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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6 | 연재 [제136회 수요포럼]
영화로만 성공할 수 있는 영화제 되기
제 15회 전주국제영화제, 무엇을 남겼나
(2014-06-03 09:16:07)




전주국제영화제는 영화의 진정한 가치와 미래를 주목하며 출발했다. 일찍이 대안영화와 비주류 영화, 새로운 기법의 영화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영화들을 주목한 전주영화제는 대중성과 흥행성은 낮을지라도 실험성과 도전정신이 투철한 영화를 상영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왔다. 영화제 출범 초기의 슬로건이었던 ‘대안·독립·디지털’은 많은 논란 속에서도 제자리르 끝내 지켜왔고, 해를 거듭할수록 자연스럽게 전주국제영화제의 뚜렷한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했다. 

제136회 수요포럼에서는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여했던 영화감독과 평론가, 영화전문기자가 한 자리에 모였다. 그들과 함께 전주영화제의 ‘대안·디지털·독립’ 이라는 기본 구성의 유효성과 전주국제영화제가 15년차 영화제로서 갖는 위상과 의미를 짚어보고 영화제 발전 방안을 모색해봤다. 



일시 | 2014년 5월 26일 월요일 오후 2시 

장소 | 서울 신촌 로하스A플렉스 세미나실

주최 | 사회적기업 마당 

사회 | 원도연 (원광대학교 교수)

토론 | 최은영 (영화평론가)         

         안시환 (영화평론가)            

         장우진 (영화감독)            

         유영선 (영화감독)

         허남웅 (영화전문기자) 



원도연 |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가 무사히 잘 끝났다. 영화제 기간 10일 동안 650명의 관객들을 상대로 조사를 했는데, 관객들 가운데 영화 마니아라 평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15년 동안 한 번도 안 빠지고 오신 분들도 10명 정도 있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외형적으로 보면 사람이 굉장히 많았고, 그 어느 때보다 성황을 이룬 것 같다. 외적인 성공과는 별개로 전문가들이 볼 때, 영화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지향점이 무엇인지 오늘을 토론을 통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형적으로는 어땠는가? 


유영선 | 3박 4일 정도 영화제 기간 동안 전주에 머물렀다. 5월 연휴가 끝난 다음 시상식 때 내려왔다. 두 군데 정도의 맛집에 들렀다. 영화의 거리로 나왔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기분, 축제 같은 기분이 느껴져야 하는데 세월호 사고로 인해 그렇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쉬웠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사람들이 영화 시작 전 붕 뜨는 시간을 카페에서만 보내는 것 같았고, 부대행사도 진행되지 않다보니 사람들이 다소 방황하는 느낌이 들었다. 


장우진 | 영화제 기간 9일 동안 있었다. 내가 제작한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첫 상영 때 못 봤다. 난생 처음 하는 GV 였는데 입장 시간에 1분 늦어 관객들과 같이 영화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부대행사가 축소되어서 영화제 집중하기에 좋은 효과가 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허남웅 | 저는 일주일을 머물렀다. 거리를 많이 돌아다니지는 않았다. 올해는 부대행사들이 많이 취소돼 극장 안에 사람이 집중돼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극장에 사람이 많았던 점이 좋았다. 이번 전주영화제는 영화에 충실한 영화제였다. 


원도연 | 확실히 영화계에 종사하는 분들과 일반 관객들과의 입장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실제로 관객조사 결과 영화제 부대행사가 축소 돼 아쉬웠다는 의견도 많았다. 관객의 40.5%가 새로운 영화를 접하기 위해 왔다는 분들이었다.  


허남웅 | 일반 관객들은 길거리 버스킹이나 공연과 같은 부대행사를 더 원하는 것 같다. 


최은영 | 저는 영화제 기간 중 5일을 머물렀다. 일단 행사 상당부분이 축소된 점은 어쩔 수 없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영화제의 분위기가 더 좋았던 것 같다. 영화제를 찾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영화를 보러 많이 온 거 같고, 빈자리가 거의 없이 매진행렬을 이어간 것 같았다. 그런 부분이 좋았고, 정시상영을 엄격히 지키던 것 같은데 그런 부분도 굉장히 좋았다. 


허남웅 | 전주와 부산, 부천 중에서도, 특히 전주 같은 경우는 흔히 말하는 ‘시네필’이 가장 선호하는 영화제다. 영화제를 축제가 아니라고 했을 때 다른 영화제에 비해 호흥도는 더더 있을 것 같다. 오히려 거품이 빠진다 해야 되나. 


최은영 | 영화제 기간 중 열리는 부대행사가 어떤 행사인지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전주영화제가 아무래도 영화 쪽에 집중 하는 거라면, 야외행사도 영화와 많이 관련된 행사들, 일반적인 콘서트 같은 것 보다는 영화 아이템을 접목해서 하면 좋지 않을까. 부천영화제는 영화제의 장르적인 특성을 많이 살리는 부분이 있다. 판타지, 공포 장르 영화의 특성을 부대 행사에도 많이 이용하는데, 전주영화제도 그런 쪽으로 개발해서 전주에서만 즐길 수 있는 축제행사나 부대행사가 열렸으면 좋겠다.


원도연 | 그런 의견들은 이전부터 있었다. 영화와 영화를 연결해 줄 수 있는 부대행사, 영화인들이 참여하는 행사가 필요하고 이를 적절히 배치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다음은, 영화제 초기 슬로건이었던 디지털, 독립, 대안에 대한 성격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오늘 참석하신 분들은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 지 궁금하다. 안시환 평론가의 의견을 먼저 들어보겠다. 


안시환 | 디지털이라고 하는 것이 2000년도 시작 무렵에는 독립과 대안과 긴밀한 연관이 있었다. 그러나 과연 지금도 그런 성격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가라는 의견에 대해, 영화에서의 디지털과 대안이 잘 연결되어있는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영화제 슬로건과 관련해, 발생하고 있는 현상들을 보면 미술 쪽이 훨씬 더 그런 성격을 많이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미술전시나 이런 것들을 보면, 거의 디지털 영상이 과거의 전통적인 예술 장르를 대체하고 있고, 영상이라고 하는 것이 미술 전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가장 대안적이고 독립적인 예술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2000년대 전주국제영화제가 추구했던 슬로건을 현재의 미술계가 추구하고 있는 것 같다. 전주영화제도 만약 슬로건을 계속 유지해나가고자 한다면, 영상을 기반으로 벌어지고 있는 여타 예술장르를 흡수할 필요가 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성격을 강화할 수 있는 미술쪽 전시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허남웅 | 디지털 영화라는 것이 이제는 너무나 활성화된 부분이 있다. 최근에 제가 느끼는 건 남미 영화가 더 돋보인다는 느낌이다. 그것이 어떻게 보면 ‘대안’이라는 느낌이 든다. 올해 전주영화제 출품작들을 보면, 다큐멘터리 중에 흥미 있는 작품이 많았다. 남미영화 같이 지역영화나 극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 영화 같은 새로운 대안, 그런 쪽으로 더 치우친 것 같다. 2000년대 초반의 디지털에 대한 느낌은 많이 지워진 것 같다.


원도연 | 내부적으로 변화를 추구한 전주영화제. 예컨대 올해는 독립영화의 비중, 장편영화의 비중, 한국영화 비중을 높였다고 영화제 측은 홍보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와 같은 시도가 나름의 의미가 있고 성공을 했다고 보는 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올해 영화제 쪽에서 추구했던 변화의 양상들이 느껴졌는가?


최은영 | 디지털삼인삼색을 장편으로 돌린 점이 고무적으로 생각된다. 단편영화는 시장도 작고, 이슈가 되는 느낌이 떨어지는 데 반해, 장편영화는 시장성도 있고 이슈 메이킹도 어느 정도 되는 부분이 있다. 또한 연출한 감독들에게 계속해서 피드백도 받을 수 있고. 독립영화라는 제한적인 콘텐츠를 장편영화를 통해 지원해주는 방향은 좋은 것 같다.  


원도연 | 저 같은 경우는 초창기 단편 세편을 나란히 붙인 전주영화제 디지털삼인삼색이나 오마주 같은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컸다. 그런데 올해 같은 경우는 오히려 개막작이 이전의 디지털삼인삼색의 콘셉트였던 것 같아 한편으로는 아깝고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허남웅 | 최근에 제작된 단편들을 가장 먼저 선보일 수 있는 무대가 전주국제영화제다. 관객들은 장편보다는 단편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것 같다. 장편영화보다는 단편영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아무래도 적다보니, 단편영화에 대한 기대치도 높은 것 같다. 


장우진 | 디지털 삼인삼색을 장편으로 돌리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생각되지만 영화제 기간 동안 상영됐던 영화들을 어디에서 또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도 시급한 것 같다. 단편영화는 영화관에서 만나기 어렵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영화제가 끝나면 영화 어디서 봐야 돼?’ 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영화제에서 개봉되었다 끝나버리는 게 아닌, 개봉으로까지 이어지는 데 있어서 영화제 측에서 일정 부분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 


안시환 | 실제로 디지털 삼인삼색의 ‘장편 전환’이라는 현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는 시대적인 흐름을 맞출 수밖에 없었던 것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문제는 전주영화제만의 장편독립영화에 대한 차별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영화제 상영과 수상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후 전주영화제가 어떤 책임을 지냐는 것이다. 선댄스영화제가 유명한 이유가 배급통로 확보가 안정적이라는 위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유명한 영화제다. 영화제 기간 내 상영과 수상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배급통로 확보가 더 중요하다. 


허남웅 | 단편영화 보다 장편영화를 만들 때 보면 시간이 충분치 않은 감독들이 영화제에서 규정 지어놓은 제한된 부분들에 힘들어하는 인상을 받았다. 충분한 기간과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최은영 | 전주영화제의 개막작, 디지털 삼인삼색 등 영화제만의 특색있는 프로그램과 영화 선정이 중요한 것 같다. 영화제의 콘텐츠는 괜찮은 것 같다. 성공적인 전례를 만들어 가고, 성공적으로 안정화가 이뤄지면 영화제에 참여한 감독들의 생각도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안시환 | 저는 그런 면에서는 ‘디지털삼인삼색 장편전환’이 어느 정도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디지털 삼인삼색에서 만들어진 세편의 장편영화들이 시장에서 지속성을 갖고, 낙수효과처럼 다른 독립영화 역시 영화관에 걸릴 수 있는 기회들을 과거보다는 늘릴 수 있는 동력을 주지 않을까. 사실, 승부는 디지털삼인삼색에서 나는 게 아니라 여기 출품됐던 독립장편영화들이 영화관에서 얼마만큼 일반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느냐다. 예컨데, 유 감독의 ‘마녀’와 장 감독의 ‘새출발’ 같은 작품들이 올 하반기에 극장에 걸리느냐, 어느 만큼의 신뢰를 주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유영선 | 저 같은 경우 정말 말도 안 되는 예산으로 작업을 했다. 사실 전주영화제에 상영이 되는 것도 굉장히 영광이었다. 솔직히 내 영화는 영화제에서 틀만한 영화가 아니다. 영화 성격상 장르도 호러고, 내가 생각해도 작품성을 떠나 ‘만듦새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히 부족한 영화였다. 이게 상영이 되고 의외의 반응을 목격하기도 하고 영화를 평가하는 분들에게 의외의 평가를 받았다. 일단은, 장편 상업영화에서 10년 정도 조연출을 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내 마음대로 해보자, 저예산으로 디지털로 한번 찍을 수 있는 영화를 다 찍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소기의 목적을 영화제에서 달성했고, 배급까지 이야기가 되는 것도 영광이다.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영화제의 순효과, 전주영화제 측에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데 문제는 저 이외에 다른 상영작들은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이 된다. 그 영화들을 다 영화관에서 만나볼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들 역시 다른 연출자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아닐까.


장우진 | 제가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으로 선정됐다. 국내 배급은 나중 문제지만, 처음 수상하게 되서 매우 기분이 좋고, 용기도 많이 생겼다. 그렇지만 영화제라는 틀이 잘 활용되지 않는 것 같고, 모임을 한다던지, 마켓을 어디서 하는지도 모르겠고, 관계자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도 적은 것 같다. 영화제 수상 그 이후에는 또 다른 기회들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원도연 | 영화제 조직위가 지향하는 성격으로 보면, 후속 프로모션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는데 동의한다. 


최은영 | 제일 좋은 것은 서로 윈윈하는 것이다. 감독도 잘 되고, 감독도 좋고 영화제도 우수한 감독을 배출해서 좋은 거다. 그런 면에서 수상작들과 감독들을 엮어 유기적으로 영화제와 감독들을 한꺼번에 소개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현실적으로 모든 영화를 다 밀어줄 수 는 없다. 전주영화제랑 성격이 잘 맞고,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 영화제 홍보라던지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한다. 


허남웅 | 올해는 영화제 기간 7일과 시상식 이후 수상작들을 상영하는 기간 3일을 뒀다. 어떻게 보면 프로그래머들이 영화의 배급까지 책임져줄 수는 없었지만, 어떻게든 관객들과 많이 만나볼 수 있도록 노력을 한 것 같다고 느껴진다. 이러한 전주영화제의 일정 구성이 되게 신선했다. 사실은 영화제의 폐막식이라는 게 종지부 같은 느낌을 주는데, 올해의 경우는 수상작을 상영하는 기간을 연장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고 할까, 수상작들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원도연 | 운영기간에 대한 평가가 외부적으로나 관객들로부터 평이 굉장히 좋았다. 전주영화제 시상식 이후 3일이라는 기간 동안에도 역시 영화를 보는 관객들로 거의 다 매진됐다. 정말 영화 좋아하는 분들이 영화를 더 찾아와서 보게 된 것 같아 보였다. 다음번에는 영화제 시상에 있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서울에서 프로모션과 상영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안시환 | 지금 이야기를 했던 부분은 전주영화제에만 있는 문제가 아니라 막강한 경쟁관계인 부산영화제에서도 똑같이 안고 있는 고민일 것이다. 전주영화제와 부산영화제가 있을 때, 사실 많은 사람들이 부산에 더 가고 싶어한다. 실제로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들도 자신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감독들한테는 제작 단계부터 후반 작업까지 계속 관계를 가져오고 있다. 프로야구의 FA처럼 사전금지접촉 같은 제한을 두지 않는 이상 사실 전주영화제에서는 좀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이 바로 바뀔 것 같진 않다. 문제는 독립장편영화가 영화관에서 상영하게 되는 과정에서 전주가 부산보다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전주영화제의 발전이 더딜 것이다. 부산영화제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둔 후발주자 전주영화제가 한발짝 더 앞서지 않으면, 똑같은 걸 해서 동일한 효과를 내기는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허남웅 |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은 괜찮은 작품들 위주로 상영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되는 한국영화보다는 해외영화들이 훨씬 많은 편이다. 사실 그렇게 영화제에서 개봉한다고 해서 큰 성과가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전주만 그런 게 아니라 부천영화제 같은 경우 정작 극장에서 개봉을 하게 되면 많이 보지 않는다. 올해 삼인삼색도 신연식, 박정복 감독들의 전작을 통해 홍보를 하면, 그게 훨씬 더 파장을 일으킬 수 있게 될 것 같다. 


장우진 | 제가 봤을 때 영화제에서 GV를 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관객의 관심도를 좌우하는 것 같다. 영화에 관심 있는 친구들, 영화 전공자들은 전주국제영화제를 많이 선호하는데 GV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크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행사가 덧붙여지면 더 만족도가 높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삼인삼색 등 영화제 프로그램에 참가한 작품들을 GV 등으로 적극적으로 어필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유영선 | 문제는 전주국제영화제가 키운 영화다. 이 영화는 ‘전주영화제가 특별히 키운 영화다’ 라는 식의 입소문이 흥행에 있어 역전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약간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홍보와 지원을 해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원도연 | 이번 영화제의 변화에 대해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변화라고 평가를 해주는 것 같다. 


안시환 | 초기에 미장센 영화제를 운영했을 때 전략적으로 홍보를 활용했다. 수상 감독들을 언론에 적극적으로 노출시켰다. 수상 감독들이 ‘미장센 감독’들이라고. 조금은 전략적으로 영화 기자들과 감독과의 커넥션을 심어줬다. 특집기사를 쓸 수 있도록 기삿거리를 던져줬고, 미장센 영화감독에 대한 인식을 강하게 심어줬다. 영화제로서 후발주자였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그런 것을 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효과는 좋았다. ‘전주영화제출신 감독이다’라고 하는 것들이 영화제에 대한 인식이 넓어지게 하는 데 필요한 것 같다. 


유영선 | 어쨌거나 영화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빨리 데뷔를 하고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이 있다. 영화 흥행감독이라는 타이틀을 갖는 게 유리하구나, 빠른 방법이구나, 전주영화제도 스타감독이 나오게 되면 그 나름의 브랜드가 생길 것이다. 그 사람을 동경하는 영화 작가들이나 감독들이 자연스럽게 전주영화제를 찾게 되지 않을까. 


허남웅 | 제 생각에는 영화언론이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에서 그게 큰 효과를 미치지 못할 것 같다. 예전 같은 효과를 얻기는 힘들 것 같다. 영화 마케팅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야 되지 않을까. 영화언론이 씨네21 하나로만 소통되다보니까 그건 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안시환 | 저는 영화제가 끝나고 영화제와 수상작의 관계가 끊어지는 게 아쉬웠다. 제가 미장센영화제에서 일할 때 당시 관례화시켰던 게 수상작들에 대한 사후보도를 많이 요구하는 것이었다. 아이템도 잡지사 쪽에 던져주면서 단편영화감독들이 바라보는 감독들과의 대담 등  수상했던 사람들을 끝까지 영화제 쪽에서 책임진다는 느낌을 줬다. 그러면서 수상감독들이 한번 더 보도가 되고, 영화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한번 더 인지를 시켜주려고 신경을 썼다. 일반적으로 영화제가 끝나고 나면, 스텝들이 거의 다 떠나면서 정산하는 데만 급급해진다. 사후적인 케어를 못하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 어쨌든 간에 그런 부분들도 신경을 쓰는 게 독립장편영화를 선택한 전주국제영화제의 입장이 성공하기 위한 동력이 되지 않을까. 


원도연 | 방법이 있을 것 같다. 다른 매체들을 찾고 영화제를 결산하는 고급 세미나를 전문가들과 한다면 이슈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다음 주제로 넘어가보겠다. 디지털이 지금도 과연 새로운 영화를 상징하는 개념인가. 저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과거 15년 전에는 디지털이 새로웠고, 각광받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허남웅 기자의 생각은 어떤가?


허남웅 | 지금 전주국제영화제라고 했을 때 디지털이 특화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가령 대안과 독립이라는 큰 틀에 포커스가 맞춰진 것 같고, 영화들도 그쪽으로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지금 상황이라면 대안과 독립이라는 키우는 게 좋지 않을까. 


최은영 | 영화관에서 디지털 시네마 패키지라고 해서 영화를 디지털로 상영하고, 필름은 상영하지 않게 됐다. 되려 필름영화가 사라져가고 있다. 필름이 오히려 대안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로 찍었냐 영사가 되느냐 그런 부분을 논하는 때는 지난 것 같다. 요즘은 약간 경계를 허무는, 영화라고 하기도 그렇고 아니라고 하기도 애매한 그런 것들을 미술관에서 상영하고 있다. 디지털은 아니지만 자료원에서 복원하는 것, 일종의 융합인데 그런 방식에 공연을 곁들이고 굉장히 다양한 방향으로 시도를 하면 좋을 것 같다. 미술과 영화의 콜라보레이션 작업들이 해외에는 굉장히 많은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그런 것들을 소개하고, 섹션으로 소개한다면, 콘텐츠가 얼마나 있을 진 모르겠지만 오히려 더 미래지향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원도연 | 예전에는 전주영화제가 매년 주제를 정했었다. 서동진 프로그래머가 6.8혁명 주제로 영화제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사회학을 전공한 입장에서 6.8 혁명을 주제로 열렸던 영화제가 너무 재밌었다. 6.8혁명을 전후로 한 전 세계의 다큐, 영화가 굉장히 폭이 넓었다. 그러나 올해는 주제가 그렇게 잡히진 않았다. 주제별로 조금씩 분류해보면 재미도 있을 수 있겠고, 사람들의 집중도 또는 영화제의 스토리가 잡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시환 | 전체의 주제를 두는 게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전주영화제만 봐도 181편을 하나의 주제로 잡는다는 게 애초에 불가능하고, 전체 영화 중 1/3에 해당하는 영화를 하나의 주제로 묶는 것도 어렵다. 결국 영화제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은 특별전과 기획전에서 보여주면 된다. 하나의 섹션을 통해 분명히 보여줘야 할 입장은 있다고 본다. 영화제에 새로운 체제가 들어서서 이제 2회가 됐기 때문에 세 명의 프로그래머들이 2~3년 안에 영화제의 성격과 주제들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 같다. 


허남웅 | 올해 같은 경우 유명한 감독들의 다큐멘터리전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한 명의 감독이라도 직접 영화제에 찾아왔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마스터클래스 같은 섹션을 통해 감독들의 이야기를 육성으로 들어보고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것 같다. 영화제 붐업도 지금보다 훨씬 잘 될 수 있고. 


최은영 | 영화감독에 관한 다큐멘터리 섹션이 있었고, 감독들의 예전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섹션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크게 부각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섹션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제 생각에는 그 셋 중에 하나만이라도 집중적으로 주제를 잡아 했다. 영화를 프로그래밍하는 과정에서 이 섹션을 만들었을 때 전체적으로 크기를 좀 더 크게 키워서 내세울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영화의 감독에 관한 다큐들을 몇 편을 봤는데 좋은 작품들이 있었다. 다큐멘터리가 대세기 때문에 조금 더 부각시켰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도연 | 영화제 조직위에서는 남미영화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남미 영화에 방점을 두었던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안시환 | 충분히 이슈메이킹은 되지 않았고, 꼭 봐야 되겠다라는 느낌으로 잘 포장되지 않았던 것 같다. 일반 관객과의 수용하는 데 있어서는 괴리가 있었던 것 같다. 


허남웅 | 영화제 주간지, 전문지에서는 얘기를 하겠지만, 보통의 일간지에서 ‘남미영화가 강세다’ 라고 얘기 했을 때, 독자들이 남미영화에 대한 흥미를 유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무리 남미영화가 좋아도 언론 보도로까지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떤 영화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하니까 그걸 즐기려고 참여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주제가 확 튀어야 관심을 갖는데 그런 부분이 많이 안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최은영 | 뉴질랜드, 인도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영화들이 예전에는 파급력이 있었다. 옛날에는 무조건 재밌고, 비슷한 경향을 갖고 있는 영화를 찾아보는 경우가 많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그런 식으로 영화를 보는 게 힘들어진 것 같다. 


허남웅 | 영화제의 문제라기보다는 관객들의 전반적인 흐름인 것 같다. 


유영선 | 제가 현장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화를 볼 거냐고 물어봤을 때 미셸 공드리 영화를 보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인지도와 유명한 감독을 위주로 보는 건 어쩔 수 없다. 솔직히 남미 영화라 하면 알지도 못 한다. 오히려 홍보를 할 거라면, 로보캅을 리메이크한 감독이 남미출신이다. 남미출신인데 헐리우드에서 초빙한 감독이라는 사실을 부각해서 관심을 유도하는 홍보가 필요하다. 이런 고민 없이 무조건 남미영화를 보여준다면 사람들은 모를뿐더러 관심도 갖지 않는다. 먼저 관객들을 이해시켜서 끌어당기는 노력이 필요하다. 

안시환 | 영화제에서 일했던 시절을 돌이켜 보면, 제일 아쉬웠던 점이 홍보전문 인력들이 없다는 것이다. 흩어졌다가 때 되면 돌아오는 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홍보에 있어서 전년도에 했던 것을 그대로 반복하고, 자기가 기존에 해왔던 것을 그대로 답습하게 된다. 홍보의 타겟층도 세분화 되어있지 않다. 전주시민들에게 홍보할 것을 서울에서 내려온 사람들에게  주는 것이 맞는가. 영화제 홍보팀에서 타켓을 세분화해야 되는데 그런 걸 못한다고 탓할 수도 없는 문제다. 모든 영화제가 갖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 홍보 전략들을 세련되게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허남웅 | 옳은 게 항상 매력적으로 비치진 않는다. 전주영화제가 다른 영화제에 비해 순수성이 강조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요즘 사람들은 순수하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수용하지는 않는다. 영화제를 언론에게 포장하고, 마케팅을 세련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영화제 고유의 순수성을 좀 더 강화하고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장우진 | 디지털 삼인삼색에서도 장편영화를 찍는다고 할 때, 영화제를 위한 영화였다면, 유명한 배우를 주연으로 섭외해야 했다. 영화제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은 것 같다. 아는 사람들만 아는 감독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대중성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대중들은 관심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유명한 배우를 섭외하기 힘들다면, 작품을 하는 과정을 영화제에서 흡수하는 방법을 모색해야지 않을까. 


원도연 | 고석만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사고가 아니었더라도 애당초 레드카펫을 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있었다. 영화제에서 영화로 승부를 보겠다는 마음이 강했던 것 같다. 이번 영화제에서 대중적인 홍보, 대중적인 호기심을 보일만한 다양한 서비스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전주 시민 입장에서 보면 레드카펫을 안 한다는 게 답답한 이야기이도 하지만 충분히 이해는 된다. 부산 영화제의 레드카펫과 전주 영화제의 레드카펫이 비교되니까. 


허남웅 | 전주영화제에서도 노력은 하는 것 같다. 지난해 스타 감독 류승완, 스타 배우 정우성이 참여하지 않았나. 아무래도 예산에 한계가 있다 보니 조직위원장이나 프로그래머들이 고심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장우진 | 화려한 레드카펫은 그렇다치더라도, 영화제에서 오롯이 영화에만 집중했다고 하면 영화제에 참석한 감독들이나 영화산업 관계자들과 영화에 대해서 진솔하게 대화하는 자리를 만들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


안시환 | 저는 영화제에서 영화로 승부를 보겠다는 태도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영화로만 승부하는 것을 관에서 원할까? 영화제가 성격을 명확하게 커밍아웃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금의 전주영화제는 무엇을 추구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선입견일지도 모르겠지만 프로그래머가 교체되면서 과거보다 대중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게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색깔이 뚜렷해진 것 같지도 않다. 아직은 전주영화제가 허니문 시기인 것 같다. 이러한 시기가 얼마나 더 갈지는 확신할 수 없다. 대중성에 대한 요구는 계속 있을 것인데, 그 요구를 흡수하면서 어떤 식으로 풀지 2~3년 안에 제대로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영화제에서는 이에 대해 훨씬 더 잘 알고 있을 것이고 내년에는 좀 더 노골적으로 표출이 되지 않을까. 


허남웅 | 대중들은 지금보다 더 대중적인 것을 요구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올해 같은 경우는 작년하고 많이 다른 느낌이다. 


유영선 | 영화제에 기대하는 화려함 등 있어야 될 게 없다는 느낌이다. 


원도연 | 전주국제영화제 운영상황은 좀 어떨까. 홍보와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제한되어있는 인력, 제한되어있는 예산으로 운영된 영화제의 운영에 대해 말해달라. 


허남웅 | 자원봉사로 한정해서 이야기하자면, 다른 영화제에 비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자봉들은 에너지가 넘친다. 영화제 분위기를 돋구는데 긍정적인 것 같다. 하지만 정시입장에 대해서는 판단이 좀 힘든데 30초가 늦어서 입장을 못하는 부분까지는 조금 너무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유영선 | 영화제 정시입장에 있어서는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최은영 | 정시입장에 대한 기준을 세우는 게 되게 애매모호하다. 모더레이터나 통역과 같은 사람들은 입장을 허용해줘야 하지 않나. 


원도연 | 그런 불평도 있었다. 누구는 들여 보내주고, 누구는 안 들여보내주고. 


유영선 | 일반 극장에서도 영화 시작 후 10분 이후까지 입장을 허용한다. 최소한 몇 분까지 허용해주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할 것 같다.


허남웅 | 한국관객들이 유난히 정시입장이나 영화관 에티켓에 예민한 것 같다. 조금 늦게 입장했다하더라도, 그 흐름이 정말 깨지거나 그러진 않는다. 부스럭 소리가 조금이라도 나면 눈치를 주는 사람들 때문에 영화제에서 더 엄격하게 룰을 적용하는 건 아닐까. 


안시환 | 애초에 사이드 쪽에 자리에 앉으면 소란 없이 앉는데 중앙에 있는 자리까지 찾아가려는 사람들 때문에 다른 관객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 같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약간만 고민하면 운영상에서도 풀 수 있지 않을까.


허남웅 | 늦게 오는 사람이 자기 자리를 주장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장우진 | 올해 생각보다 많은 표를 확보하지 못해 빈자리나 계단에서 보려고 했다. 영화를 보는 데 표를 사놓고 안 온 분들이 더러 있었다. 스텝들이 확인하고 현장발매 등을 통해 일찍 와서 기다리고 있는 다른 관객에게 관람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 빈자리가 있음에도 정시입장은 고수하고, 정작 표를 못 구해서 보고 싶은 영화를 못 보는 사람이 있는 것은 애매하다. 


최은영 | 제가 모더레이터를 해야 하는 영환데, 1분 차이로 극장에 못 들어갔다. 어쩔 수 없이 그 옆에 있는 공간에서 DVD 스크린으로 봐야 했는데 자막이 없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정시입장에 대해 일장일단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영화제들에는 정시입장이 없다. 부산영화제도 유예기간이 있다. 전주영화제에서 유난스럽게 정시입장을 하는 바람에 느낌상 관람환경이 굉장히 좋은 느낌을 받았다. 정시입장을 아주 반대하는 입장은 아닌데, 비어있는 좌석은 좀 아까웠다. 입석제도를 활용해서. 트레일러 시작 직전에 사람들을 세워놓고 스텝들의 안내로 입장시킨다던지. 자리를 대충 파악을 하고, 조금 채워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원도연 | 전주영화제 자원봉사자는 훈련이 잘 되어있고 뽑을 때부터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다. 잠자리는 어떠했는가.


장우진 | 호텔도 잡아주고, 연장도 해줘서 좋았다. 그런데 공간이 머릿 속에 잘 안 그려진 것 같다. 영화제 깃발이 길을 가다가 없을 때도 있고, 중심 사거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자원봉사자들도 없고, 게스트하우스 찾기도 어려웠다. 시가지의 공간 디자인이 비슷해서 많이 헷갈렸다. 현장 자봉사자들이 많이 배치되어야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현실적인 문젠데, 상영관을 잡는 부분에 있어서 조용한 영화와 블록버스터 영화를 함께 상영하는 경우는 좀 피해줬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는 데 스파이더맨 사운드가 쿵쾅쿵쾅 울리는 것은 영화 두 편을 보는 느낌이어서 안타깝고 아쉬웠다. 그런 반면에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은 정말 좋았다. 


유영선 | 영화 시간 배치를 영화를 보고 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웠다. 제 영화는 공포영화, 피가 많이 나오는 영화였는데, 상영 시간표를 아침 10시로 잡아 놨다. 영화 상영시간표 담당자에게 공포영화기 때문에 식전에 보면 되게 안 좋은 영화여서 가능하면 저녁시간대로 옮겨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한 타임만 오후 1시 반으로 옮겼다. 영화의 성격에 맞는 시간대 조정이 센스있게 배치되었으면 한다. 또 GV 할 때 게스트들에게 의자를 줬으면 좋겠다. 서서 진행을 하게 되면 집중할 수 있긴 하지만 관객은 앉아 있고 참여한 게스트들이 서있는 느낌이 꼭 벌 받는 느낌이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GV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안시환 | 제 입장에서 제일 안타까운 건 어느 순간에 경험이 쌓였던 인력들이 영화제를 떠나는 점이다. 전주 영화제가 끝나면 부천, 부산으로 떠난다. 6개월 단위로 행사가 열리는 곳을 메뚜기처럼 돈다. 이런 상황이 반복해서 되풀이 되면, 운영전문 인력이 키워질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없다. 실현은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몇 개의 영화제 스텝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전환해보면 어떨까. 어떤 특정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도 되고,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단기인력이어서, 1년 중 보름이 모자라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게 되고, 이런 일들이 10년째 계속 반복되고 있다. 이들은 30대 중반에 다른 곳에 갈 데도 없다. 운영하는 측에서 몇 년간 일했던 스텝들을 너무 등한시 하고 있지 않나. 중간급 이하의 스텝들을 공유하는 해결책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영화를 제작하는 스텝의 처우개선도 중요하지만 영화제의 스텝 처우개선 역시 중요한 문제다. 


허남웅 | 이런 부분에 대해서 만나서 얘기를 한다하더라도 결국에는 흐지부지되는 것 같다. 


원도연 | 전주영화제의 성격은 어쨌든 잡혀가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정의하기는 아직까지는 어려운 것 같다. 마지막으로, 영화제에 바라는 점이나 하고 싶은 말 등 마무리 발언을 부탁한다. 


허남웅 | 개인적으로 전주영화제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매년 해왔던 식으로 지금과 같이 유지만 되도 계속 찾아갈 의향이 있다. 또, 영화제 가이드북에 대한 변화가 좋았다. 이런 자료들에 대한 이미지가 작은 부분이긴 하지만 효과가 있다. 휴대하기도 좋고, 작은 변화들이 쌓이고 쌓이면 나중에 봤을 때 큰 변화가 되기 때문에 저런 부분들도 변화의 일종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가령 포스터 같은 경우, 전주 특유 느낌들이 너무 경직돼 보인다. 모든 영화제가 한국적인 것을 드러내야 하는가.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하기는 좀 힘들지 않을까. 그런 부분에 대한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유영선 | 부산영화제는 놀러가는 느낌이고, 전주국제영화제는 축제 같은 느낌이다. 극장들이 모여 있어서 너무 좋다. 사람구경하고, 행사구경하고 동네 축제 같은 느낌이라 정겹다. 그게 강점인 것 같다. 다른 친구들한테 전주영화제 부산영화제 차이점을 들 때, 전주영화제는 볼거리가 더 많다고 추천한다. 전주영화제는 흥겹다.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고 생각하고, 이 색깔을 유지해가는 게 필요하다. 올해 영화제에 참여해서 풍년제과 초코파이를 처음 먹어봤다. 올해 영화제가 초코파이를 챙겨준 것이 제일 잘한 일인 것 같다. 내년에는 삼백집 콩나물쿠폰을 기대해본다.  


최은영 | 전주영화제가 가장 좋은 것은 전주라는 도시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내년 영화제를 기대하면서 전주라는 공간과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들과 부대행사나 이벤트 등을 어떻게 연계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구체적인 무언가가 아닌, 전주만의 느낌과 분위기를 어떻게 어우러져서 갈 수 있을까. 현재로써 전주영화제의 가장 큰 장점은 공간인 것 같다.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하게 영화보기 좋은 공간. 내년부터는 일반적인 콘서트나 행사가 아닌 영화적인 느낌을 밖에서도 받을 수 있는 행사가 적게나마 있었으면 한다. 

안시환 | 전주영화제라고 하면, 독립과 대안으로서의 전주영화제 색깔을 분명히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전주영화제가 선택을 참 잘한 것 같다. 영화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아군을 많이 갖는 것이다. 그게 지역 언론일 수 있고, 지역 예술인일 수도 있다. 영화제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문화예술계 전반에서의 지지가 필요한 것 같은데, 전주영화제가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 별개의 행사가 아니라 같이 하는 행사라는 인식을 줘야 한다. 이런 것이 외부의 공격을 막아주는 방패가 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을 확보해 저변을 확대해나가는 것들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장우진 | 전주영화제가 매년 첫 번째로 열리는 영화제다. 그게 상당한 메리트이자 중요한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급효과는 전혀 없다. 실제로 주변 선배들을 보면 영화가 잘 나왔을 때 전주영화제와 부산영화제 출품을 두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주영화제만의 특색과 대안이 필요한 것 같고, 그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써주었으면 한다.


원도연 |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던 것 같다. 긴 시간 함께 의견을 나눠줘서 고맙다. 여러분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내년에는 더 좋은 영화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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