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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6 | 연재 [꿈꾸는 학교 행복한 교실]
두려워 말고 다가가세요
신혜숙(2014-06-03 10:04:41)

희망(가명)은 키도 크고 또래에 비해 성숙해 보이는 아이다. 다소 말도 거칠게 하고, 선생님한테 욕설도 서슴치 않게 하는 그런 아이. 자신의 감정에 무지 솔직하게 반응하는 아이. 상담실에서 이야기 할 때면 서로 대화가 잘 통했고, 나는 아이의 원활한 학교생활을 위해 일부러 자기라고 불러주거나, 집단상담이 있던 날 전날이 그 아이의 생일이라는 소리를 듣고 간식으로 롤케익을 준비해서 초도 켜고 생일축하노래도 다른 친구들과 불러주기도 했었다. 

그런데 잘 지내던 우리 사이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상담실에서 다른 선생님과 이야기 하던 중 그 아이가 허락도 없이 상담실에 있는 물건을 사용했다. 그래서 허락 없이 함부로 사용한다고 나는 희망이에게 한소리 했고, 그에 희망이는 다른 선생님이 허락해서 썼다 했고, 난 그런 적이 없다고 했더니 희망이는 물건을 복도에 던지고는 다시 오라는 나의 말을 무시한 채 사라져갔다. 희망이의 행동에 너무 화가 났고, 이 상황을 다른 선생님에게 말하니 교사 지시 불이행으로 벌점을 부과하라는 것이었다. 내가 벌점을 주는 것에 대해 머뭇거리자 그 선생님이 대신 벌점을 희망이에게 주었다. 

그 후 희망이와 나는 서로 복도에서 마주치면 서로 모른 척 지나갔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여름방학이 되었다. 그리고 개학 후 얼마 희망이는 또 담임선생님에게 대들어서 교무실에서 큰소리로 혼나고 있었고, 다른 선생님이 아이의 감정을 자제시킨다며 희망이를 교무실 내 자리 옆에 앉혀 놓으셨다. 서로 어색함이 느껴졌고 먼저 내가 무슨 일이 때문에 담임선생님과 문제가 일어났냐며 묻기 시작했고, 오랜만에 둘의 대화가 이루어졌다.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갑자기 희망이가 죄송했어요 라는 이야기를 했다. 처음에는 내가 잘못 들은 줄 알고 죄송하다고 라고 되물었고, 그러면서 뭐가 죄송한데 물었다. 그러자 희망이는 여름방학 전 있었던 나와의 문제 상황을 이야기 했다. 그때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선생님이 자신의 행동을 오해하고 화를 내니 자신도 화가 나서 그렇게 행동했다면서 그때 선생님이 서라고 했는데 그냥 간 것 정말 죄송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아이의 그 미안하다는 한마디에 눈물이 났고, 사실 별 것 아닌데 아이 마음에 상처를 준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으면 아이에게 사과를 했어야 했는데 하지 못했다. 사과를 하지 못한 마음이 계속 남아 있었는데 마침 상담실에서 APPLE DAY 행사가 있어서 희망이에게 그동안 하지 못했던 사과와 나의 속마음을 털어 놓았다. 내 진심이 희망이에게 전해졌고, 지금까지도 희망이와 나는 서로 만나면 안아주고, 희망이가 나를 보면 뒤에 와서 와락 안아주는 사이가 되었다. 

희망이의 사건을 계기로, 그리고 희망이와 같은 아이들을 만나면서 내가 마음속으로 정리하고 실천을 하는 것이 하나 있다. 상처 받을 것을 두려워 말고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그들이 자신의 감정을 처리하는 방법을 모르니 차근히 가르쳐주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요즘 학교현장에서 아이들을 통제하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선생님이 잘못을 지적하면 선생님들한테 대들거나 욕설을 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보통 대부분의 그런 아이들은 내면에 가정 내의 문제로 인해 많은 상처로 얼룩져있다. 이미 그 아이들 내면 속에는 분노, 아픔, 멍 이런 것들이 가슴 속에 품어져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에 와서 자신의 가슴 속에 품어져 있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사람에게 특히 선생님들한테 많이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러면 선생님들도 사람인지라 화도 나고 자극도 받게 된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들도 아이들처럼 감정적이 될 수밖에 없고 결국 선생님들도 상처를 받게 되는 것 같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선생님의 수가 급증한다는 것이 뒷받침해주는 증거가 되지 않나 싶다. 상처를 많이 받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선생님들은 어떻게 대처를 해 나가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내 스스로도 잘 몰랐으니까. 

그러던 나에게 답을 건네준 것이 바로 ‘학교의 눈물이’라는 책이었다. 책 속에 박영선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교사가 상처 받는 학생을 대할 땐 교사 자신이 학생에게 상처 받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아이들이 가슴에 품은 것을 어떻게 올바른 방향으로 가야 하는 지 함께 가면서 보여줘야 된다고, 그것이 배움으로 치유되는 과정이라고. 

왜 아이들은 선생님께 상처를 보여줄까? 아마 그것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유일한 어른이 아마 선생님이라고 생각해서 자신이 아프니까 ‘나 좀 봐주세요’라고 보내는 메시지 같다. 

이제 우리 선생님들이 할 일은 그들이 품은 상처로부터 상처 받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상처를 받았을 때는 ‘이렇게 치유해 나가는거야’라고 말해주는 것이 어떨까. 작은 것 하나부터 함께 하면서 보여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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