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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9 | 연재 [생각의발견]
교황 방한, 4박5일의 마케팅적 결산
윤목 (2014-09-01 18:14:41)


교황이 다녀갔다. 4박5일간의 짧은 기간중에 수많은 어록과 화제를 남기며 온갖 아픔으로 찌든 한국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5천만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돌아갔다. 오히려 교황이 떠난 후의 빈 자리가 어마어마하게 크다고 생각할 정도로 교황의 4박5일이 한국사회에 던진 낮은 리더쉽은 빛났다. 마치 가슴이 뜨겁게 달아 올랐다 갑자기 텅 빈 것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교황의 성스러운 방한 활동을 마케팅의 관점으로 정리해본다는 것은 아마 교황에 대한 결례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마케팅적 시각으로 교황의 4박5일을 풀어본다는 것이 새로운 생각의 발견일 수도 있다는 차원에서 몇 가지를 정리해본다. 


교황의 성공적인 3大 마케팅 


교황의 4박 5일을 꿰뚫는 마케팅적 키워드는 3가지로 집약되지 않을까 한다.                        

첫째, 섬김의 마케팅이다. “여러분은 유혹을 받을 거다. 외국인과 궁핍하고 가난한 사람,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멀리하고 싶은 유혹을 받을 거다.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에 주목하라”,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 진정한 기쁨이자 행복의 길이다. “, “이타적 삶이야말로 천국의 기쁨을 현재로 오게 하는 가장 직접적인 길이다. 라고 낮게 말했다. 1: 99로 상징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교황은 위안부할머니, 세월호 피해가족, 꽃동네 장애인 등등 가는 곳마다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어루만지고 위로함으로써 대한민국 그 어떤 지도자에게서도 볼 수 없는 낮은 리더쉽을 보여주었다. 그리하여 한 사회의 지도자가 이렇게도 약자의 편에 서서 약자를 위로할 수 있구나라는 차별화된 리더쉽을 보여줌으로써 단숨에 그 99%의 스타가 되었다. 

둘째, 젊음의 마케팅이다. “청년들은 희망과 윤리적인 덕(德), 사랑으로 무장하라. 이게 모든 것을 극복하는 승리의 길이다” “늘 깨어 기뻐하며 세상 속으로 나아가라. 그리고 ‘도와달라’는 절규에 응답하자”, “젊은이여 일어나라.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다” 라고 외치며 젊은이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이러한 교황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의해 다소 고리타분하고 올드한 느낌을 가진 천주교의 이미지를 가장 젊고 신선한 이미지로 대체시켜 놓았다. 시장을 움직이는 모든 마케팅의 타겟이 젊은 층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교황은 현대마케팅의 타겟 전략을 너무나도 정확히 간파한 것이다. 

셋째, 평화의 마케팅이다. “(남과 북 등의)평화를 추구하려면 소통해야한다. 외교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평화란 상호 비방과 무익한 비판이나 무력시위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대화를 통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을 넘어 정의의 결과다” 교황은 우리 사회가 풀지 못한 가장 큰 숙제인 통일과 평화라는 화두에서도 매우 원론적이고 근본적인 메시지이지만 그 누구보다 강한 울림으로 듣는 이들의 공감을 샀다. 


교황 마케팅에 따른 최대의 수혜자 

이러한 교황의 방한에 따른 최대의 수혜자는 과연 누구였을까. 

첫째, 말할 것도 없이 천주교다. 그 이전까지는 개신교의 위세에 눌려 한국에서 500만이라는 신도수에서 정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던 천주교가 교세확장의 날개를 달았다. 광화문 집회에 17만명의 신도수의 몇 배에 이르는 군중이 몰려들어 교황의 일거수 일투족을 경청한 것이나 교화 방한중 주말에 성당에 몰려든 새로운 신도들이 이를 여실히 입증하였다. 시청률 조사업체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광화문 시복식의 시청률은 지상파 3사를 합해 17.4%(전국 기준)였다고 하니 그 폭발력은 어느 인기드라마보다도 더 강했던 것이다. 

둘째, 약육강식의 자본주의에 힘들어하던 99%의 약자들이다. -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바란다." “인간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라”라고 일갈한 교황의 한 마디, 한마디는 우리 사회의 대다수를 이루는 약자의 가슴을 뻥 뚫어주는 청량감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셋째, 지역적으로 본다면 대전과 충남, 충북지역의 지자체들이다.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위해 방문한 대전, 아시아청년대회 폐막식이 거행된 서산의 해미읍성, 김대건신부의 생가인 당진의 솔뫼성지, 충북음성의 꽃동네 등이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충남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5일과 17일 서산과 당진의 가톨릭 성지를 잇따라 방문한 가운데 해당 자치단체들이 교황 방문을 지역 관광산업 발전의 계기로 활용하기 위한 후속대책 마련에 분주할 정도로 교황방문의 최대 수혜지역이 되었다. 


교황 마케팅에 따른 최대의 피해자 

교황의 4박5일에 의해 가장 가슴이 찌릿한 측은 아마 박근혜대통령과 현재 한국사회를 이끌어가는 1%의 지배세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상대의 마음을 열지 못하면 대화가 아닌 독백이다. 공감하고 마음을 열 때만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라고 일갈했던 교황의 한마디에 불통의 리더쉽으로 상징되는 현 정부를 떠올리지 않는 국민들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들을 거부하라”라는 교황의 메시지는 마치 독재시대 시위대의 맨 앞에선 주동자의 외침과도 같았다. 

어찌됐건 교황의 4박5일동안 우리는 행복했다. 불통의 사회에서 우리가 하고싶은 수많은 말들을 교황의 입으로 그대로 전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번 교황방한을 계기로 진정 교황의 말대로, 아니 우리 모두의 소원대로 그렇게 바뀌어가는 한국사회를 꿈꾸어본다. 



윤목/㈜더커뮤니케이션그룹 대표, 성공회대 신방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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