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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 | 연재 [사발통문]
이들이 있어 내삶도 풍요롭다
내 곁의 문화
(2014-11-04 16:38:21)

우리가 살고 있는 전북만큼 자연과 문화가 한껏 살아 숨 쉬는 지역을 찾는 것도 힘들 것입니다. 수많은 비평과 비판의 날이 지역 문화를 향하고 있지만, 돌이켜 보면 그만큼 지역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창간 27주년을 맞은 문화저널도 지역문화를 굳건히 하는 소중한 기둥이라는 마음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연중기획 사발통문 아홉 번째 이야기는 그래서, ‘전북 문화에 힘이 되는 것들’을 찾아봤습니다. 지역문화를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인물부터 자랑스러운 이 지역의 역사, 문화, 자연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문화저널 독자들께 물었습니다.


지역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전주역사박물관

강원찬 전주코튼클럽 물류센터 직원

지역의 이야기를 담는 풍성한 전시를 꾸준히 해온 전주역사박물관이 전북 문화의 힘입니다. 전주역사박물관을 보면, 박물관은 정적일 것이라는 편견을 가볍게 넘어서며 언제나 생동하는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역사·문화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역사박물관을 이끌어가는 이들의 노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역사박물관이 좋은 이유는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지역에 기반이 있는 만큼 전주 이야기를 언제나 꼼꼼히 다루는 전시들을 선보여 왔다는 점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얼마 전 전시를 마친 ‘완산칠봉과 완산동 사람들’ 展은 전주역사박물관이 마을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이고 노력하는지에 대해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전시였습니다. 

내가 살을 부대끼고 사는 마을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런 의미로 마을이야기를 시리즈로 다루고 있는 역사박물관의 노고에 감사하며 전북문화를 건강하게 하는 역사박물관이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기를 희망합니다.


전주시민을 치유하는 공간 전주천

정수성 세듀 인터내셔널 직원  

예로부터 물 없이는 도시도 없었습니다. 도시의 중심을 흐르는 하천은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전주천이야 말로 전북 문화의 힘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도심을 흐르는 맑은 물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맑은 전주천을 끼고 있지 않았다면 한옥마을도 답답하지 않았을까요. 남천교에서 고개를 들어 승암산을 바라보고, 다시 고개를 숙여 흐르는 물살을 보고 있노라면 도심 속에서도 이렇게 힐링이 가능하구나,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자랑스러운 것은 다시 맑은 물이 흐르도록 힘을 합쳤던 시민들입니다. 전주천의 생태 하천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달라진 전주천을 사랑으로 가꾸고 함께 해 온 것도 시민들입니다. 산책하는 사람들, 운동하는 사람들, 징검다리를 건너는 사람들, 물에 발을 담그는 사람들, 이들이 함께하는 일상 하나하나가 문화가 됩니다. 전주시민이 힐링할 수 있는 전주천이 깨끗하게 오래도록 시민의 곁에 있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동문사거리를 지키며 지역 예술인들을 돕는 동문액자 

강은자 새벽강 사장 

저는 이 지역 문화를 풍부하게 하는 예술인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런 예술인들을 15년 전부터 돕고 있는 동문액자가 또 자랑스럽습니다. 동문액자는 15년 전에 이곳에 터를 잡았습니다. 이 곳에는 노란 바탕에 사람들이 나란히 서있는 그림이 하나 걸려있습니다. 그 중 전양기 화백의 모습과 저를 착각하시는 분들이 왕왕 있습니다. 저는 여잔데 남자로 착각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좀 그렇긴합니다만, 그 그림을 볼 때마다 동문액자의 가치를 떠올리곤 합니다.

그런데 동문액자가 곧 자리를 떠나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언제부턴가 동문에 있던 예술인들과 원주민들이 동문에서 떠밀려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 아픕니다. 새벽강도 곧 건물을 비워줘야 할 것 같은데, 이제 동문을 지키는 이들은 어디 하나 마음 붙일 곳이 없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동문액자와 같은 곳이 오랫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전북문화가 자랑스러웠는데 자부심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지역의 문화가 건강하고, 문화 예술이 풍부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주가 가진 세꼐적 콘텐츠 막걸리와 가맥 

유상우 전북민예총 사무국장 

전주는 우리나라에서 술을 마시러 여행객들이 오는 유일한 도시입니다. 가맥이 그렇고, 막걸리가 그렇습니다. ‘콩 두 개, 술 두 개’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전주 먹거리를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인 콘텐츠입니다. 

’콩 두 개‘는 콩나물국밥과 전주비빔밥이고, ’술 두 개‘는 막걸리와 가맥을 뜻합니다. 이것들은 전주 먹거리의 가장 기본적인 콘텐츠이자 한옥마을이 지금처럼 활성화되기 전부터 지금까지 사랑받아오고 있는 전주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세상 어디에도 술을 마시러 여행을 오는 지역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동문거리에는 양조장이 밀집해 있고, 그 양조장에서 만든 술을 사용한 주점들이 즐비해있습니다. 게다가 콩나물국밥이라는 해장국까지, 술 콘텐츠로서 아주 강력한 곳입니다. 

전주에서 막걸리 축제가 열린다면, 독일의 옥토버 페스트와 같은 세계적인 축제로서의 가능성이 보입니다. 한옥마을이 진정한 슬로시티가 되는 것은 느림의 미학이 담겨 있는 우리 술을 비롯한 전주의 음식을 제대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을 키우는 곳 지역 아동센터 

오은숙 구릿골 공부방 교사

현재도 중요할 테지만, 우리 지역 문화의 힘이 될 아이들이 진정한 전북문화의 힘입니다.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는 것은 현재를 사는 모든 사람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역아동센터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진안군 동향면 면사무소가 있는 대량리는 구리가 많이 나는 지역이라 하여 구릿골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곳 동향면에 있는 지역아동센터는 그 이름을 따서 구릿골 공부방이라고 합니다. 구릿골 공부방에서는 영어·수학·한자 등 교과 공부와 짚공예 배우기, 십자수 교실, 요가, 그림 그리며 글쓰기, 응급처치법, 간식 만들기와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적당한 건물을 갖추지 못해 지역아동센터 허가는 나지 않았지만 학교가 아니면 갈 곳이 없고 놀 곳이 없는 아이들을 위한 훌륭한 공간입니다. 

이곳은 9명의 자원봉사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독서, 미술, 요리 등 지역주민이 선생님이 되어 자신이 가진 재능을 서로 공유하면서 아이들의 방과 후 시간을 챙겨주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아야 할 아이들이 공부방까지 오는 교통 문제로 인해 참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곳에서 새로운 전북문화를 이끌어갈 아이들이 잘 자라나고 있습니다. 모든 지역에서 아동센터를 힘들게 이끌어 가시는 선생님들도 이 지역 문화의 힘이 되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독서토론부터 주말 대출까지 가능한 도서관 

김진주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생

우리 문화의 힘은 도서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도서관은 쉬러가기도 하고, 공부를 하러 갈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공부하는 다양한 시민들을 보면 이게 전북문화의 힘이구나 생각합니다.

송천도서관은 주말에도 책을 빌릴 수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좋고, 전북 학생회관 도서관은 체력을 단련하기 위해 수영도 하고, 책도 읽을 수 있어 좋습니다. 최근에 생긴, 아중도서관은 쾌적한 환경에서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도서관의 기능은 단순히 책만 읽는 기능만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저녁에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독서 토론회도 가질 수 있고, 종종 인문학 강좌도 열려 제 지적 수준과 감수성을 키우는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지역에 관한 자료는 구하기 어렵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다른 지역잡지들은 구비되어 있는데 문화저널은 제가 갔었던 도서관에서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우리 지역을 잘 알아야 전북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지역자료를 많이 접할 수 있는 도서관이 된다면 더 많은 힘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지역의 아픈 역사와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군산 근대문화유산

조은숙 주부

제 고향은 서천입니다. 시집을 오면서 전주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보니 고향에 들를 때마다 군산을 지나치게 됩니다. 최근의 군산은 어렸을 적 생각했던 곳과는 많이 달라져있었습니다. 깔끔하게 정비된 근대역사문화의 거리와 늦가을이면 만나볼 수 있는 철새 축제, 비응항, 은파 유원지 등은 잠깐 시간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가깝게 떠날 수 있는 곳이 됐습니다.

지역의 문화에 새 힘을 불어 넣어주는 군산으로 변하는 모습이 기쁩니다. 특히 군산의 근대문화유산은 전북문화의 힘이 되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아픈 기억을 잊지 않는 것도 우리 문화와 역사를 풍부하게 하게 하는데, 군산의 근대문화유산은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정작 전주 사람들은 군산에 대해 가깝고도 먼 지역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서울이나 부산과 같이 대도시에 가는 것도 물론 좋지만, 먼저 이웃 지역에 들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지역 역사와 문화를 이해해야만 지역의 문화를 지키는 힘이 더욱 튼튼해지지 않을까요?


전라도 땅이 먼저 기억하는 안도현 시인 

오은숙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제가 안도현 시인의 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세상과 마주침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순간들을 발견하는 데 민감한 울림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으로 꼽힌 백석시인의 평전을 집필하셨고, 한겨레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셨습니다. 글을 통해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셨습니다. 저는 우리 지역 전북 문화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시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찹니다. 그래서 저는 안도현 시인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27년째 지역문화를 지켜 온 전북 문화저널 

유종인 정읍 동양철강  

올가을에도 돌담 뒤엔 잘 익은 감나무가 서있다. 가지마다 불그레한 홍시가 주렁주렁 보는 이의 마음까지 넉넉하게 채워준다. 거둬들이는 손길이 분주한 좋은 계절에 전북 문화저널이 창간 27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우리지역 전북을 대표하는 지역잡지 문화저널은 언제나 전북문화의 힘이 되어 왔습니다.

구독자로써 인연을 맺은 지 5년째. 지역 문화계 소식과 알찬 이야기들로 책을 가득 채우고 있어 매월 초 문화저널이 오기만을 기다리게 됩니다. 27번째 돌을 맞이한 전북 문화저널에게 소박한 바람이 있습니다. 그간의 세월만큼, 이제는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 이 지역에서 굳건히 자리매김해주길 부탁하고 싶습니다. 


김미숙  익산 모란공방 

전북문화의 힘은 바른 시각으로 문화를 비평하는 것입니다. 문화저널이 벌써 27돌이 된 문화저널은 언제나 새로운 시각에서 문화를 바라보게 해주는 전북문화의 힘입니다. 어려운 시절 조심스러운 첫걸음을 내딛던 때가 어제 같은데, 이제 어엿한 성인의 풍모를 갖춰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자랑스럽습니다.

문화저널이 처음 발간될 때만 하더라도 우리는 이룬 것보다는 이뤄야 할 것이 많았습니다. 문화, 예술 등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시절이 있었습니다. 문화저널과 마당의 모든 일꾼들과 지지자들 그리고 독자들이 함께 이뤄낸 성과입니다. 그들 또한 전북의 문화를 건강하게 하는 전북문화의 힘이 아닐까요?

문화저널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영원한 지지자이자 애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보다 더 멋진 모습으로 지역 문화를 이끌어가는 문화저널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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