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꽃을 앗아간 스마트폰
며칠전 처제네, 동서네 등 처가집 식구들하고 오랜만에 장모님을 모시고 식사를 했다. 방학이라 대학교 3학년생부터 고등학생, 중학생, 초등학생까지 아이들까지 다 모였다. 4~5년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만나면 서로 형, 누나 부르면서 온갖 이야기꽃을 피웠고 아이들끼리 별의 별 게임을 하고 놀았다. 그러나 이번에 본 아이들은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아이들이 많이 큰 이유도 있겠지만, 전부 자신들의 스마트폰을 쳐다보면서 묻는 말에만 간단히 대답할 뿐, 스마트폰을 향해 묵념을 하고 있었다. 도무지 대화가 사라진 것이다. 작은 처제는 고등학교 2학년 아들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눈물바람까지 보였다. 새벽까지 자기 방에서 친구들과 카톡을 하다가 아침에는 일어나지 못해 학교에 지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었다. 그런 상태로 학교에 가서 무슨 공부가 되겠느냐고 하소연하는 것이었다. 스마트폰을 뺏으면 아예 무기력증에 빠져 그것도 힘들다고 하면서 대학입시가 1년여밖에 남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런 아이들이 비단 처제의 아들 뿐일까. 한국사회에서 요즘 가장 심각한 문제중의 하나가 바로 이 스마트폰 중독인듯하다.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전철 안에서 10명중 2명은 자고 있고, 8명은 스마트폰을 향해 묵념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청소년 4명중 1명이 스마트폰 중독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만 10세 이상 54세 이하 스마트폰 이용자 15,5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3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 중 중독 위험 초기단계인 잠재적 위험군이 23.1%로 전녀 대비 7.4%나 증가했다고 한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 특성 중에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하다(53.2%) ▲스마트폰 사용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습관화됐다(48.0%) ▲스마트폰을 그만해야지라고 생각 하면서도 계속 한다(47.2%) ▲수시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46.5%) ▲스마트폰 사용이 공부에방해된다(45.9%) 순의 응답이었다고 하니 이것이 과연 아이들만의 문제일까. 학령별로는 중학생이 29.3%로 가장 높았으며, 환경적으로는 맞벌이가정청소년이 26.8%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가장 공부에 매진하고 꿈을 키울 나이에 오로지 스마트폰에 모든 것을 뺏기고 헤어나지 못하는 대한민국이 안타까울 뿐이다.
끼어들 여지가 없는 아이디어 3床법칙
광고에는 아이디어의 ‘3床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아이디어와 생각이 가장 잘 떠오르는 3가지 장소가 있다는 의미다. 즉, 寢床, 廁床, 馬床이 그것이다. 침상은 잠자리다. 잠자리에서 깊은 잠을 자고 난 다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무의식 중에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말이다. 또 하나는 측상, 즉 화장실이다. 화장실에서 여유롭게 볼일을 보고 있을 때 생각지도 않은 아이디어가 잘 떠오른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마상, 즉, 요즘은 지하철이나, 버스 안일 것이다. 달리는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물끄러미 창 밖을 내다보고 있을 때 아이디어가 퍼뜩 떠오른다는 의미다. 그러나 요즘은 어떠한가. 스마트폰에 빠져 새벽에나 눈을 붙이는 아이들이 어떻게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침상의 아이디어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또한 화장실에서나 지하철에서 모두다 스마트폰만을 향해 묵념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를 수 있겠는가 말이다.
스마트폰으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묵념 공익광고
‘잃어버린 대화에 대한 묵념, 잃어버린 가족에 대한 묵념, 잃어버린 열정에 대한 묵념, 잃어버린 관심에 대한 묵념, 스마트폰으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묵념, 고개를 들면 소중한 사람, 소중한 순간들이 당신곁에 있습니다’
대한민국이여, 스마트폰을 벗어나자
아이디어뱅크로 소문난 소프트뱅크 손정의회장이 아침에 일어나면 하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300장의 카드에 여러가지 단어를 써놓고 그것을 3장씩 결합시켜보는 것이다. 서로 다른 별개의 것들을 결합시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그만의 아침습관인 것이다. 요즘 회자되는 창조와 융합의 습관이 손정의회장에게는 일상화 되어있고 그러한 생각의 힘이 바로 오늘의 소프트뱅크를 만들었을 것이다. 대한민국도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려면 이 생각의 힘이 남달라야 한다. 기존의 것들을 합치고 섞고 비비는 과정에서 무한한 부가가치가 생겨나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선진국을 향하는 힘일텐데, 스마트폰에 빠진 청소년들의 머리 속에 과연 이러한 생각의 힘이 자랄 틈이 있을까 걱정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