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 단절하고 익명과 접속하는 세상
단속사회/ 엄기호 지음/ 창비
지금 당신의 ‘곁’에는 누가 있는가. 누구의 ‘편’이냐는 질문이 아니다. 엄기호 인권연구소 창의 연구활동가는 <단속사회>를 통해 우리에게 ‘곁’을 묻는다. 저자 엄기호는 ‘쉴 새 없이 접속하고 끊임없이 차단하는’ 단속의 양상을 주목하고 10여 년간 연구를 통해 우리는 언제 누구와 접속하며 단절하는지 사례를 수집하며 차근차근 풀어낸다. 이 책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삶을 뒤흔드는 근본적인 상황에 대한 변화, 즉 소통불가능에 처한 시대다.
이밖에 저자는 특유의 시적인 문체로 우리 사회이미지와 누군가 자신 내면의 고통을 느끼고 상처를 들여다보는 장면을 서술하며 독자의 마음을 뒤흔든다.
사랑과 지성을 지닌 이의 특권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고종석 지음/ 알마
1996년 당시 서른여섯 살의 청년 고종석이 불과 여드레 만에 탈고한 이 책은 사랑과 한국어에 대한 직관적 통찰이 화려하게 수놓아져 있는 책이다. 사랑과 관련된 76가지 표제어 아래 사랑에 대한, 사랑의 말들에 대한 빛나는 상념들이 펼쳐진다.
이 책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사랑과 관련한 한국어 어휘의 풍부함이다. 사랑에 대해 어떻게 표현해야 될 지 마땅한 단어를 찾지 못했을 때, 어렴풋하게 머릿속에서만 떠돌던 개념들이 명쾌한 어휘로 제시된다. ‘매초롬하다, 살품, 함치르르…’ 등 일상 언어생활의 답답한 한계를 넘어 생각과 감성의 확장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
일본 이상으로 경쟁이 치열한 나라의 ‘우리 세대’에게
로스트 제너레이션 심리학/ 구마시로 도루 지음/ 지비원 옮김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전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일본에서는 ‘잃어버린 세대’라고 부른다. IMF 사태 이후 한국의 사정과 꼭 닮은 ‘사다리를 걷어차인 세대’ ‘낀 세대’의 심리와 생활 전반에 대해 같은 세대인 일본의 현역 정신과 의사가 본격적으로 분석했다.
인터넷 상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세계에서도 각각의 ‘캐릭터’와 ‘캐릭터’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SNS 시대. 이렇듯 자기중심적이고 자아실현을 목표로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현대인들의 멘탈을 ‘자기애(自己愛)’라는 심리학적 개념을 사용해 21세기적 자기애에 대해 풀어놓는다.
철학적 신념들을 스스로 확립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철학입문서
철학과 학문의 노하우/ 이명숙·곽강제 지음/ 서광사
전북대학교 이명숙·곽강제 철학 교수가 평생을 연구한 ‘철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얻은 내공을 바탕으로 지은 책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자신의 철학적 신념들을 스스로 확립할 수 있도록 ‘철학하는 노하우’와 ‘학문하는 노하우’를 안내하고 있는 철학 입문서다. 철학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순수하게 철학적 사고를 하다 보면, 마음이 활달하게 넓어지고 평온해져 한평생 내내 유지될 훌륭한 태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한다.
만인이 감시하고 통제하는 사회
투명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문학과지성사
오늘날 ‘투명성’은 정치와 경제는 물론 일상적인 삶의 영역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강조되고 있다. 사람들은 투명성이 더 나은 민주주의와 정보의 자유, 효율성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특히 인터넷과 SNS와 같은 기능의 발달로 정보가 모두에게 공개되고 무제한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서 투명한 사회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저자는 투명사회는 신뢰사회가 아닌 통제사회라고 주장한다. 투명사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감시 상태, ‘디지털 판옵티콘’으로 몰아넣는다.
타인의 울음에 대한 예의
목요일에 만나요/ 조해진 지음/ 문학동네
2013년 신동엽문학상과 2014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며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조해진 작가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항상 울고 있다.
‘목요일에 만나요’는 소외되고 버려지고 혼자 남은 타인들의 이야기에 대해 주목한다. 소외되고 버려지고 혼자 남은 타인들이 끝까지 놓지 못하는 건 ‘소통’에 대한 희망이다. 화려한 수식어나 장황한 설명 없이 짧고 간결한 저자의 문장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타인들의 삶에 눈과 귀를 기울이게 된다.