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4.6 | 연재 [읽고싶은 이책]
나는 참 늦복 터졌다 외5건
김이정 기자(2014-06-03 11:26:44)

아들과 어머니, 그리고 며느리가 함께 쓴 이야기 

<나는 참 늦복 터졌다> 박덕성, 이은영, 김용택 지음/ 푸른숲  


김용택 시인의 어머니 박덕성 할머니는 올해 87세다. 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그러나 시인은 그런 무학(無學)의 어머니에게 문학을, 시를, 인생을, 삶을 배웠다고 말한다. 어느 날 며느리는 내일 모레면 구십이 되는 연세의 시어머니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바느질을 권한다. 그러는 와중에 서로를 챙기고 애틋해하며 고부간의 관계가 더욱 끈끈해진다. 삐뚤빼뚤한 손글씨들과 꽃이 수놓아진 바느질 작품들이 수록된 이 책은 초반에는 몇 글자 되지 않았다가 뒤로 갈수록 글자수가 많아지고 신변 이야기로 시작된 글들을 이뤄 김용택 시인도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할머니와 아들 그리고 며느리로 이어지는 한 가족이 되찾은 행복 이야기는, 인간에게 그리고 노인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갖게 해준다.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살아가는 법  

<차마 울지 못한 당신을 위하여> 안 안설렝 슈창베르제, 에블린 비손 죄프루아 지음/ 민음인 


우리는 앞만 보며 달리고, 성공하는 법을 배우는 반면, 넘어지고 실패하고 무언가를 상실하는 법은 배우지 못한다. 실연과 실직, 소중한 사람의 죽음과 같은 일들은 우리 삶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두 저자는 젊은 시절 가족의 죽음을 경험한 후 아픔에서 잘 헤쳐 나오지 못한 실수를 다른 이들이 반복하지 않도록 돕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하며, 상실을 경험하더라도 과거의 추억이 현재를 망가뜨리도록 내버려 두지 말라고 강조한다. 사회적으로 금기로 여기는 분야, 즉 죽음이나 병, 이별과 같은 상실과 그에 대한 애도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실제 사례와 수십 년간의 연구를 통해 갖가지 상실을 경험한 이들이 그 고통을 충분히 애도하고 다시 삶으로 되돌아가는 방법을 친절히 안내한다. 


한 남자와 두 여자, 이상한 사랑 이야기 

<소소한 풍경> 박범신 지음/ 자음과모음 


박범신의 신작 장편 ‘소소한 풍경’은 여고생과 노시인 사이의 금지된 사랑을 ‘은교’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사랑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주인공이자 소설가인 ‘나’의 예민한 상상력을 통해 제자 ‘ㄱ’과 그녀가 겪는 불가사의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 ‘ㄱ’은 어렸을 때 오빠와 부모를 차례로 잃었으며, 결혼에 실패했다. 남자인 ‘ㄴ’ 또한 어렸을 때 형과 아버지가 모두 1980년 5월, 광주에서 살해당하고 어머니가 요양소에 가 있으며, 그 자신은 평생 떠돌이로 살아왔다. 또 다른 여자 ‘ㄷ’은 간신히 국경을 넘어온 탈북자 처녀로, 그녀의 아버지는 국경을 넘다가 죽고 어머니는 그녀가 증오하는 짐승 같은 남자와 함께 살고 있다. 이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가파르게 넘어온 자들이 소소에 머무르게 된다. 


전기는 밀양의 눈물을 타고 흐른다 

<밀양을 살다> 밀양구술프로젝트 지음/ 정택용 사진/ 오월의 봄 


밀양 주민들 중 80세가 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생애에는 굴곡 많은 한국의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열일곱, 열여덟에 시집와서 대동아전쟁과 한국전쟁을 겪었던 이야기, 극심한 가난과 고된 시집살이 속에서 아이들을 키웠던 이야기는 자연스레 우리 어머니, 할머니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게 온갖 풍파를 뒤로 하고 평온한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던 이들에게 날벼락처럼 들이닥친 송전탑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이 책은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 17명의 구술기록이다. 2013년 말 기록노동자와 작가, 인권활동가, 여성학자 등이 ‘밀양구술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모여, 주민들의 삶을 기록하고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이 책의 인세는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후원에 사용된다. 


우리 신경을 긁는 것들에 대한 과학적 분석

<우리는 왜 짜증나는가> 조 팰카, 플로라 리히트만 지음/ 구계원 옮김/ 문학동네


짜증나는 소리, 짜증나는 냄새, 짜증나는 운전자, 짜증나는 친구, 짜증나는 배우자…. 시시때때로 우리는 우리를 짜증나게 하는 상황에 처하지만 누구도 이를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왜 짜증이 나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비슷한 이유로 짜증을 느끼는지, 어느 정도로 느끼는지에 대한 자료나 측정치도 존재하지 않으며, 그에 대한 연구도, 사람들이 짜증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한 고찰도 없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NPR)의 과학전문 기자 조 팰카와 플로라 리히트만은 심리학과 사회학, 인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 광범위한 분야를 아우르며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한 여정에 나섰다. 인간의 짜증에 대한 연구를 체계적으로 소개하지만 어려운 학술 용어나 이론을 나열하기보다는  일화나 사건을 예로 들어 ‘짜증스럽지 않게’ 짜증을 소개한다. 


점집의 마력에 감춰진 비밀을 벗기다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 한동원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흔히 ‘미신’으로 치부하는 점. 이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점집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설가이자 영화평론가인 저자는 호기심을 무기삼아 복채와 전화번호를 들고 신점과 사주, 관상, 타로 등 온갖 형태의 이름난 점집들을 직접 발로 찾아다닌다. 그는 믿기 힘들만큼 정확한 점괘에 놀라고, 사기에 가까운 행태에 혀를 차면서 겪은 점집의 비밀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유쾌한 입담과 강렬한 촌철살인, 신선한 통찰과 따뜻한 시선이 함께한다. 능청스러운 재담가의 면모를 과시하다가도 돌연 ‘매의 눈’으로 변해 점집의 안팎을 샅샅이 스캔하고, 허위와 불합리를 고발하는 것만큼이나 솔직하게 점술가들의 개성과 점의 효력에 찬사를 보낸다. 적중률이 높았던 곳에 대한 반대 사례도 수록해 균형을 잡고, 풍부한 문학적 인용으로 읽는 재미를 더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