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밤, 토요일 저녁이 되면 시끌벅적해야할 소리전당의 놀이마당이 조용하니 여름이 더디 지나는 것 같다. 2003년 여름부터 진행된 야외 상설 프로그램 토요놀이마당이 올해는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토요놀이마당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공연종합선물세트’ 라는 카피를 내걸고 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무대를 매주 토요일 저녁에 즐길 수 있도록 야외공연으로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무료공연이다 보니 예산환경은 첫 시작부터 열악했다. 무대의 소박함을 말할 것도 없거니와 리허설 하는 동안 뜨거운 한 여름 태양을 막아줄 텐트 하나 없이 매주 많은 것들을 이겨내야 했다. 하지만 토요놀이마당은, 당시만 해도 개념이 낯설었던 다양한 분야의 ‘재능기부’로 무대를 채워 나갔다. 무대를 빛내준 ‘착한’ 개런티의 여러 출연진, 설치미술가들의 무대디자인, 자원봉사를 자처하며 매주 출연진과 흥이 난 관객들의 표정을 담아준 사진가까지 시민을 위한 여름밤의 공연은 결국 모두가 함께 만들어내는 무대가 되었다. 이런 덕에 부족한 예산의 한계를 뛰어넘어 클래식, 국악, 무용, 마술, 마임, 밴드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이고 여름 밤 도심 속 자유로운 공연마당으로 자리를 잡았다. 어른들은 간만에 만나는 무대에 신이 났고, 아이들은 호통없이 마당을 뛰어놀며 몸으로 공연을 즐겼다.
그렇게 한해 두해 지나 입소문이 났는지 여름이 되면 언제 시작하는지, 오늘은 누가 출연하는지, 비 오는 날은 우산 쓰고 갈 테니 그냥 진행하라는 등의 여러 문의와 당부전화를 받느라 바빠지기 시작했다. 토요놀이마당에 대한 관심이 점차 늘어나면서 예산도 증액돼 더 풍성한 프로그램과 무대다운 무대를 꾸미게 되었고 관객도 매년 기대 이상으로 늘어났다. 아티스트들의 자발적인 출연 문의로 섭외하는데 행복한 고민이 이어졌고, 여러 매체들의 취재로 자연스러운 홍보가 이뤄졌다. 관객들이 만든 인터넷 커뮤니티에 토요일이 지나면 줄줄이 실리는 공연후기와 사진, 동영상을 보며 10년 가까이 매주 토요일을 반납해야 했던 몸과 마음의 피로가 사라졌다.
언제나 좋은 시절만 있을 줄 알았던 토요놀이마당에도 몇 해 전 시련 아닌 시련이 찾아왔다. 당시에는 유일무이했던 주말 무료 공연 프로그램이 이제는 심심찮게 우리 곁에서 열리고 있다. 당연히 관객은 분산되고, 출연진들 섭외도 잽싸게 이뤄져야 했다. 가장 크게 담당자인 필자를 괴롭힌 것은, 이상 기후로 인한 뜨거운 여름날씨였다. 열대야 현상이 심한 날에는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도 관객들을 에어컨 앞에서 끌어내지 못했다.
토요놀이마당은 그렇게 10년을 채우고 2012년 여름을 끝으로 잠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다행인 것은 다양한 색깔로 다양한 공간에서 시민들이 편하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무대가 많아진 것에 텅 빈 야외 놀이마당을 보며 같은 생각을 되풀이한다.
한 여름 토요일 밤의 텅 빈 놀이마당은 소임을 다한 것 마냥 말이 없지만, 다시 음악 소리와 관객들의 웃음소리로 채워질 공간을 상상하며 놀이마당의 다음 모습을 차곡차곡 그려내고 있다. ‘무료’와 ‘자유로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한여름 밤의 꿈’을 여러분과 함께 꿀 수 있는 생각 말이다.
명상종
한국소리문화의전당 11년차 공연기획자.
클래식, 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 공연에 새로운 감각으로 변형과 해석을 입히는 연출에 관심이 많으며, 아마추어 밴드/극단/오케스트라 등의 활동으로 무대 위 경험도 종종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