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하면 한국영화에 대한 내 관심과 애정은 중년의 삶을 달굴 정도로 뜨거웠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한국영화를 유럽에 좀 더 많이 알릴 수 있을까, 어떤 영화제와 손잡고 한국영화 회고전을 만들 수 있을까 등의 환상과 꿈이 나를 사로잡곤 했다. 그러나 한국영화와 함께한 시간 속에 남겨진 가장 아름다운 기억과 결실은 훌륭한 영화인들을 만날 수 있었던 점이고, 나이와 인기에 상관없이 지금까지 계속되는 그들의 깊고 따듯한 우정이다.’
- 임안자 <내가 만난 한국영화> 서평 중에서 -
한국영화를 외국에 소개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시작될 때 유럽에 한국영화를 알리는 데 힘써온 영화 평론가 임안자의 책이 나왔다.
그의 <내가 만난 한국영화>는 <전북문화저널>에 지난 2010년 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임안자가 만난 한국영화’라는 이름으로 연재한 글로 엮어진 책. 이 책에는 그가 지난 1989년부터 최근까지 한국 영화를 유럽의 영화제에 소개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각 나라별 영화제의 성격과 특성, 역사 등을 함께 담았다.
스위스 로카르노·프리부룩, 프랑스 낭트·아미앵·라로셀·칸, 이탈리아 토리노·몬테카티니, 독일 뮌헨·베를린,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네덜란드 로테르담, 체코 카를로비바리 등에서 열린 영화제에서 우리 영화의 수상이나 상영 등을 계기로 그가 인터뷰했던 영화인들과의 에피소드도 전한다.
제26회 네덜란드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함께 영화제에서 보내준 차를 타고 개막식장으로 갔던 일화, 1994년 ‘조용한 아침의 나라’를 주제로 독어권 3개국에서 6개월간 한국영화 순회 상영과 1999년 스위스에서 한국 국보전과 한국영화 특별전, 2000년 스위스 취리히 동양박물관과 공동으로 ‘무속-불교-유교’에 해당하는 한국영화 회고전, 2001년 카를로비 바리영화제 장·단편 회고전, 2005년 독일 베를린여영화제 ‘임권택 회고전’, 2013년 한·서 수교 50주년 기념 한국영화 특별전 등 그가 기획했던 프로젝트의 뒷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그는 한국영화를 유럽에, 유럽영화를 한국에 알리면서 각종 영화제에 참여하고, 영화인과 친분을 쌓았다. 한국 감독들이 유럽 영화제를 찾았을 때 통역이나 취재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그가 형성한 국내외 인맥도 눈길을 끈다. 전 이탈리아 페사로영화제 집행위원장인 아드리아노 아프라 평론가와 임권택 감독,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등이 그의 책에 축사를 더했다.
임권택 감독은 “임안자의 한국영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 나오게 된 것은 다시 한 번 우리나라 영화가 훌륭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도 “현재 한국영화는 전 세계인에게 그 작품성과 기량 면에서 어느 나라보다 인정과 사랑을 받고 있으며, 부산국제영화제는 명실 공히 세계인이 주목하는 영화축제로 발돋움했다”며, 오늘의 영광스러운 열광 뒤에는 임안자 선생과 같이 한국영화를 아끼고 사랑하며 세계에 알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마다하지 않은 숨은 공로자들의 노력들이 있었음을 독자 여러분들이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영화 평론가임안자는 전북 진안 출생으로 스위스 프리부룩대학에서 신문학과 영화사를 전공했다. 국내·외 7개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을 지냈으며, 국제영화협회의 회원이다. 2004~2008년에는 전주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해외 증진 공로상, 지난 2000년에는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한국영화 스위스 회고전’에 대한 공로상을 수상했으며, 2009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로패를 받았다. 현재 프리랜서 영화평론가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