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심장을 놀래키는 어처구니없는 인명사고는 어떤 이유에서건 분노를 일으킨다. 세월호 사건 200일을 앞두고 일어난 판교 테크노밸리 축제 공연장 관련 인명사고는 한 번 더 우리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들었다. 관련 일을 하는 나로서는 더욱 그 사건이 실제로 다가오는 듯 했으며, 유심히 뉴스를 보고 검색해보게 했다. 환풍구의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부터 안전 불감증, 시민의식 문제까지 다양한 이유와 비난이 거론되고 있지만 어떤 사건사고든지 원인은 기본을 무시한 작은 부주의에서 발생한다.
공연장의 크고 작은 사고는 이전에도 자주 발생했다. 1992년 뉴키즈 온 더 블록 내한공연 중 여고생 압사, 1996년 대구에서 열린 MBC 라디오 음악방송 '별이 빛나는 밤에' 공개방송 압사, 2005년 상주 자전거축제의 하나로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MBC 가요콘서트 공연 입장을 위해 들어오던 관람객이 밀려 11명이 사망하고 100여명 부상, 2008년 서울 올림픽홀에서 열린 '아우디 신차 발표행사' 도중 관객들이 올라서있던 트러스가 무게 중심을 잃고 쓰러져 관객 부상, 2009년 부산 통일아시아드 공원에서 축제장 무대의 조명 트러스가 쓰러져 3명 부상, 2011년 강원도 원주의 따뚜공연장 앞 야외무대인 '젊음의 광장' 조명 트러스가 강풍에 무너져 관객이 부상당하는 사고 등 특히 연예인이 출연하는 장소에는 안전 불감증과 무질서속에 발생하는 관람객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백 스테이지는 객석보다 위험요소가 더욱 많다. 한 가요 시상식 종료 후 스피커 해체 작업을 하던 음향스태프는 대형 트러스(철골 구조물) 위에서 추락해 중상을 입기도 했고, 국립오페라단이 오페라 라보엠을 공연하던 중 벽난로에 불을 피우는 연기를 하다 무대 커튼이 타올라 조명시설, 무대세트로 번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100억여 원의 수리비가 들기도 했다. 몇 해 전에는 이 곳 소리전당의 모악당에서 열린 창극 공연에서도 높은 세트위에서 배우가 낙상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공연의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무대 위에는 크고 작은 세트들이 설치된다. 연주자들이 올라가는 덧마루 무대를 비롯해 풍성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설치된 세트들은 공연의 전환을 위한 암전 시에는 출연진들을 위험하게 만드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출연자들이 무대에서 넘어지거나 떨어져 다치고는 한다. 그래서 현장 진행 스태프들은 무대 세트가 전부 설치되고 나면 꼭 모든 출연진의 동선을 직접 걷고 뛰며 확인한다. 현장 진행 스태프들이 공연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하는 것은 안전이다.
어떤 이유를 갖다 댄 들 매일같이 현장을 마주하는 나로서는 주최 측이 안전설치, 객석통제, 사고대처방안 등 조금 더 안전의식을 갖고 있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에 여전히 이견이 없다. 그리고 그것은 행사 주최 측과 진행 스태프들이 처음부터 가장 마지막까지 열 번을 더 두드려도 지나치지 않은 주요 업무 중 하나일 것이다. 결국 이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이며 우리가 문화를 즐기는 이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