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한옥마을에 가면 오감이 호강합니다. 전주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마당창극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당창극은 기존의 창극이나 마당극보다 공연 길이를 짧아지고, 음식과 놀이, 공연, 뒤풀이로 구성된 공연입니다.
한국관광의 해를 맞아 처음 전주 한옥마을 소리문화관에서 마당창극을 선보인 이래로, 판소리 중 잔치가 들어 있는 세 대목, 2012년 춘향가의 변학도 생일잔치와 2013년 심청전의 맹인잔치, 올해는 수궁가의 용궁잔치까지 성황리에 열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소리의 고장’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지역을 대표하는 예술로써의 장점을 살리고 있는 공연이 마당창극입니다. 하지만 마당창극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한옥마을과 한옥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예산, 전담 인력의 부족, 상설장비의 미흡 등 여러 가지 단점도 같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141회 마당 수요포럼에서는 마당창극의 현 시점과 발전방향에 대해 연출가, 교수, 창극 단장, 공연기획자 등에게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마당창극이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요소와, 지역 문화와 관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토론하게 됩니다. 이와 함께 마당창극이 지속적으로 열릴 수 있는 방안과 새로운 문화지형을 형성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들이 덧붙여져야 할지도 포럼을 찾는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일시 10월 24일(목) 오후 7시 30분
장소 '최명희 문학관'세미나실
발제자
곽병창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토론자
왕기석 정읍시립국악원 창극단장
류경호 전주대학교 공연엔터테인먼트학과 교수
명상종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공연기획 PD
안인선 교사
문광희 교사
소현진 대학생
<전주 마당창극>의 대중적 공연콘텐츠화 가능성에 대하여
곽병창
이 글은 창극이 대중적 공연 콘텐츠로 변화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보기 위한 시도이다. 그를 위해서 <전주마당창극>의 지향점과 그 형식적 특징을 살펴보았다.
1. <전주마당창극>의 연극적 지향점
첫째, <전주마당창극>은 극장 중심의 기존 창극들이 간과한 관객과의 왕성한 소통을 추구한다. 극장 중심 창극은 여러 갈래의 실험을 거듭하면서 발전해왔지만 판소리의 원형이 지닌 왕성한 소통 능력과 개방적인 연희로서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데 소홀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관객과의 소통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선택한 대안적 형식이 곧 '마당창극'이라는 개념이다.
둘째, <전주마당창극>은 새롭게 형성되기 시작한 창극 관객층을 염두에 두고 이들이 선호하는 대중적 공연콘텐츠를 지향한다. 그 전제는 다음과 같다. 1) 관객들은 대체로 익숙한 판소리를 바탕으로 하고 지역적 특색을 잘 살린 공연콘텐츠를 선호한다. 2) 하지만 판소리 원전을 그대로 창극화한 전통적 창극보다는 현실적인 소재와 주제를 담아 재창조한 작품을 더 선호한다. 3) 한옥이라는 공간적 특성을 잘 살린 야외공연에 대한 기대가 크다. 4) 작품 안에서 ‘눈 대목’ 사설에 대한 전이해가 높은 경우에는 매우 열렬한 반응을 보이지만 어렵고 낯선 사설들에 대해서는 비교적 지루해하는 경향을 보인다.
셋째, <전주마당창극>은 판소리 고유의 골계와 비애미를 두루 되살리고자 한다. 공연을 통해서 확인한 결과, 마당에서의 창극은 골계와 난장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탁월한 기능을 지닌다. 뿐만 아니라 판소리 고유의 ‘범인(凡人)적 비애미’를 드러내고 공유하는 데에도 극장 무대에서의 창극에 비해 오히려 더 유리하다.
2. <전주마당창극>의 형식적 특징
1) 현실적인 주제와 소재를 도입하여 동시대 관객들의 기호와 눈높이에 부합하고 소통과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극 구조를 추구 한다.
2) 배우 중심 창극을 지향하여 둘 이상의 다양한 각편을 제시하면서, 어려운 한문투와 고어체 사설을 현대적으로 풀어 쓴다.
3) 객석을 활용한 등퇴장과 벽 깨기를 통해서, 관객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시도한다.
4) 돌출무대와 애니메이션을 활용하여 관객의 몰입도와 친근감, 그리고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전주마당창극>은 아직 일천한 공연 기록을 지닌 초창기의 면모를 벗어나지 못 했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발표한 세 편의 작품을 분석한 바에 의하면 대중적 공연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실험이 창극사에 새로운 형식적 제안을 내놓을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창극의 정형을 창조하려는 목표의식을 확고히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극장식 창극을 단순히 마당으로 불러내는 차원의 공연에 안주하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그런 점에서 마당극과 창극의 장점을 고루 계승해서 새로운 창극을 만들어내려는 인식을 확고히 해야 한다. 그를 바탕으로 창극과 마당극의 미학적 지향점과 공연원리를 더욱 치밀하게 분석하고 융합해서 명실상부한 새 창극 장르의 창출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3. 과제와 대안
1) 전속공연단이 갖춰지지 못한 상황에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연습과 공연 과정에 소속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존재 여부는 작품의 질적 수준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는 연출진과 출연진에 두루 해당하는 과제이다.
2) 배우 중심 창극을 지향하여 둘 이상의 다양한 각편을 제시하는 방식이 지속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두 팀의 공연단이 필요하다. 관객들의 성향과 공연단 구성의 현실적 가능성 등을 함께 고려하여 이 방식의 지속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공연단을 나누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두 개의 버전을 제시하는 방식은 지양하는 게 좋다.
3) 무대 공간에 대한 고민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현실적인 공연 공간이 어떻게 주어지느냐에 따라서 연출의 방향, 작품의 성격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사면 객석의 온전한 원형무대를 염두에 두고 배우의 동선과 연기술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4) 극본은 원전 판소리의 어려운 사설들을 좀 더 쉽게 풀어 다시 쓰고 현대적 에피소드를 더 많이 보강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이른바 눈대목의 음악적 아름다움을 잘 살려내는 창의적 작곡과 연주, 가창 기법 등이 동원되어야 한다.
5) 애니메이션이나 미디어 파사드 등의 멀티미디어 기법을 더욱 확장하여 동원할 필요가 있다. 자막을 통하여 줄거리를 제공하는 방법도 모색해야 하고, 춤, 무술 등 배우들의 신체언어와 다양한 소도구, 공연공간의 물리적 특성을 총체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그를 통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줄거리와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청각적 즐거움을 두루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는 늘어나는 외국인 관객들을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
일찍이 송만갑은 "극창가는 주단포목상과 같아서 주단을 달라는 이에게는 주단을 주고, 무명을 달라는 이에게는 무명을 주어야 한다"고 갈파한 바 있다. <전주마당창극>이 창극의 대중화를 추구하는 바탕에는 이와 같은 생각이 깔려있다. 현대의 창극 관객은 ‘주단’과 ‘무명’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프로시니엄 극장에서 세련된 음악극으로서 그 완결미를 지향해나가는 창극을 ‘주단’이라 한다면, <전주마당창극>이 지향하는 바는 ‘무명’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창극의 모태인 판소리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과제이다. 왜냐하면 판소리가 “지금은 전통문화의 한 측면을 담당하는 고급예술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다시금 예전과 같은 높은 인기와 살아있는 예술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예술에서 연희로 그 발전의 방향성을 돌려야 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필자가 이 공연의 책임자로서 작품의 장단점에 대한 반성과 대안 등을 정리할 책임을 느껴서 텍스트 중심의 분석을 시도한 것이다. 앞으로 공연집단과 관객, 그리고 제작 및 기획 주체들과의 관계 및 공연과정에 대한 점검과 분석이 더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류경호 | 곽병창 교수님의 발제문 잘 들었습니다. 마당창극을 보면서 변화의 바람을 느꼈고, ‘전통’이라는 힘, 더군다나 근래에 들어서 무조건 무료로 공연을 하는 것은 정말 박수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창기에 창극을 하셨던 선배 명창들께서 두루두루 관객에 호응을 못 얻으니까, 실내에서 관객을 모아두고, 군창을 통해서 그런 시도를 해봐야 한다고 말하셨습니다. 관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창극은 돈 주고 보면 어색하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실제로 창극이 만들어지기까지 투자된 비용을 생각하면 엄청난 비용이 투자되고 있지만 알아주는 사람이 없습니니다. 그런 점에서 전주 마당창극의 경우 유료화를 해서 획기적인 선을 그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몇 가지 눈에 띄기도 했습니다. 명창들이 한 작품의 눈대목에 대한 심도있는 진행으로 인해 작품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물론 곽교수님도 발제문에서 다룬 내용입니다. 젊은 관객들을 주축으로 한 성향을 분석했을 때, 젊은 세대가 익숙하지 않은 한자를 풀어쓴 내용, 명창들의 연기방식과 신진 연기자들의 연기방식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점에서 편차가 심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또, 어떻게 보면 애니메이션을 통한 작품의 보조적인 장치, 장면 전환용, 효과가 많이 미미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거둘 수 없습니다. 애니메이션은 부수적인 활용에 그치지 않았나. 정말 한자어를 풀어서 쓴다면, 주옥같은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그런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외국인 관객들을 위한 영어 자막이라던지, 프로젝터를 활용할 바에 차라리 자막을 활용해서 작품 소개가 충분히 이뤄졌으면 하는 생각합니다. 실내에 있었던 극을 밖으로 끄집어 내와 특성을 이어간다면, 예전에 멍석 깔고 놀던 그런 특성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차별화시켜나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됐든 간에 전북에서 한옥배경 야간 상설 자원활용 공연으로써 오래 되서 그 통계를 확인해보지는 못했지만은 임실 필봉농악의 농악과 필봉 굿과 주민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당창극과 비슷한 고리를 만들어서 지역 주민들이 연출자이기도 한, 관객들로부터 큰 공감대는 얻어냈지만 연기력이 떨어졌습니다. 고창에서 신재효 일대기를 차용해서 만들어진 공연이 무료로 진행했다는 점과 그렇게 비교를 해봤을 때 상설공연을 유료화해서 대성황을 이뤘다는 것에 대해서 아주 고무적인 성과를 거둔 것 같습니다.
소현진 | 제가 경험했던 바를 말하겠습니다. 처음에는 친구가 마당창극 티켓 발권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 추천을 받아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가족들과 봤습니다. 처음 공연에서는 비가 왔습니다. 열정적으로 공연하는 모습에서 수준 높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의상, 내용에서도 현대적인 요소들이 많이 가미되어 있었습니다. 전통의 큰 틀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해하는 데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류경호 교수님이 앞서 말씀하셨다시피 모든 연령층들이 공연을 보러 오기 때문에 그들을 다 만족시킬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각 그 연령대에게 한 가지씩 간직할 거리를 남겨줄 수 있다면 마당창극 공연은 성공한 공연 같습니다.또, 어린 친구들에게는 노래, 젊은이들에게는 내용적인 측면에서의 공감, 극 중 자라의 키보드 워리어 같은 설정은 재밌는 요소였고, 어른들에게는 명창이라는 수준 높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전주 한옥마을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왔을 때, 흔히 들 하는 패턴이 길거리음식 사먹기, 사진 찍기가 끝입니다. 마당창극에는 음식도 있고, 막걸리 제공, 한옥마을 아줌마들이 직접 만든 음식들, 그리고 공연을 보는 것도 굉장히 추억거리가 됩니다.
두 번째는 미국에서 태어나서 친척인데, 한국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국제학교를 다녀서 한국말을 할 줄 알지만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지식도 없어서,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전통문화를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에 마당창극을 보여줬습니다. 외국인이라고 무방한 친척에게 공연을 보여줬을 때 잘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볼거리가 다양하고 음악이 있으니까 인상 깊어했습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었다면, 스크린을 이용해서 배경을 만들었을 때 조명 밝기가 세서, 정작 출연자들의 의상이나 기타 요소가 크게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홍보적인 측면에서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TV광고나 현수막을 통해 접하긴 했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알진 못했습니다. 그 점이 좀 아쉬웠지만, 항상 좌석이 매진, 줄 서서 기다리고 그런 걸 보면 성공한 것 같습니다. 저에게 개인적으로도 재밌고 좋은 추억이 됐습니다. 마당창극이 더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명상종 | 저도 공연기획을 하고 있긴 하지만 마당창극에 대해서 전혀 이해가 안 되어 있는 관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자리를 경험도 해보고 배워보려 오늘 포럼에 나왔습니다. 제가 이런 마당창극과 같은 공연이 전주에서 만들어진 것이 대해 같은 공연기획자로써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봤습니다.
많은 관객들이 이야기했던 음향부분에 있어 대사전달도 잘 안되고, 연주도 깨지는 부분이 많고, 전문 엔지니어를 활용해서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조명도 곽병창 교수님이 준비한 사진에도 나와 있는데, 안전장치가 잘 되어있겠지만 너무 높이 있어서 위험해 보입니다. 관객들이 노출이 안되는 부분에서 설치가 되어 있으면 한다.
일본에서 가부키 공연을 보러 갔을 때 도시락을 판매했는데 음식의 질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전주에서 가부키와 같은 공연을 하게 되면 벤치마킹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마당창극 공연에서 음식을 제공하는 부분이 뷔페에서 도시락으로 바뀌긴 했지만, 그와 관련해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양하게 준비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안인선 | 개인적으로 봤을 때 느낀 것은 제 자리의 경우 배우의 뒷통수만 바라보고, 소리도 명확하지 않은데 표정도 볼 수가 없으니까 공연을 보는 내내 많이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순간 딴 생각 할 정도로 집중도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한자사설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었습니다. 명창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대목은 스크립트를 나눠주는 것이 어떨까. 사전에 한번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보면서 좀 더 집중하고 어떤 대목에 어떤 내용을 보고 듣는구나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서 외국인의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것도 사전에 프린트물을 만들거나 소책자로 큰 비용 안 들이고 만들어서 나눠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전주문화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공연을 보고 싶어도 콘텐츠 활성화 되어있지 않습니다. 공연하는 시즌만이라도 홈페이지를 활성화해서 이벤트성으로 공모나 투표를 해서 선물을 주고, 링크를 걸어서 확인을 해주는 프로모션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그런 걸 보고 많이 옵니다. 내일로 여행객들이라던가 지방에서 오는 분들에게 홍보하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왕기석 | 3년째 계속 이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왔고, 판소리와 창극은 이제 밖으로 나와야 됩니다. 국립극장에서 33년 동안 무대 안에서 작업을 하고 작품을 했는데, 뭔가 좀 효과적인 객석과 무대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마당창극이 아직은 3년차니까 걸음마 단계라고 봅니다. 저는 가능성을 봤습니다. 충분히 무대를 떠나 마당으로 나와도 되겠다 라는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곽 교수님께서 첫 번째 논제를 몇 가지 제시해주셨는데, 현재의 공연 조직이 임시조직이다 보니까 연습이나 공연 진행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돈 문제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작품 확정이 되면 제작진들 모여 앉아 예산을 짤 때 힘들게 짜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3년차까지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은, 공연에 참여하는 출연진들이나 연출진들이 대단히 열심히 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마당창극을 처음 시작할 때는 성공을 예상하고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만들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뭔가 꺼려하는 부분이 있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그분들을 좀 전면에 내세우고, 관심을 끌어보자는 전략이 먹혔습니다. 마당창극이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점은 지역의 예술인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젊은 소리꾼과 명창들이 동시에 무대에 섬으로써, 그들을 배제하거나 차별하지 않습니다. 또, 장기적으로 보면 현재와 같은 비상설조직이 아닌 팀을 꾸려서 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능하면 사실, 마당창극을 하는 공간에서 지으면서 마이크를 안 쓰는 것도 시도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이크를 사용해 소리를 하게 되다보면 꾀목을 쓰게 됩니다. 한번쯤은 라이브로, 최소한의 장치를 이용해 현장에서의 거친 숨소리까지도 관객들에게 전달해주어야 합니다.
또한 마당창극 전용극장, 판소리 전용극장이 확실하게 만들어져야 된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실 저도 판소리를 하면서, 뜻을 모르면서 할 때도 있습니다. 판소리는 지금까지 내려온 판소리를 보존하고 계승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창극은 엄연히 다른 장르입니다. 창극을 판소리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전통 연희가 다 들어와야 창극입니다. 판소리의 어려운 사설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 저부터도 습관이 되가지고, 애먹고 제대로 못하고 어떤 부분도 창극으로 만들어질 때는 더 자세하게 풀어서 알아듣기 쉽게 해서, 사람들이 듣기 쉽고, 알기 쉽게 합니다. 저 대목이 어떤 대목이다 라고 알 수 있게 소리를 재창을 하던 새롭게 작곡을 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외국관광객을 위한 자막은, 사실 자막을 마당극을 통해 보여주기엔 부적절합니다. 안인선 선생님이 말하셨다시피 외국인도 많이 옵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간단하게 요약해서 입구에서 나눠드리고, 사전에 미리 읽어보고 공연을 보게 하도록 하는 것은 가능하다. 제가 중국에서 십여차례 완창 공연을 했습니다. 그 때에도 자막을 번역해서 보여줬는데 정말 즐거워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봤을 때 창극 세계화 가능성을 크게 봤습니다.
그 다음에 사설의 경우 풀라면 확실하게 풀어버리자는 것입니다. 판소리에 얽매이지 말자는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대목, 수궁가나 적벽가의 경우 고사성어가 많이 나오고, 그 시대에 쓰는 말을 담아내는 것은 참 바람직합니다.
국립창극단에 있으면서 어린이 창극을 개발을 해서 대박난 적이 있는데 이게 우리의 미래인 것 같습니다. 젊은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려오는 데 그때 공연에서도 역시 사회적인 문제를 다뤘습니다. 왕따 문제나 조기 유학문제, 학벌문제, 그런 문제들이 관객들에게 잘 먹혔습니다. 현재 마당창극 공연에서도 곽 교수님이 적절하게 잘 하고 계시는데 더 적극적으로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이나 미디어파사드 같은 부분은 야외다 보니 효과가 실내에서 보는 것보다 적게 느껴집니다. 오히려 필요할 때만 애니메이션 효과를 좀 쓰고, 예산을 더 확보해서 무대 소품이나 의상이나 장신구를 더 화려하고 멋있게 꾸몄으면 합니다. 현재 ‘마당창극의 무대가 좋지 않다’라는 말을 많이 하십니다. 예를 들어 소나무가 필요하다면 조경하는 곳에서 가서 빌려놓는다던지, 조명장비, 음향장비와 같은 부분을 보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엔 예산이 부족해서 열악한 상황이라는 말씀밖에 드릴 수 없습니다.
문광희 | 저희는 다문화 가정과 비다문화 가정과의 프로그램으로 진행을 통해 마당창극 공연을 보게 되었습니다. 비다문화 가정이 다문화 가정 친구들에게 한국문화를 소개하고, 한복데이를 체험하고 마당창극을 보게 됐는데요. 마당창극 공연을 보면서 모두 다 힐링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별주부전에 대해 다문화 가정 친구들에게 설명해주고, 오히려 비다문화 가정 친구들이 다문화 가정아이들 보다 더 즐겁게 마당창극에 빠졌습니다. 초등학생들 입장에서 마당창극의 공연내용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전체 시각적인 효과에 대해서도 학생들이 좋아하고, 극 중에서 현대적인 부분들도 많이 들어있어서 좋았습니다.
아쉬운 점은 몽골 러시아 필리핀에서 온 아이들,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음향 시각적인 것에 의해서만 즐겼습니다. 행사 후에 상당히 만족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곽병창 | 제가 공연의 기획자로써 좋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가장 짧게 답변하는 방법은 ’다시 만들게 되면, 더 잘 만들겠습니다.‘ 입니다.
작품을 쓰고 연출진에 참여하는 사람들, 기획자분들이 오셨으니까 대표적인 왕기석 명창 출연진이 수용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작품 내부적으로만 보면, 공연 공간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사면객석의 형태 멀티미디어의 도움보다는 여러 가지 악세사리를 가지고 만들어내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극의 묘미나 삼면객석 스크린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결국은 좀 더 깊이 있고 자세하게 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류경호 | 곽 교수님이 말한 것 중에 아픈 지적으로 연기의 편차, 연기자들의 통일성 이 부분은 공연단이 어떻게 꾸려질 수 있느냐, 얼마나 소속감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까. 다 연계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왕기석 | 공연을 하루정도 늘릴 수 있다면 금요일 하루 늘려서 해보고, 확대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해봐야하지 않을까. 마당창극은 계속 가야하는 공연입니다. 가능하면 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뛰쳐나와서, 소통할 수 있는 공연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몇 년 계속 하다보면 대한민국에서 창극을 대표하는 곳은 전주일 것 같습니다. 공연단이 안정되면 조직이 안정화됩니다.
류경호 | 거버넌스 형태의 작품 제작단체, 시에 시립예술단, 도에는 도립국악단이 있다. 대형 국악단이 버티고 있고 거기에 들어가는 예산과 일종의 진퇴양난의 입장입니다. 시립예술단과의 연계방안, 예산절감이나, 인력지원 등이 충분히 이뤄진다면 제작비용에 있어서 이득을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곽병창 | 마당 수요포럼 사상 최대 청중이 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마당창극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로운 시도를 하기 때문에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지속적으로 챙겨 봐주셨으면 합니다. 따끔한 비판자로서도 그렇고, 전주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장르의 창극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