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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5 | 연재 [무대 뒷 이야기]
나는 작은 무대가 더 좋다
명상종 PD(2014-04-29 15:13:08)

오랜만에 직장인 전당을 벗어나 전주의 소극장에서 연극을 기회가 생겼다.

좁은 계단을 통해 지하 1층에 자리한 극장으로 내려가며 이십여 처음 들렀던 대학로의 어느 소극장이 문득 떠올랐다. 서울에 올라와 소극장 공연을 처음 접한 풋내기 대학생에게 소극장의 분위기는 낭만 보다는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이 많았다. 등받이가 없는 불편한 의자, 스물스물 올라오는 퀴퀴한 냄새, 관람 분위기를 흩트리는 열악한 환경이 아쉽기만 했다. (‘낭만스럽게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연극 보겠다는 일념 하에 상경했는데 말이다.) 


그리고 최근에 다시 찾은 소극장. 자리를 잡고 둘러본 내부는 예전보다는 조금 정돈되어 있고 의자도 편해졌지만 그때의 소극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쪽 구석에 마련된 좁은 음향·조명 조정실, 전환이 쉽지 않은 작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무대세트가 눈에 띄었다. 이어 배우 명이 나와 공연 시작을 알리며 너스레를 떤다. 어느새 관객들의 긴장감도 함께 풀리고, 공연의 막이 올랐다. 

마치 멀리서 뛰어온 듯한 주인공의 거친 숨소리가 실감나 극에 몰입되면서 배우가 미간을 찌푸릴 때면 나도 같이 찡그리게 되고, 조명에 반짝이는 눈물과 흐느낌에 가볍게 떨리는 어깨를 보며 소극장에서만 느낄 있는 매력에 빠져들고 있었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까워 섬세한 배우의 연기를 있고, 배우가 전하는 느낌을 생생하게 느낄 있는 공연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소극장 무대의 매력을 제대로 느낀다면 어떤 불편도 감수할 있지 않을까.


그런데 언제부턴가 관객들도 공연자들도 대극장 공연을 선호하는 분위기로 흐른지 오래다. 

대극장의 스케일 있는 무대와 최첨단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무대, 오감을 자극하는 조명과 영상이 준비한 공연을 돋보이게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대극장에서 진행돼야 하는 공연도 있다. 하지만 내가 일하는 곳만 보더라도 공연의 성격이나 규모와 상관없이 무턱대고 대극장 대관을 선호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작품의 규모에 맞지 않은 대관의 부담은 결국 관객의 몫이 된다. 규모가 클수록 홍보의 양이 늘어나고 무대를 채우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도 많아져 티켓가격은 점점 올라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관객들은 언제부턴가 대극장 공연은 믿고 보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사실이다.

물론 대극장에서 하는 공연들이 까다로운 기획과정이나 대관심사를 거친 것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항상 장담할 수도 없다. 대중성과 상업성이 가득한 공연은 눈만 즐겁고 마음은 공허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요즘 주변에서 ' 만한 공연을 추천해 달라' 하면 나는 대극장의 대형공연 보다 소극장 연극이나 · 규모의 뮤지컬, 음악회를 보러 가라고 권유한다. 사실 최근 내가 공연들 중에서는 소극장 공연이 대극장 공연보다 대체로 만족감이 높았기 때문이다. 소극장 공연은 입장료까지 저렴한데다 극단이나 극장의 사정이 열악하다보니 지역문화예술을 위한 뿌듯한 마음도 누릴 있을 같다.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반짝거리는 작품들이 많이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소극장 공연들, 배우나 연주자들의 숨소리까지 느낄 있는 무대를 즐겨 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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