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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 | 연재 [수요포럼]
제140회 수요포럼 인문과 예술을 되살릴 수 있는가
인문·예술학과 폐지, 삶과 문화가 위태롭다
(2014-10-06 13:16:50)


인문학 강의가 유행처럼 번지는 이때, 오히려 많은 대학에서 기초 인문‧예술학과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있다. 더구나 교육부는 '수도권 및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평가 지표에 정원감축 가산점을 부여하고, 대학별 졸업생의 취업률을 반영하고 있다. 이 평가결과에 따라 지원금이 차등지급 되면서 대학에서는 취업률이 낮은 인문 및 예술계열 학과를 통합 또는 폐과를 서두르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인문 예술 분야는 실용적 가치가 약하고 정부가 요구하는 성과지표를 충족하기 어렵다. 그 결과로 지난해 원대 미술학과, 전주대 미술학과 폐지에 이어 올해 4월 원광대는 서예문화예술학과를 폐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들 학과의 폐지 이유는 정원이 미달하고 전과로 인한 학과 충원 비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학 정원 감축이 본격화되면서 지역에서도 인문 예술 등 전통 학문 위기론이 더욱 현실화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은 지식공동체의 재생산을 담당하는 중추다. 지역사회 지식공동체를 이끌어갈 지방대학의 인문학과 예술학과의 폐지는 지역 사회의 지식 공동체와 지역 문화의 전면적인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제140회 수요포럼에서는 지방 대학의 인문‧예술학과 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대학 현장에서 느끼는 현실은 어떤지, 인문 예술 분야의 성과를 어떻게 봐야할지, 또 관련학과의 폐과가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역 대학 교수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본다.

주제 | 대학 인문·예술교육의 내일을 말하다

일시 | 2014년 9월 24일(수) 오후 7시 30분

장소 | 한옥마을 카페 ‘공간 봄’ 세미나실

사회 | 김정수 전주대학교 공연엔터테인먼트학과 교수

토론 | 황갑연 전북대학교 철학과 교수

조화림 전북대학교 프랑스학과 교수

여태명 원광대학교 서예문화예술학과 교수

심인택 우석대학교 국악과 교수

정리 | 김이정 기자


김정수 | 바쁘신 가운데 140회 마당 주최 수요포럼에 참석해주신 여러 교수님들에게 감사드린다. 이번 수요포럼의 주제는 ‘대학 인문 예술 교육의 내일을 말하다’ 이다. 이미 인문학의 위기, 대학 학과 통·폐합 등에 관한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 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늘 포럼에서는 현재 시점에서 이런 문제를 심층적으로 이야기해야 할 이유는 우리 지역에 있는 대학들이 지방대학으로서 인문학 예술학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서울의 대학들에 비해 타격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다 현실을 직시하고 이런 문제점들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들은 없는 건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고견을 듣고자 한다.

전반적으로 인문·예술이 쇠퇴하는 것과 현재 입학 정원 감소와 같은 구조조정의 문제 같은 문제이면서 맥을 달리 해야 하거든요. 진단을 먼저 찾아보고 구조조정 이야기를 해봤으면 좋겠다. 황 교수님 먼저 말씀 부탁한다.


황갑연 | 사실 전북대 오기 전에 전남에 있는 순천대학교에 9년 반 가량 근무하다가 4~5년 전에 전북대학교에 왔다. 순천대에 있을 적에는 철학과가 구조조정의 압박을 많이 받았다. 만약 순천대학교 총장이 교육부 정책을 강하게 받아들여서 구조조정을 추진했더라면 대상학과 1순위가 구조조정 대상 학과가 철학과와 역사학과였다. 해당 학과 구성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항상 긴장 속에 있다가 전북대학교로 옮기면서 한숨 덜게 됐다.

전북대학교는 지방거점 국립대학이다 보니 순천대와 동일한 철학과이면서도 느끼는 구조조정에 대해 위기가 적어지더라.

학문 전체의 균형적인 발전을 본다면 철학과 뿐만 아니라 다른 인문학과들도 겪고 있는 문제들을 지식인들이 공동체 의식을 갖고 책임의식을 가져야하는데, 개인의 욕망들이 의식구조를 지배하다 보니까 내 일이 아니면 상관하지 않는 것 같다.


김정수 |전북대 철학과의 경우 학과 자체가 안정적이어서 반갑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한 것 같다. 어떤 대학교 교수님 말씀을 들어보면 글월 문(文)자가 들어가는 학과가 폐과된다는 우스갯소리를 하신 적이 있다. 실제로 국문과가 한국어과로 바뀌고, 영어영문학과가 영어과로 바뀐다. 그런 측면에서 조 교수님께서는 인문학과 중에서도 문학을 전공하는 학과의 사회적 변화나 처한 현실을 진단해주길 바란다.


조화림 | 인문대에서 영문과, 중문과 제외하고, 제2외국어 학과는 거의 비슷한 운명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전북대학교 프랑스학과는 국립대 중에서 최초로 불어불문학과라는 명칭을 포기하고, 프랑스학과로 바꿨다. 학과명을 바꾸게 된 큰 계기는 학생들이 생각하기에 불어불문학 보다 프랑스학을 전공하게 되면 보다 문학만 배우는 것보다 더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게 된다. 프랑스어 회화를 습득하고, 번역가로도 나아갈 수 있고, 통역으로도 사회 진출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을 만들어 줄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는 효과를 봤다. 게다가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들에 불어를 쓰는 나라들이 많다. 알제리, 튀니지, 모로코 같은 나라다. 아프리카 대륙권 국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치안이 안정되어 있고, 국가의 기간산업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우리나라의 건설현장에서 토목, 건축, 아파트 건설 이런 곳들과 많은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현장에서 통역과 번역에서 활동할 인재들이 필요하다. 전북대 프랑스학과의 경우 거기에 발 빠르게 대응을 했다. 나름대로 현재 전북대 프랑스학과에서는 학생들 몇 명은 상당히 좋은 보수를 받으면서 취업에 성공했다.

앞서 포럼의 주제에서도 이야기기한 것처럼, 인문·예술학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할 것인가는 단순히 시장에서 요구하는 수요에 맞추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인문학 전반적으로 융합 학문을 개척한다던지 협력 과정을 긴밀하게 유지하면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영문과와 중문과 빼고서는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김정수 | 사회전반적인 흐름상 인문학의 위기 속에서도 그래도 전북대 프랑스학과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을 해서 해결해나가는 것 같다. 그러면 국립대가 아닌 사립대에서 예술대학에 있는 여태명, 심인택 교수님께서 소속 학과는 물론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예술대학의 변화 인식변화는 어떤지 말씀을 해주시면 좋겠다.


여태명 |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 할 말이 많은 것 같으면서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학교의 문제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정책적인 문제가 많이 있다. 먼저, 국립대와 사립대의 차이가 있다. 원광대학교가 전북지역에서 큰 사립대 중의 하나라고들 말하지만, 국립대에 비해 많이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다. 좀 전에 조 교수님이 말씀한 것처럼, 우리 학교도 중어중문학에서 내년부터는 중국학과로 명칭이 바뀐다. 중국학은 다룰 수 있는 내용이 많다. 정치와 경제, 문화, 예술에 대해 학문으로서 다룰 수 있다. 단순히 문학이나 어문만을 다루면 학생들을 모집하기 쉽지 않다. 광범위하게 해야 모집이 된다.

하지만 취업문제에 있어서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4대 보험을 지표로 취업률을 논하면 어불성설이다. 서예는 돈 벌려고 하는 학문이 아니다. 그런데 대학에서는 졸업생들을 취업률 지표를 논할 때 4대 보험이 되는 직장만을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예술계열 학과에서는 취업률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실정이다.


김정수 | 심인택 교수님은 우리지역을 대표하는 국악학과에 초창기에 부임하셨다. 과거에 국악이 제도권 하에 있지 않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눈부시게 지역 문화의 변화를 이끌어오셨다. 처음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국악을 가르칠 때부터, 지금까지의 변화들이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다.


심인택 | 우석대학교 국악과는 전북지역 최초의 국악과로서 1984년에 설립되었다. 가야금, 거문고, 대금, 피리, 해금, 아쟁, 정가, 판소리, 가야금병창, 경기민요, 타악 등의 전공실기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고 교육해왔다. 춘계 내년부터 우석대학교 국악과는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는다. 지나간 얘기긴 하지만 84년도 제가 전주에 와서 처음 느낀 것은 우리 국악의 황무지가 여기였구나라는 것이다. 그 당시 대구·경북지역이나 부산·경남지역 보다 광주·전북의 국악 교육이 더 큰 황무지였다. 그나마 대학에 국악과가 만들어지면서 상당히 급성장하게 됐다. 그래서 지역에 우석대학교 국악과 출신들이 약 400명 가까이 전북지역의 국악원과 문화예술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우석대 국악과 학생 폐과를 우려한 게 아니고 향후 7-8년 뒤의 전라북도에서 지역의 국악 인력을 쓸 수 없다는 것이 염려된다.


김정수 | 학교마다 피부로 실감하는 온도차는 있겠지만 인문·예술 쪽에 위기를 공감하시리라 생각한다. 심 교수님 말씀 들어보니까 취업의 문제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몇 년 뒤에 다가올 지역의 일자리를 외지에 뺏기지는 않을런지, 이러한 문제가 학과별 충돌인가. 아님 제도의 문제인가.


심인택 |학교마다 다를 것 같다. 학교지표가 있더라도 우리 대학에서는 중점적으로 투자를 더 해야 되겠다. 자연도태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다. 우리 대학에서는 올해의 무슨 과를 없앴다고 광고하지 않는다. 일반인들은 어떤 과가 없어졌는지 잘 모른다. 문화예술계의 축을 담당하고 있는 언론사가 구체적으로 각 대학의 몇 명씩 줄였는지 통계자료를 보도하지 않는다. 이 파장은 5년, 10년 뒤에 어떻게 나타날지 알 수 없다. 국악을 하는 이들이 처음부터 취업하기 위해서 가야금을 하고, 소리를 하진 않는다. 단순히 그 행위가 좋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해서 대학에 진학한다. 그렇게 때문에 수능시험을 보는 사람하고 실기를 잘 하는 사람하고 똑같이 평가할 수 없다.


김정수 | 전체 학생 수가 62만명에서 42만명으로 줄어든다는 것. 실제적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숫자는 한 50만 명 최소 35만명까지 줄어들 것이다. 지방에서의 15만명의 갭이다. 대학의 위기에 대해 많은 대학들이 이야기 하고 있고, 특히 인문·예술 쪽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정리되는데 정부시책의 문제일수도 있고, 국가적으로 잘못된 방향일 수도 있다. 각 대학에서의 특성이 다를 것이다. 국립대는 국립대 나름대로 다르겠고, 학과끼리의 충돌이나 융합에 관하여 학과가 미세하게 쪼개지면서 학과별 이기주의도 발생했을 것이다. 조 교수님이 말하신대로 불어불문학과가 프랑스학과로 바뀌었고, 여 교수님이 말하신대로 중어중문학과가 중국학과로 바뀌었다. 언어뿐만아니라 프랑스나 중국의 모든 것을 가르치는 체제로 바뀌는 추세다. 만약에 중국의 철학도 중국학과에서 다루게 된다면, 기존의 학과와 영역 충돌은 생기지 않는가.


황갑연 | 현재 저희 철학과에서 프랑스철학이라는 과목이 있다. 프랑스학과 내에 프랑스 철학에 대한 과목이 생기면 저희 과에서 지원을 한다. 저는 아까 학과의 폐과 문제 인력양성, 인재양성 문제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교육이 본래 백년지대계 사업이 아닌가. 좀 더 거시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될 것 같다. 주관적인 의지로써의 대안들인데 넘나들 수 없는 것이다. 그 현실을 인정하고서 대학 내에서 인문예술이 조화롭게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봐야 한다.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인문·예술 교육의 중요성을 알아야 된다. 그런 사람들은 자연과학 출신. 진리에 대해서만 논하지 근본적인 가치문제 언급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학의 리더들이 그런 것을 모른다. 인문예술의 중요성을 단순히 시장으로만 본다.

지자체 예술계통의 실과, 문화예술관광과 문화예술국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인문예술계통의 전공자가 아닌 농업, 공업, 인문, 상업 전공의 공무원합격자들이다. 예술계통의 전문 인력을 진출할 수 있게 만들어 그들로 하여금 문화정책을 짜도록 해야 된다.

남원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거기 공무원이 말하길, ‘남원 관광의 특성상, 관광객들이 숙박하지 않고 그냥 관광지로써 지나쳐 간다. 그래서 관광수입이 안 난다.’ 그래서 내가 제안했다. ‘초저녁에 국악공연 하지 말고 밤 9시나 10시부터 공연을 시작해라. 그 공연이 12시가 넘게끔. 끝나고 돌아가기 애매한 시간에 끝내라. 그렇게 하룻밤 자고 갈 수 있게끔 관광프로그램을 만들어라. 물론 처음에는 그런 공연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년 내내 그렇게 해소 입소문이 나면, 그걸 듣기위해 남원으로 오지 않을 것이냐’ 이렇게 제안을 했다. 전주 한옥마을도 마찬가지다. 한마당의 국악축제를 만들어봐라.

제가 한옥마을을 돌아다니면서 특별한 날짜 시간 일반 시민들과 마당극을 이루는 걸 전혀 못 봤다. 한옥마을에도 얼마든지 관광객들이 어우러지는 마당극들이 만들어져야 된다. 지금 상항은 단순히 유형으로 만들어진 건축물가지고 장사하는 게 전주시라는 게 안타깝다.


여태명 | 현실적으로 올해 저희 원광대 서예과가 폐지 됐기 때문에 말하겠다. 국립대는 그런 것이 없겠지만 사립대는 대학생 충원률, 전과랄지 학과 내 학술성과 가장 큰 게 충원율과 재정기여도. 사립대에서는 재정을 떠나서 얘기할 게 없다. 저희 과도 딱 한 과 지난 4월 10일날 총장실 점거하기도 하고, 해볼 거 다 해봤는데 성명서도 발표하고, 학과 교수들 학과장 교육부에서는 자기들 소관이 아니라고 발뺌한다.

3년 전에 구조조정이 있었다. 학부제로 통폐합을 단행했다. 당시 저희과도 없어질 뻔했다. 국악과, 미술과도 없어지고 120명 있는 학과가 60명학과로 정원을 줄였다.

다른 과가 없어짐에도 불구하고 서예과가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융합할 수 있는 학과였기 때문이다. 서예와 디자인, 캘리그라피, 서예치료, 초서나 전서 판독하기 어렵다. 판독사나 예술경영 서예 재료학, 서예과를 졸업해서 나아갈 수 있는 진로가 무지 많다. 개인적으로는 저는 문자 디자인과 서예와 디자인을 합칠 수 있도록 노력을 했다.


김정수 |서예학과가 다른 지역에도 있나?


여태명 | 계명대와 대구예술대, 대전대, 경기대에 서예과가 생겼다. 하지만 계명대와 대구예술대는 폐과수순을 밟았고, 현재 남아있는 대학은 대전대 경기대가 남아있다. 이들 학과는 국내 최초로 생긴 원광대학교 서예과가 없어지면서 어부지리로 살아남게 된다.

요새 융합학과가 트렌드다. 하지만 대학의 교수들은 학과가 단일 학과인 서예과로서 살아남길 원하지 융합학과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원광대학교 서예과는 현재 남아있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있는 학생을 졸업시키고 없어진다. 수차례 교무처장하고 면담하고, 미술과 통합 요청을 했지만 미술과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미술과에도 여러 가지 과가 합쳐져 있는데 여기에 서예과까지 더해지면 커리큘럼을 제대로 짤 수가 없다.


심인택 | 전주시립국악단, 남원시립, 정읍시립, 국악과 관련돼 있는 인력이 전라북도에 약 400명 가까이 있다. 84년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30년동안 그렇게 성장을 했다. 그것만 성장하는 게 아니고 거기에 관련돼있는 각 예술단체, 각 축제, 각 소규모의 관계, 연극과의 관계, 무용과의 관계, 그림과의 관계, 서예와의 관계 활동범위가 넓어지다 보니까. 차치하더라도 우석대학교 1기 졸업생들이 정년퇴임도 보지 못하고 스러지는 것이다. 그거를 메꿀 사람이 없다. 어디선가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된다. 이런 예술집단이 전문대학의 형태로 가면은 운영난에 부딪친다.

또 하나 문제는 등록금이 너무 싸다. 25명 가지고 등록금 650만원. 사백만원대가 나는 등록금 낼 수 있는 사람을 가르치고 싶지 등록금을 3년전에 600만원까지 올려주십시오. 현 상태로는 과 운영이 어렵다. 서울 대학교 신입생 등록금이 650만원이에요. 음악대학은 따로 책정하니까 이대같은 경우는 한 학기에 800만원. 그렇게 받아야 교육여건을 해줄 수 있어요. 결국 내 돈내고 내 공부하는 건데. 교육부에서는 등록금을 내리면은 뭔가 지원해주고, 그러니까 가난한 사람은 더 힘들게 되고.

등록금가지고 더 이상 얘기할 것은 아니고, 총장이든 이사장이든 대학을 운영하는 운영진들이 결국 나중에 전라북도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은 돈을 이공계 출신들일지라도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은 예술전공자들이다.


황갑연 | 사실 저는 인문·예술학과의 통폐합 문제는 학문 자체의 문제일수도 있고 대학의 문제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점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결국 ‘시장’의 문제라는 것이다. 현재 폐과가 거론되는 예술계통의 전공자들이 졸업하고서 진출할 수 있는 곳이 지방에서는 어느 정도나 되는가. 대학 안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반발은 없었나? 우석대학교 자체 구성원들의 현재 국악과 폐과에 대한 시선은 어떤가.


심인택 | 다른 과를 없애는 건 이해가 가는데 국악과를 없애는 것은 잘 이해가 안 간다고들 말한다. 전북지역 문화예술단체 및 국악원 악단의 리더급들이 우석대 출신들이 쥐고 있다는 걸 다 아는데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돈이 없다고 과를 없애버리는 것은 해당 학과의 교수로써 매우 안타깝다.


황갑연 | 순천대에 있을 적에 등록금 인상위원장을 두 번을 했다. 등록금을 23%, 15%각각 인상했다. 예술대학에 많은 등록금이 쓰인다. 순천대에는 사진학과 영상학과 만화학과 피아노학과가 있다. 그 중에서 학과 운영에 등록금이 제일 많이 쓰이는 학과가 피아노 학과였다. 그런데 수업료를 제일 많이 잡아먹는 학과면서 학생들도 많은 학과가 피아노학과였다. 시간강사비가 피아노학과에서 많이 쓰였다.

그래서 등록금 인상위원회를 주재하면서 예술학과 등록금을 몽땅 올렸다. 공평하게 등록금을 전부 합산해서 1/N로 나눴다. 등록금을 최초로 두 자리수로 올리면서 학생들과 행정 쪽의 마찰이 없었다. 서울대학교의 예술대학 등록금이 인문대보다 2.4배 높다. 등록금이 23%가 올랐다. 비율로 보자면 인문대 10% 공대가 20% 예술대 49%가 올랐다. 등록금이 인상되니 피아노학과 교수가 고맙다고 하더라. 등록금을 인상해 받게 되니 다른 교수들에게 미안해하지 않게 되고, 저 과 필요 없다는 소리를 안 듣게 되었다고. 폐과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등록금을 제대로 받아라. 거기에 들어가는 돈이 단순한 등록금이 아닌 학교에 대한 공헌에 대한 기여도의 근거다.


김정수 | 순수예술분야가 최근 대학에서 많이 퇴조하고 있다. 전주대도 역시 마찬가지 현실이다. 순수음악학과는 사라지는 추세고, 실용음악이 대세다. 순수 한국무용보다는 현대무용이 붐이다. 우리 과나 문예창작과, 미술학과 등은 취업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학생들이 오는 곳인데 이런 과를 4대 보험 기준의 취업률로 평가한다. 예술강사와 무대활동을 하지만 취업률에는 안 잡혀서 학내 평가에서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내부적으로 반석을 해보자면, 변화해야 되는 사회적 추이를 게을리해서 이런 일을 당하는 것인지 정부차원의 정책을 기대하기는 요원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아서는 안 될 것 같다.


조화림 | 정부차원에서는 손 놔버리면 폐과 되는 과들이 속출하게 되고, 총장과 보직자들이 인식이나 기댈 수 있고, 과 교수들이 연대해서 강력하게 주장을 해야 된다. 어느 정도 효력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지금까지 교수 생활하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현실이 이렇게 암울하다. 현장에 있는 교수들이 정말 부지런 떨고 끊임없이 아이디어도 내고 하면서 이 상황을 정리하고 이 과가 존립해야 될 정당성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여태명 | 원광대 서예과를 모델로 해서 중국에 80여개의 서예대학이 있다. 원광대 서예과 폐과 통보는 일본신문에도 났다. 원광대 서예과 폐지는 국제적인 사건이다. 서예라고 해서 옛날의 글씨를 뜻하는 것이라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다. 이 시대에 맞게 살아남으려면 시대에 맞는 것을 해야 된다. 가령 생활 서예 같은 것이다. 나는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성공하려면 가장 재밌고 즐거운 것을 찾아서 해라.’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답이 보인다. 연구원도 할 수 있고, 이론가도 될 수 있고, 학예연구사도 될 수 있고, 서예치료사, 문자 디자인, 판독사도 있는데 그걸 자기가 찾아서 해보라고 제자들에게 이야기한다. 서예과 내에서도 가장 고전적인 것을 주장하는 교수가 있고 저 같은 경우는 혁신파 교수다.

서예과 폐과를 막기 위해 처음에 1안으로 한국학과하고 통합을 해보려고 했다. 한국학과 학장이 반대했다. 현재 학생들의 의식이 먹 만지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그래서 중국학과로도 통합을 시도해봤다. 중어중문에서 중국학과로 바뀌면 여러 가지를 다룰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예술학으로 서화학으로 해도 되지 않는가. 그러나 학교에서 반대했다. 학교에서는 단지 2년 연속 정원 미달된 학과를 폐지해 75억원에 달하는 정부지원금을 받길 원했을 뿐이다.


황갑연 | 정부지원금을 받는다던지, 학과 통·폐합의 문제는 총장이 결정하는 것도 보직자가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대학을 경영하는 사람들의 인문·예술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지경까지 이르는 것 같다. 대학 전체 구성원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등한시한다. 더욱이 총장이 그런 문제에 특별히 관심이 없다면 학과에 ‘폐지’라는 칼을 대게 된다.


김정수 | 우석대 역시 국악과 모집 중지다. 교수님들은 국악과가 폐지되는 것을 쉬쉬하는가. 향후 국악과가 어떻게 되는가?


심인택 | 신설과로 다시 신청해서 내년에 모집하면 된다. 재정압박이라는 것 때문에 저희 과가 일반 학과의 등록금을 세배 가까이 쓴다. 그래서 국악과 등록금을 올려달라고 해도 했지만 받아들어지지 않았다. 내가 10년만 젊었다면 여유가 있었다면 내가 대학을 직접 만들겠다는 그런 진담 같은 농담도 했다. 문제는 나도 우석대 국악과 만들면서 교육자로서의 임기가 끝난다. 앞으로 전라북도 지역 예술발전이 눈에 선하다.


조화림 | 이러한 학과들이 제도권에서 확실한 보호를 받으면서 육성되어야 한다.


황갑연 | 교육자들 스스로도 국민 계몽에 실패한 것처럼 비춰진다. 어찌 보면 사회가 너무 출세해야 되고 취업해야 되고 돈 벌어야하는 것만을 강조한 것 같다. 모든 예술․인문학이 돈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 역설적인 것은 예술이건 인문학이건 근본에까지 이르렀을 때 돈도 될 수 있고 그 분야 자체도 발전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정수 | 원광대의 서예학과와 우석대의 국악과는 전북지역문화 발전의 견인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했다. 서예과나 국악과가 억울한 점은 취업률이니 뭐니 그 잣대에 의해 밀려나게 됐다. 두 개학과의 폐과는 대학 당국의 귀책사유가 굉장히 큰 것 같다. 대학의 존재 이유가 학교경영 때문에 존재하는 것만은 아니다. 문화로써, 교육으로써, 예술로써 상징적인 것들이 굉장히 많다. 처음에 서두에 말씀은 안 드렸지만 두개학과가 현실로 부딪히고 있는 문제, 정부의 잘못된 잣대라던가 대책 없는 무한경쟁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져서 이런 문제에 이르게 된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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