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들이 느끼는 놀라움들
이상한 나라다. 300명이 넘는 꽃다운 생명들이 바다속으로, 바다속으로 침몰해갈 때
우리는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나라였다. 빙하와 충돌해서 타이타닉이 침몰한 태평양 한가운데도 아니고 대한민국 육지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듯한 진도 앞바다에서 일어난 일인데도 말이다. 세월호 침몰을 둘러싼 수많은 물음표들 중에서 나로서는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유병언이라는 사람의 사진에 대한 놀라움의 꼬리물기였다. 처음엔 청해진이라는 회사가 예전 오대양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세모와 유병언이라는 사람과 연루된 회사라는데 놀랐고, 그 유병언이라는 사람이 최근엔 어엿한 사진작가로 활동한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 사진이 계열사에 작품당 5천만원, 최고가는 1점에 16억원, 총 400억원 어치가 팔렸다는 사실에 놀랐다. 또한 루브르박물관을 비롯한 세계의 유명한 미술관 등에서 사진전을 개최했다는 그의 화려한 이력에 놀랐고 마지막으로는 그 유병언의 사진수준에 놀랐다.
평소에 광고계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광고제작에 필요한 사진을 렌트하기 위해 수많은 국내외 이미지렌탈 사이트에서 비숫한 사진을 접한 나로서는 사진을 보는 나의 수준이 잘못되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중앙대 사진학과를 나와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며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너의 눈에 비친 유병언의 사진수준은 어떠냐고’. 그 친구 왈 ‘한마디로 그 사진은 전문작가의 사진이라기보다는 그냥 취미생활 정도에서 찍은 사진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나의 눈이 그리 이상한 것 같지는 않아 안도는 했지만, 다시 이러한 상황들이 2014년의 오늘날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놀랐고, 이러한 대한민국에 살고있는 나 자신이 정상이 아닌 것같아 다시한번 놀랐다.
그래도 풀리지 않는 놀라움의 연속들
그러나 여기에서도 놀라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취미생활 정도의 사진작품을 어떻게 해서 루브르박물관을 비롯한 세계의 유명 미술관에서 전시를 할 수 있었을까.
2011년 4~5월 뉴욕 그랜드 센트럴터미널, 2011년 7~8월 프라하 내셔널갤러리, 2011년 7월 런던 클라랑스 하우스, 2012년 6~8월 루브르박물관, 2013년 6~9월 베르사이유궁 등 국내의 내노라하는 사진작가도 꿈꾸지 못할 세계적인 전시관에서의 끊임없는 전시와 아해뉴스닷컴에서 소개되는 베르사이유궁 관장, 루브르박물관장, 프라하 국립미술관장 등 수많은 세계의 저명한 문화예술가들의 유병언이라는 사진작가에 대한 칭찬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것에 대한 의문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풀렸다. 취재에 응한 베르나르 아스케 노프라는 프랑스 전시 전문기자에 의하면 “전시가 열린 이유는 유 전 회장이 모든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유병언은 루브르 전시를 위한 장소 대관, 전시 설치비용 전부를 지불했을 뿐만 아니라 루브르미술관에 15억원, 베르사이유궁에 19억 7천만원의 후원금을 내고 무료전시를 했다는 것이었다. 회장의 돈을 후원금으로 내고 회장의 돈을 들여 베르사이유궁 전시회를 해놓고 청해진해운의 대주주인 천해지라는 계열사는 베르사이유, 루브르와 같은 유명 박물관이 전시장을 빌려줄 정도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여 베르사이유궁 전시회에 내건 가로×세로 12×5m인 대형 사진 한 장을 16억원에 구입했으니 한마디로 이런 코메디가 또 있을까.
2~3만원짜리 사진을 16억에 팔 수 있는 나라
그렇다고 하더라도 마지막 남은 의문 하나. 과연 유병언의 사진이란 것을 계열사나 신도들 이외에 구입한 사례가 있을까라는 것이었다. 객관적인 제 3자가 보는 아해의 작품가치는 얼마나 될까라는 의문에서였다. 검찰이 나와 똑같은 의문을 가졌는지 서울옥션 등 국내의 유명 예술작품 경매회사의 관계자들을 불러 참고인으로 조사한 결과 유병언의 사진은 국내외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단 한 점도 거래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유 회장 측이 “동급의 세계적 작가”라고 주장했던 이우환(78) 화백, 비디오아티스트 고(故) 백남준씨 작품은 700건 이상 판매기록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예술품의 가치는 자신이 지배하는 계열사나 신도 등 특수관계자에게 판 가격이 아니라 공인된 시장에서의 거래를 통해 평가받아야 한다”는 참고인 진술에서 유병언의 사진이 갖고있는 모든 의문은 풀렸다. 네티즌들의 평가에 의하면 유병언의 사진은 2만원~5만원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한국의 네티즌들이 아무리 네거티브적이라고 하더라도 비슷한 사진들을 인터넷에서 그 정도의 돈을 주고 구입할 수 있으니 말이다. 검찰이 내린 ‘유병언이라는 사진작가가 청해진 해운, 천해지 등 계열사에 사진 1000여 장을 넘기고 받은 400여억원 전액은 회사 돈 횡령’이다라는 결론이 무리가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사진작가들
오늘날 대한민국의 사진작가들은 배가 고프다. 디지털의 급류에 밀려 유병언과 같이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요즈음, 대다수의 사진작가들은 일이 없어 스튜디오의 문을 닫고 이미지렌탈 사이트에 사진을 올려 재수 좋게 걸리면 한장에 몇만원의 렌탈비를 받고 연명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이 이익금으로 사진작가의 작품을 구입함으로써 문화예술 분야를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수백명의 생명을 싣고 출항하는 선사가, 그것도 직원들 안전교육비로 한해 54만원밖에 쓰지않는 선사가, 사진 한장에 5천만원을 주고 구입하고 그 사진으로 만든 달력 하나에 500만원씩의 돈을 주고 구입했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러한 뉴스를 보고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사진작가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문화융성과 비정상의 정상화를 부르짖는 이 정권의 국가개조를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