끝까지 2미터의 땅도 차지하지 못하는 인간이 좀더 나은 생활과 풍요로움을 즐기기 위하여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생활양식을 만들어 냈고 물질적 부를 만끽하기 위하여 환경보호를 망각한 개발의 욕심이 빚어낸 결과다. 환경파괴는 동화와 같이 인간이 스스로 인간을 망쳐 가는 대표예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우리 주변은 어떠한가?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환경 오염 실태를 알아보자. '서울 아황산가스 오염 세계 3위' '덕유산-특산 희귀 생물 죽어간다. 골프장 예정지에서 발견된 멸종 위기의 두꺼비' '검은 강물 군데군데 기름덩이 -논일 며칠만 하면 피부병 걸리기 십상' '5일째 수돗물 비린내, 미칠 지경 - 끓이면 더 악취 '낙동강 수돗물에 발암물질, 벤젠 톨루엔 검출 다량 흡입 때는 백혈병' '지하수 오염 심각, 발암물질 침투' '쓰레기장 폐수로 하천오염' '바다가 죽어가고 있다. - 중금속 마구 흘러들어' '산업 폐기물 오염지역 다리가 세 개뿐인 기형개 출현' '원전지구 무늬아 출산' 산, 강, 바다, 땅속, 식수, 동식물, 사람 무엇하나 성한 것이 없다. 예부터 산 좋고 물 좋기로 유명해 '금수강산'이라고 부른 우리나라가 공해강산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우리나라 강은 상류지역을 제외하면 사실상 죽음의 강으로 변해가고 있고 서울의 대기오염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실정이다. 94년 벽두를 뒤흔든 낙동강 식수파동 주범은 대구 달서 하수처리장이 근본원인이 아니다. 낙동강에 산업 폐수를 무책임하게 흘려 보내왔던 사업주와 이것을 방치해 왔던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경제개발이라는 목소리 속에서 경제성장의 상징으로 보였던 공장의 검은 연기는 연기의 양만큼이나 환경을 파괴시켜 왔다. 결국 환경파괴의 원인구조는 분명해 진다. 더 많은 재물과 조금 더 나은 풍요를 추구한 사람들이 결국은 자신도 망치고 주변의 사람들도 망쳐 가는 이야기가 환경파괴의 모습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땅과 돈과 물질의 풍요가 아니다. 사람이 살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조건은 숨쉴 깨끗한 공기와 물과 신선한 일용품을 생산할 수 있는 오염되지 않은 농토이다. 김용남 / 54년 전주출생으로 전북대 철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89년 전교조 교사로 해직되어 92년부터 전교조 전북지부에서 활동하였으며, 현재는 전북환경을 생각하는 시민모임「전북환경운동연합」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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